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나를 피하는 건…내 몸 냄새 때문일까 [.txt]

한겨레 2026. 2. 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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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진의 예민과 둔감 사이
후각관계장애는 실제로는 자기 몸에서 불쾌한 체취가 나지 않는데도 냄새가 난다고 믿고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질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영미씨는 40대 여성으로 전업주부입니다. 어느 날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앞에 앉은 친구가 코와 입을 손으로 막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보았습니다. 영미씨는 속으로 ‘왜 저러지? 나에게서 무슨 냄새가 나는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던 친구가 갑자기 급한 일이 있다며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영미씨는 순간 자신에게서 땀 냄새 같은 것이 심하게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영미씨는 두 친구의 행동이 자신의 냄새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물어보지는 못하고 자신도 황급히 그 자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집에 온 영미씨는 급하게 냄새를 없애기 위해 샤워실로 향했습니다. 영미씨는 샤워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이 몹시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점차 기억에서 잊혔습니다. 며칠 뒤 다른 친구들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했는데 모두 바쁘다고 하여 약속을 잡지 못했습니다. 영미씨는 ‘왜 모두 나를 피하지?’ 생각하다가 지난번에 커피숍에서 코와 입을 막고 나가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자기 팔에 코를 대고 가만히 냄새를 맡아보았더니 매캐한 땀 냄새가 느껴졌습니다. ‘겨울이라 땀이 많이 나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강한 냄새가 나지?’ 영미씨는 자기 몸에서 심한 냄새가 나서 사람들이 자신을 피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영미씨는 집 밖으로 나가기 전에 매번 샤워를 하게 되었습니다. 샤워해도 냄새가 깔끔히 가시지 않는다는 생각에 샤워 시간도 점점 더 길어졌습니다. 길게는 한시간 넘게 샤워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함께 탄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조금이라도 얼굴을 찌푸리면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믿는’ 강박은 과도한 샤워 강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영미씨는 너무 힘들어 남편에게 자신에게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그래, 요즘 좀 냄새가 나는 것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남편의 말을 들은 영미씨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영문도 모르고 우는 영미씨를 달래야 했습니다. “내가 냄새가 난다고? 어떤 냄새가 나는데? 그래서 나하고 집에 있기 힘들어?” 영미씨는 계속 남편을 쏘아붙였습니다. 남편은 “아니, 좋은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야”라고 변명했지만 영미씨는 점점 자신의 냄새에 대해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영미씨는 자신이 액취증이 아닌지 병원을 찾았습니다. 액취증이란 겨드랑이 부위의 땀샘 이상으로 특이한 냄새가 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전혀 그런 냄새는 없고 정신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했습니다. 영미씨는 남편과 함께 인근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습니다.

검사 결과 영미씨는 강박증의 일종인 후각관계장애(Olfactory Reference Syndrome·ORS)로 진단되었습니다. 후각관계장애는 실제로는 불쾌한 체취가 나지 않음에도, 자기 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난다고 믿고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질환입니다. 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냄새가 난다고 ‘믿는’ 질환입니다. 샤워를 과도하게 하거나, 양치질하거나, 자신의 체취를 확인하기 위해 냄새를 맡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대개 향수, 탈취제, 구강세정제를 과도하게 사용하여 본인에게서 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냄새를 가리려고 시도합니다. 자신의 냄새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멀리 앉거나, 코와 입을 가리거나, 자신을 피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영미씨는 특히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자신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처음 증상이 생겼을 때 커피숍에서 코와 입을 막거나 먼저 자리를 떠난 친구들은, 나중에 확인해보니 자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감기 탓에 콧물이 나왔거나, 다른 약속이 있었는데 미리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일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을 ‘관계사고’(Idea of Reference)라고 합니다. 관계사고는 주위의 평범하고 중립적인 사건이나 타인의 행동이 자신과 특별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예민성이 높아지는 경우에 관계사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민성이 높아지면 타인의 표정, 말투, 행동에 민감해지고, 소리나 냄새에도 민감해지게 됩니다. 당시 영미씨는 자녀의 학업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예민해진 상태였습니다. 영미씨는 이전보다 자신의 땀 냄새에 매우 예민해졌고, 자신의 냄새와 다른 사람이 자신을 피한다는 생각을 관계사고로 다시 연결 짓게 되었습니다. 영미씨가 보인 증상은 ‘후각과민증’(Hyperosmia)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후각과민증은 냄새에 극도로 예민하여 일상적인 향기나 미미한 냄새에도 구토, 두통, 심한 불쾌감을 느끼는 질환입니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냄새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나는 냄새에도 민감하게 됩니다.

영미씨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의 냄새 때문이라고 잘못 연관시켰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거나 코와 입을 막아도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남편도 영미씨에게서 나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복해 확인해주었습니다. 영미씨는 비로소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과도하게 씻는 습관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개인별로 자세한 것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진료, 상담하면서 파악해야 합니다. 기사만 읽고 자기 자신을 진단하거나 의학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기사에 나오는 사례는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경우를 통합해서 만들었습니다. 모두 가명을 쓴 것임을 밝힙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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