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CIA’ 출범 초읽기…일본이 부럽고 두려운 이유 [쓴소리 곧은 소리]

조경환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 2026. 2.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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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로 흩어진 정보 수집·분석 기능 통합…‘국가정보국’ 신설로 역량 강화
‘중국 억지’ 스파이 방지법도 추진…한국은 방첩 정보-안보 수사 기능 분산

(시사저널=조경환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강한 보수의 민족주의자이자 대(對)중국 강경론자인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의 평화주의 체제를 변경할 동력을 얻었다. 작년 10월4일 집권 자민당 총재에 선출되고도 일본유신회와 연립정부를 겨우 이루어 우여곡절 끝에 총리가 된 때가 넉 달 전이다. 하지만 2월8일 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이 전례 없는 3분의 2를 넘는 의석을 석권한 것은 그에 대한 민심의 보증임이 분명하다. 

다카이치의 정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게 군사력 강화라면, 그 근저에 국가정보를 고도화하고 스파이 방지 법제를 갖추려는 자민당의 오랜 노력이 자리한다. 

2024년 12월9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국군방첩사령부 앞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홍현익 국방부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장(오른쪽)이 1월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방첩사 해체 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카이치, '파이브 아이즈급' 정보국가 포석

우선, 다카이치 총리는 지금을 "전후에 가장 가혹한 안보 환경"이라고 진단하고, 국익 수호 및 국민의 안전보장을 최우선으로 한다. 총리 취임 직후인 작년 10월말 '국가정보국 신설'을 검토하라고 내각관방장관에게 지시했다. 국내외 정보를 종합·판단하는 컨트롤타워로서 국가정보국을 총리 직속으로 두어 관저 주도의 정보체계를 확립하며, 그 장(長)에게 각부 지시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관방장관이 의장이던 차관급의 내각정보회의를, 총리와 각료가 참가하는 국가정보회의로 격상하고, 국가정보국이 그 사무국을 겸하게 된다. 

일본의 국가정보국은 미국의 해외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에 연방수사국(FBI)·국가안보국(NSA) 등 18개 정보기관을 통할하는 국가정보장(DNI)을 합체한 기구를 상정한 듯하다.

패전 후 일본은 연합국에 의한 비군사화 조치와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 때문에 국가정보기구를 해체하고 관련 법제를 폐지했다. 현재의 정보공동체는 내각관방의 내각정보조사실을 중심으로 외무성, 방위성, 경찰청, 공안조사청, 해상보안청 등으로 분산되어 성·청 할거주의와 주도권 다툼이 격렬하다. 정보의 집약·공유는 원활하지 않고, 해외 인적정보(HUMINT) 수집·공작기관과 국내 방첩전담기관이 없다. 

해외정보로 세계를 경영하는 미국이 9·11 테러를 당하고 나서 FBI를 중심으로 국내 정보를 강화하고 DNI를 창설해 국내외 정보 융합에 힘쓴다면, 일본은 기존의 국내외·경제 정보 수집과 대테러에 더해 해외정보기구를 갖고자 애를 쓴다. 아베 2차 내각은 2013년 12월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그 사무국인 국가안전보장국(NSS)을 창설했다. 정보 통합·공유 촉진을 위해 NSS가 내조실 등 정보기관에 정보 수집과 분석을 요청한 뒤 이를 집약·종합 정리해 총리·관방장관·외무대신·방위대신으로 구성된 '사대신 회합'에 제공하는 틀은 만들어 놓았다. 

2012년 알제리 일본인 인질 사건에 이은 2015년 이슬람국가의 일본인 참수 사건은 대외정보에 무기력한 일본에 충격을 주었다. 이는 외무성 국제테러정보수집단 발족으로 이어졌고, 동경해 왔던 CIA의 일본판 창설을 물밑 추진하게 된다.

아울러, 다카이치 총리는 방첩 법제화 드라이브를 건다. 작년 11월1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외국 세력의 공작이나 정보 절취를 포함해 일본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리스크에 대응하겠다"며 스파이 방지 관련법제 정비에 의욕을 보였다. 이는 선거공약이며 연립정부 합의서에도 명기돼 있다.

