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가 1등해 기뻐” “언니 보며 훈련했는데”···올림픽서 다시 볼 수 없는 이 모습

이정호 기자 2026. 2. 21. 10: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이 금메달을 획득한 김길리를 축하해주고 있다. 2026.2.21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김길리와 최민정이 질주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김길리가 금메달, 최민정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2026.2.21 연합뉴스

레전드 선배와 그를 보며 꿈을 키워왔던 후배. 어쩌면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무대에서 환상의 호흡으로 금·은메달을 합작했다.

김길리와 최민정(성남시청)이 21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1·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둘은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김길리는 준준결승 1조에서 1위, 준결승 1조에서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선배 최민정도 준준결승을 2위, 준결승 1위로 통과하면서 한국 선수 두 명이 결승에 올랐다.

김길리와 최민정은 레이스 중반까지 중간에 나란히 포진했다. 그러다 최민정이 7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빠지며 스피드를 끌어올려 2위로 올라섰다. 김길리가 뒤따라 3위로 따라붙었다. 선두 커린 스토더드(미국)가 후반 레이스에서 조금 처지기 시작하자, 한국에 역전 찬스가 왔다. 3바퀴를 남기고 나란히 스퍼트를 올렸다. 최민정이 아웃코스로 나서자 이를 견제하는 스토더드의 움직임을 간파한 김길리가 안쪽을 파고들었다. 서로 짠 것은 아니지만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낸 역전이었다.

두 선수가 선두권을 꿰차며 둘 사이의 금메달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결승선 2바퀴를 남긴 직선주로에서 김길리가 최민정을 제치며 1위로 올라섰다. 김길리는 마지막 바퀴에서 최민정과 거리를 더 벌렸다. 최민정이 더 이상 스퍼트를 내지 못했고, 순위가 이대로 결정됐다. 두 선수는 레이스를 마친 뒤 서로를 안아주며 격려했다.

최민정은 경기 뒤 “정말 후회 없는 경기를 해서 후련하다”면서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번을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뛰어서다. “그냥 여러 감정이 많이 좀 교차한다. 이제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난다”고 깜짝 발언을 한 최민정은 “그냥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기록도 세웠다. 더 후회는 없다”고 했다. 당장 선수로서 커리어를 끝내거나,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것은 아니지만 4년 뒤 올림픽은 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김길리와 최민정이 역주하고 있다. 2026.2.21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이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2026.2.21 연합뉴스

그러면서 특별히 아끼는 후배 김길리가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고 강조했다. 라커로 이동한 최민정은 김길리에게 “한국 선수가, 특히 길리가 1등이라서 더 기쁘다”며 진심으로 축하했다. 이번 대회 2관왕에 성공한 김길리의 성장을 확인한 최민정은 “사실 저도 과거에 전이경, 진선유 선배님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길리도 저를 보면서 꿈을 키우고 그걸 이뤄가는 과정에 있으니 더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제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대한민국 쇼트트랙이 ‘강하다’는 걸 계속 보여줬던 선수로 기억해주시면 그걸로도 충분하다”며 “이제 길리가 잘할테니 제가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김길리는 선배의 은퇴를 미리 듣거나,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믹스트존에서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김길리는 최민정의 깜짝 대표팀 은퇴 발언을 듣고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언니가 마지막 올림픽이라구요?”라고 반문하는 김길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김길리는 울먹이며 “언니가 끝나고 축하해줘서 너무 감사했다. 저도 언니가 고생한 것을 너무 잘 아니까”라며 “언니를 바라보며 훈련했다. 언니처럼 그렇게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란히 선두로 치고 나간 상황에 대해서는 “특별히 얘기하거나 준비한 건 아니다. 서로 통했다고 봐야죠”라며 웃었다.

밀라노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