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한계 넘을까…궤도 위 데이터센터 경쟁 본격화
미국·중국·유럽 민간 기업 도전장
우주방사선·무중단 연결 기술은 한계
국내 생태계 부재…공급망 기업 수혜 예상

최근 인공지능(AI)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상 데이터센터는 전력·냉각·부지 확보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초거대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과 열 처리, 대규모 인프라 구축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구 궤도에 연산 기능을 배치하는 이른바 ‘우주 AI 데이터센터(In-Orbit Data Center)’ 개념이 글로벌 기술 경쟁의 새로운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궤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9년 약 17억7000만 달러 규모에서 2035년 39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6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전력 제약과 AI 인프라 확장 수요가 맞물리며 장기적 신시장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업계가 우주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전력 문제다. 미국 에너지부(DOE)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소비한 전력은 2023년 기준 미국 전체 전력의 약 4.4%를 차지했으며,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8년에는 6.7~12%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AI 모델 고도화로 GPU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전력 소비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냉각 역시 중요한 부담 요인이다. 고성능 반도체는 대량의 열을 발생시키며, 이를 제어하기 위해 막대한 냉각 설비와 수자원이 필요하다. 입지 확보 또한 전력망, 냉각 인프라, 규제, 지역 수용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복합 과제가 되고 있다.
우주는 이러한 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환경으로 평가된다. 기상 변화나 낮·밤 주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궤도에서는 태양광을 장시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진공 환경을 이용한 복사 냉각 설계가 가능해 물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 부지 제약이 사실상 없어 대규모 인프라를 모듈형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민간 우주기업 아다스페이스(ADA Space)는 2025년 5월 ‘삼체(Three-Body) 연산 위성군’ 프로젝트의 첫 번째 위성 12기를 발사하며 궤도 기반 컴퓨팅 실증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약 2800기의 위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우주에서 분산형 AI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각 위성에는 수백 테라연산급(TOPS) 처리 성능의 AI 프로세서와 수십억 개 매개변수 규모의 모델을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탑재된 것으로 전해진다. 위성 간에는 레이저 기반 고속 통신 링크가 적용돼 대용량 데이터를 궤도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상으로 모든 원본 데이터를 내려보내는 대신 필요한 결과만 전송하는 방식의 효율적 데이터 처리 체계를 검증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2022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소형 엣지컴퓨팅 장비를 설치하고, 궤도에서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실증을 진행해 왔다. 이는 지상과의 통신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현장에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기술 시험 성격의 프로젝트다. 유럽에서는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가 주도한 ASCEND 연구를 통해 궤도 기반 데이터 처리 인프라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고 개념 설계 수준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은 아직 개념검증(Proof-of-Concept) 단계에 머물러 있어, 본격적인 상업 인프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기술적 과제도 분명하다. 우주 방사선은 반도체 신뢰성을 저하시킬 수 있어 내방사선 설계와 시스템 이중화가 필수적이다. 대기와 유체가 없는 환경에서의 열 방출, 위성 간 네트워크 안정성, 궤도 혼잡과 우주 잔해 충돌 위험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한 저궤도 위성의 특성상 지상과의 지속적인 연결이 제한되기 때문에 실시간 서비스보다는 배치형 연산이나 데이터 전처리 업무에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에서는 아직 ‘우주 데이터센터’를 직접 추진하는 기업은 없지만, 관련 기술 생태계는 점진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발사체 분야에서는 민간 우주기업들이 상업 발사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민간 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는 소형 위성 발사를 목표로 한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외 위성 고객을 대상으로 상업 발사 계약을 추진하는 등 민간 발사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소형 궤도 발사체 개발을 추진하며 한국의 민간 발사 역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우주 기반 데이터 처리와 위성 활용 수요가 확대될 경우 국내에서는 ‘플랫폼 구축’보다 관련 기술을 공급하는 산업군이 먼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발사체 분야에서는 소형위성 발사 서비스를 준비하는 민간 기업과 발사체 부품·엔진 제작에 참여하는 항공우주 제조업이 위성 발사 증가에 따른 직접적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위성체와 탑재체를 설계·제작하는 위성 제조 산업 역시 지구관측, 통신, 데이터 수집용 위성군 확대와 함께 성장 여지가 크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저전력·고신뢰성 설계, 내방사선 대응 기술 등 우주 환경용 전자부품 개발 역량이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위성 간 통신, 지상국 운영,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전력·열관리 장비를 담당하는 네트워크·광학·전자 기업들도 우주 인프라 확장 과정에서 연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대통령 “왜 RTI만 규제하나...기존 다주택 대출 규제 방안 지시”
- 삼성전자 노사, 올해 임금교섭 결렬…조정 절차 돌입
- ‘무기수 전락’ 윤석열 전 대통령..재판부 “王도 반역 대상”
- 금수저 민원 폭주에 최가온 ‘금메달 현수막’ 뗐다?…구청에 확인해 보니
- ‘의전 갑질’ 의혹에 법적 대응…황희찬 측 “악의적 음해, 허위사실 고소”
- 150조 국민성장펀드에, 5개월만에 170조 신청 들어왔다
- 美, 진짜 이란 공격하나...“몇 주내 충돌 가능성 90%”
- 해외서 ‘불닭 짝퉁’ 판치자…삼양식품 ‘Buldak’ 상표권 등록 추진
- 맥도날드도 20일부터 가격 인상
- 李 대통령 “HMM 이전도 곧 합니다”…부산이전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