버핏의 마지막 베팅은 ‘변심’…아마존 팔고 이 회사 사들였다 [오찬종의 매일뉴욕]

가장 충격적인 건 그가 내다 판 주식과 새로 담은 주식의 극명한 성격 대비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비중을 줄인 것도 모자라, 아마존 지분을 무려 75%나 털어냈습니다. 소위 ‘빅테크’라 불리는 성장주들과 작별을 고한 셈이죠.
그런데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다름 아닌 뉴욕타임스(NYT)였습니다.
불과 수년 전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지역 신문사들을 헐값에 넘기며 “신문은 가망이 없다(Most newspapers are toast)”고 선언했던 그가 왜 다시 돌아왔을까요?

버핏은 1977년 버팔로 뉴스(The Buffalo News)를 3250만 달러에 인수하며 신문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지역 신문은 경쟁자가 없었습니다. 그 지역 주민이 무엇을 사고팔거나, 누가 결혼하고 사망했는지(부고) 알기 위해서는 오직 지역 신문을 봐야만 했습니다.
버핏은 이를 “마을에 하나뿐인 다리(Toll Bridge)”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이 ‘해자’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2020년, 버핏은 자신이 소유했던 31개 지역 신문사를 리 엔터프라이즈(Lee Enterprises)에 단돈 1억 4000만 달러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그는 “독점적 지위가 사라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 신문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지역 광고와 생활 정보를 구글과 페이스북에 뺏겼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버핏이 지역 신문들을 정리하면서 남긴 ‘예언’입니다. 그는 2019년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신문은 가망이 없다(Toast)”고 단언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살아남을 ‘최후의 3대장’을 지목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그리고 아마도 워싱턴포스트(WP)만이 디지털 모델로 살아남을 것이다.”

NYT와 WSJ는 버핏의 말대로 압도적인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과거 신문이 광고주의 돈에 의존해왔다면, 지금의 NYT는 독자에게 돈을 받습니다. 2025년 말 기준 디지털 구독자만 1278만 명, 연간 디지털 매출은 2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단순히 뉴스를 파는 게 아닙니다. 낱말퍼즐 같은 게임, 요리, 제품 리뷰, 스포츠(The Athletic)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이는 넷플릭스처럼 한번 구독하면 끊기 힘든 ‘락인 효과’를 만듭니다.
이에 따라 버핏은 NYT가 단순한 ‘신문’이 아닌 ‘필수 구독재’로 진화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버핏은 ‘망해가는 신문 산업’에 베팅한 게 아니라, ‘살아남아 독점적 해자를 구축한 디지털 플랫폼’을 산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2013년 인수한 WP는 ‘테크와 미디어의 결합’으로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베이조스의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이면 신문 산업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죠.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막대한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WP는 독자적인 수익 모델 구축에 실패했습니다. 최근 경영난으로 직원의 3분의 1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1억 달러 이상의 연간 손실을 기록 중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대선 당시 사주인 베이조스의 입김으로 특정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25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이탈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버핏이 아마존 주식을 75%나 팔아치우고 NYT를 산 것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돈으로 연명하는 기업(WP)”보다 “스스로 돈을 버는 시스템을 완성한 기업(NYT)”의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에너지(BHE) 사업부 출신인 아벨은 화려한 성장 스토리보다 ‘숫자’와 ‘운영 효율’을 중시하는 실리파입니다. 이번 변화를 통해 읽을 수 있는 그의 투자 철학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 고평가 기술주 ‘손절’ : 아마존을 대거 매도하고 애플 비중을 줄인 건, 성장이 둔화된 고밸류 기술주에 대한 경계감입니다. “비싸면 판다”는 원칙을 다시 세웠습니다.
- ‘실물 경제’로의 회귀 : 기술주를 판 돈은 에너지(셰브론)와 보험(처브), 그리고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리버티 라이브)로 흘러갔습니다. 인플레이션 방어가 가능하고, 당장 현금이 들어오는 ‘전통 산업’들입니다.
- 역대급 ‘실탄’ 장전 : 13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하며 현금 보유액을 사상 최대인 3817억 달러(약 530조 원)까지 늘렸습니다. 아벨 시대의 버크셔는 어설픈 투자보다, 확실한 기회가 올 때까지 인수·합병(M&A)을 기다리겠다는 ‘인내심’을 보여줍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살아남은 1등 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독점적 과실’에 대한 베팅입니다.
버핏의 마지막 유산인 뉴욕타임스를 후계자인 아벨은 어떻게 이어나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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