스파이 방지 법제화는 미·일 동맹 강화와 중국 억지의 발로다. 미국의 정보를 받기 위해서는 정보보호체계가 완비되고, 위협 인식과 전략적 타깃이 일치돼야 한다. 그리고 스파이 행위를 처벌하려면 죄목이 존재해야 한다. 미국은 일본을 정보 유출 취약국가로 평가했고, 2013년 7월 '정보보호에 대한 미·일 협의' 이후 비밀보호법제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해 12월 아베 정부는 특정비밀보호법을 제정했다. 외교·방위·스파이·테러리즘에 경제안보가 추가돼 총 5개 분야의 비밀을 유출하면 최고 10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그런데 특정비밀보호법은 한계를 내포한다. 법의 목적이 비밀의 관리와 유출자 처벌에 있지 침투·포섭·탈취 공작의 스파이 행위 자체를 벌할 근거는 아니다. 법 적용도 5개 분야에 '지정된 비밀'만이다 보니 미지정 정보나 산업기술, 정치·학술 영역 침투에는 대응하기가 곤란하다. 사후 처벌 중심이어서 사전 확인·견제·차단의 방첩이 애매하다. 외국 정보기관에 의한 스파이죄가 아닌 형사·외환범죄 등으로 우회 처벌된다. 명확한 스파이 방지법이 있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서방의 정보기관들은 일본을 법제 미비 국가로 인식해 정보 협력을 꺼린다. 중국·러시아·북한 정보기관들은 일본의 학계·기업·지자체·정치권 등에 대한 침투를 확대하고, 첨단기술·반도체·AI·우주·방위산업을 노린다.

정보실패 발생하면 국가안보에 치명적

요약하자면, 특정비밀보호법이 비밀을 지키는 것이라면 스파이 방지법은 외국 정보기관의 스파이 활동을 범죄화해 그들을 잡는 것이며, 국가정보국은 국내외 정보의 수집·분석·종합 판단 및 공작·방첩을 통할한다.

일본의 안보·정보 중시가 주목되는 이유는 첫째, 총리와 초거대 집권당, 국민의 상황 인식이 같다는 점이다. 둘째는 동맹인 미국의 요구로 진행됐고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받으며 이는 향후 일본이 미·영·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정보 협력체인 '파이브 아이즈'에 합류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셋째, '전쟁 영구 방기, 군 전력 불보유 및 교전권 부인'의 일본 헌법 제9조를 개정해 전쟁 가능 국가로의 전환과 연동된다. 정보력은 전쟁이나 군사충돌 전 단계에서 통수권자에게 옵션을 제공한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 시 그 기지 공격 및 중국에 의한 대만 유사 등에 대한 대응 역량 구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그리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및 후속 관리 등에서 정보기관의 조기경보, 파괴·영향공작, 군사작전 선도, 사이버전 및 종합판단 기능은 이미 실증된 상황이다.

국내를 돌아보면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 파워 6위, 수출 6위, 재래식 군사력 5위, 방산 매출 10위인 한국은 확장할 것과 지킬 것이 그만큼 많다. 우리가 정보기관에 대한 내외부 통제 강화와 민주성에 치중하는 사이에도 동북아에서 북한 및 미·중·일·러의 정보 각축은 치열하다.

그런데도 국가정보원의 전략적 목표는 흐릿하고, 국내 안보정보는 주체도 불분명하며, 방첩 기능은 분산을 향한다. 분리·경쟁의 순기능이 없지는 않으나 위협인식 이완과 정보의 분절·사각이 발생해 정보실패가 일어나면 치명적이다. 김정은 정권의 대남 '적대적 교전국' 노선은 불가역적인 쪽으로 강화되며 핵미사일 위협은 직접적이다. 글로벌 지정학과 역내 정세의 다이내믹은 매우 유동적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겠다. 일본이 부럽고도 두렵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경환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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