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은 닳았고, 마음은 멍들었다… '마지막 예감' 최민정, 銀 따고 펑펑 운 이유 [2026 밀라노]

전상일 2026. 2.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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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의 차가운 빙판 위, 태극기를 두른 작은 거인의 어깨가 하염없이 떨렸다.

2018 평창의 빙판을 거침없이 가르던 막내는, 어느덧 상처투성이 주장이 되어 2026 밀라노에 섰다.

입술을 깨물며 빙판 위를 달렸고, 진종오, 김수녕, 이승훈 등 기라성 같은 전설들을 넘어 기어코 '대한민국 동·하계 올림픽 통산 최다 메달 단독 1위(7개)'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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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최민정이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확보 후 태극기를 두른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밀라노의 차가운 빙판 위, 태극기를 두른 작은 거인의 어깨가 하염없이 떨렸다. 스케이트 고글 너머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눈물. 그것은 단순히 은메달을 향한 아쉬움도, 대기록 달성의 기쁨만도 아니었다. 그 뜨거운 눈물은 지난 8년,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가장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졌던 '여제'가 마침내 자신을 옭아매던 왕관의 무게를 내려놓으며 터뜨린 짙은 회한이자 후련함이었다.

21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최민정(28·성남시청)은 결승선을 2바퀴 남기고 소속팀 후배 김길리(22·성남시청)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었다. 결과는 은메달.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한 최민정의 얼굴에는 일말의 그늘도 없었다. 도리어 땀범벅이 된 후배를 꽉 끌어안으며 "1등이 한국 선수라서, 그중에서도 길리 너라서 정말 다행이고 기쁘다"며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자신을 동경하며 자라난 앳된 후배에게 가장 빛나는 자리를 물려준 선배는 "길리도 나를 보며 꿈을 키웠고 잘 해줬다. 덕분에 나는 이제 한결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이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담담하게 내뱉은 그 한마디는 그래서 더 가슴을 먹먹하게 찌른다.

은메달 시상식에서 눈물 흘리는 최민정.연합뉴스

2018 평창의 빙판을 거침없이 가르던 막내는, 어느덧 상처투성이 주장이 되어 2026 밀라노에 섰다. 그녀가 세계의 견제와 맞서 싸우는 동안, 빙판을 박차고 나가는 무릎은 닳고 닳아 비명을 질렀다. 어디 그뿐인가. 동료의 고의 충돌 논란 등 빙판 밖의 모진 풍파는 그녀의 마음에 깊은 멍을 남겼다.

하지만 최민정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며 빙판 위를 달렸고, 진종오, 김수녕, 이승훈 등 기라성 같은 전설들을 넘어 기어코 '대한민국 동·하계 올림픽 통산 최다 메달 단독 1위(7개)'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섰다. 이 위대한 7개의 훈장은 천재성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뼈를 깎는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낸 피와 땀의 결정체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길리와 은메달을 차지한 최민정이 서로를 안고 있다.연합뉴스

그녀는 "7개의 메달을 내가 다 따냈다는 게 안 믿긴다. 무릎을 비롯해 아픈 곳도 많았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이제 후회는 없다"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 뒤, "오늘은 경기를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이제 올림픽에서는 나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눈물 섞인 작별 인사를 털어놓았다.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한 여제의 고백. 그제야 우리는 깨닫는다. 우리가 그녀의 금빛 질주를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다는 것을. 철인 같았던 최민정 역시, 아프고 상처받으며 그 모든 것을 속으로 삭여내던 평범한 청춘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기에 후회는 없다는 최민정.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쇼트트랙 여제의 찬란했던 마지막 무대. 이제는 우리가 아낌없는 기립박수와 따뜻한 눈물로 그녀를 안아주어야 할 시간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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