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유승은 '끼' 알아본 엄마 "다쳤을 땐 처음으로 그만두자 했는데"

권혁준 기자 2026. 2.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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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때 '방과 후 수업'서 재능…직접 스노보드 선택"
"아빠와 개인훈련 '신의 한수'…기대도 못한 메달까지"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유승은과 어머니 이희정 씨. ⓒ News1 권혁준 기자

(밀라노=뉴스1) 권혁준 기자 = "엄마가 스노보드 캠프(선수반)에 보내서 하게 됐어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딴 유승은(18·성복고)은 스노보드 선수를 시작한 계기를 말하며 '엄마'를 떠올렸다.

유승은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탁구, 수영, 스케이트보드, 서핑 등 다양한 과목을 접했다. 어머니 이희정 씨(47)가 일찍부터 어린 딸의 운동 재능을 알아본 것이다.

이 씨는 "어릴 적부터 방과 후 수업 같은 걸로 운동을 시키면 항상 중간 이상은 했다"면서 "수영은 키가 작은 데도 또래 사이에선 돋보였고, 탁구와 서핑은 선수 제안까지 받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스노보드 선수'의 길을 튼 건 어머니가 아닌, 유승은 본인의 의지였다.

이 씨는 "어렸을 때는 어디든 보내놓으면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했는데, 중학교쯤 돼서 머리가 크니까 자기 생각이 확고해지더라"면서 "서핑과 스케이트보드는 취미로만 하고 싶어 했고, 스노보드 선수를 원했다"고 했다.

유승은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또래보다는 다소 늦은 출발이었다. 그래도 탁월한 재능에 노력을 더해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데 예상 못 한 암초에 부딪혔다. 2024년 11월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월드컵에 참가한 그는 1차 시기에서 빼어난 연기를 펼친 뒤 2차 시기에서 큰 부상을 당했다.

이 씨는 "그전까지 거의 안 알려진 선수였는데, 1차 시기에서 정말 잘해서 관계자들이 '누구냐'고 할 정도였다"면서 "약간 들떴는지 2차 시기에서 안 하던 실수를 하면서 크게 다쳤다"고 했다.

스노보드 유승은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묘기를 부리고 있다. 2026.2.10 ⓒ 뉴스1 김성진 기자

오른 발목 골절에 인대 파열까지, 유승은은 그대로 수술대에 올랐다.

언제나 딸에게 '할 수 있다'고 독려하던 엄마도 처음으로 '그만두자' 말했다.

이 씨는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올림픽까지는 해보자고 다독였는데, 발목까지 부러지고 나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울면서 그만하자고 했는데, (유)승은이는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엄마가 그만두자고 하는 게 슬펐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오히려 '괜찮다, 다시 한번 해보자'고 했다. 평상시에는 '빨리 때려치워야 한다'고 하더니, 그럴 땐 달라지더라"고 덧붙였다. 유승은이 처음 스노보드를 배운 것도 '스노보드광'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유승은은 안간힘을 썼다. 병원에서 "어떻게든 나갈 수 있게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독려했으나 무엇보다 유승은 스스로 독기를 품었다. 지난해 11월 손목 부상을 당했을 때도 깁스를 하고 출전한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땄을 정도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유승은은 기어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몸에 철심을 박은 상태로, 완벽하지 않은 몸으로 티켓을 손에 쥐었다.

나아가 주종목 빅에어에서 침착한 연기를 펼치며 값진 동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유승은의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 출전 자체가 '기적'이었지만, 엄청난 성과까지 일궈냈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유승은이 메달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10 ⓒ 뉴스1 김성진 기자

이 씨는 "메달을 딴다는 기대는 전혀 못 했다"면서 "올림픽 전 아빠랑 개인 훈련을 한 게 '신의 한 수'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승은이가 중국을 일주일 정도 다녀오면서 '에어매트' 훈련을 잠시 하더니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하던 기술까지 소화했다. 그때가 아니었으면 대회에서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딸이 부상을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고된 과정을 거쳤는 지 누구보다 잘 아는 어머니는 메달을 딴 순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지난 1년은 정말 생각하기 싫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면서 "승은이가 보드를 바닥에 내팽개친 것도 그런 감정이 나온 것이다. '해냈다'는 느낌에 흥분도가 높아진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내 딸이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게 느낀다.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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