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인센티브와 페널티 사이 [이병주 변호사의 글로벌 판례로 찾는 경영 전략의 Edge]

서경IN 2026. 2.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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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이병주 변호사의 글로벌 판례로 찾는 경영 전략 Edge


영업 담당 임원은 경쟁사의 점유율 상승 추세에 고민이 깊다. “거래하는 소매업체들에게 우리 제품 5종의 매입 목표를 달성하면 결제 대금의 10%를 돌려주면 어떨까? 법무팀 검토가 필요할까?” 팀장이 답한다. “상무님, 좋은 생각입니다. 우리 제품을 많이 살수록 할인해 준다는 데 문제가 될까요?” 하지만 이 질문의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리베이트 자체는 죄가 없다. 문제는 지급 구조이다. 많이 구매하면 더 할인해 주는 것은 거래 효율을 높이고 거래상대방에게 실질적 혜택을 준다. 단순히 많이 살수록 깎아주는 ‘물량 할인(volume discount)’은 비용 절감을 반영한 정당한 보상이다. 그러나 경쟁사 제품 대신 자사 제품을 사는 조건으로 지급하는 ‘충성 리베이트(loyalty rebate)’는 위법한 경쟁사 배제가 문제될 수 있다. 혜택을 주는 할인인지 경쟁제한의 수단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리베이트 구조가 거래상대방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인가, 아니면 경쟁사로의 접근을 차단하는 페널티인가. 특히 목표를 조금이라도 달성하지 못하면 구매분 전량에 대한 리베이트를 잃거나, 구매 물량에 비례해 사후 정산되는 할인폭이 단계적으로 커진다면 경쟁당국의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3M 사건: 하나라도 못 채우면 전부를 잃는다

3M은 1990년대 초 스카치(Scotch) 테이프 브랜드로 미국 투명 테이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장이 변하고 있었다. 유통 방식과 소비자 인식 변화로 일부 테이프 판매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이동했다. LePage’s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스테이플스(Staples), 오피스 디포(Office Depot) 같은 대형 소매업체의 PB 테이프 시장을 파고들었다. 1992년 LePage’s는 PB 테이프 시장의 88%를 차지했다.

3M은 리베이트로 반격했다. 투명 테이프를 포함한 문구 제품에 더해, 의료 제품(반창고 등), 가정용 제품(수세미 등 청소용품), 주택 보수 제품(사포, 접착제 등) 총 6개 제품군을 묶고 고객별 목표 성장률을 설정했다. 3M의 다양한 제품군을 활용한 번들 리베이트였다. 소매업체가 3M의 어느 한 제품군의 구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전체 제품에 대한 리베이트를 모두 잃는 구조였다. 예컨대 대형 소매업체가 3M의 스카치 테이프 대신 LePage’s의 테이프를 구입한 결과 투명 테이프의 리베이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제품군에 대한 리베이트도 전혀 받지 못했다.

3M의 리베이트 지급 규모는 상당했다. 어떤 소매업체에 지급된 리베이트 액수는 LePage’s가 그 소매업체로부터 올린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컸다. 결국 LePage’s의 수익률은 -10%로 급락했고, 많은 소매업체들이 LePage’s와의 거래를 끊었다.

LePage’s는 소송을 시작했다. 3M이 리베이트를 이용해 소매업체들의 LePage’s 제품 구매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3M은 테이프 가격이 원가 이하가 아니므로 적법한 가격 할인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3M의 리베이트는 단순한 가격 할인이 아니며 경쟁사 배제를 위한 수단으로 보고 LePage’s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반독점법을 경제 영역에서 자유로운 선거 보장과 동등한 것으로 보았다. 민주주의가 외부 세력의 방해 없는 자유로운 정치 체제에서만 번성할 수 있듯이, 시장 자본주의 또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자가 견제될 때 생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인텔 사건: 역량 있는 경쟁자도 버티기 힘든 구조인가

유럽에서도 유사한 공방이 벌어졌다. 인텔(Intel)은 델(Dell), 레노버(Lenovo), HP, NEC 등 주요 컴퓨터 제조사(OEM)에게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를 팔면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지급 조건은, CPU의 거의 전부를 인텔로부터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쟁사 AMD가 2000년 EU 경쟁당국에 인텔을 신고했고, EU집행위원회는 인텔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경쟁을 저해하지 않을 특별한 책임이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며 제재했다.

인텔은 자신의 리베이트가 적법한 가격 할인이며, 자신만큼 효율적인 경쟁사라면 충분히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문제된 리베이트가 자신만큼 역량 있는 경쟁사도 시장에서 몰아낼 수 있는 수준인지를 따지는, ‘동등 효율자 기준(As Efficient Competitor test, AEC test)’이 쟁점이 됐다. EU집행위원회는 이 기준은 리베이트 위법성 판단에 필수적이지 않다고 봤다. 다만 인텔의 리베이트는 그 기준에 따르더라도 경쟁사가 이익을 내면서 시장에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EU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인텔의 리베이트가 당연히 위법한 것은 아니며, 관련 시장에서 인텔의 시장점유율을 비롯한 지배적 지위의 정도, 문제된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조건과 방식, 기간 및 액수를 종합 분석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동등 효율자 기준 관점에서, 역량 있는 경쟁사가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지 못할 정도로 봉쇄 효과가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EU집행위원회의 리베이트 분석에 대해서는 경쟁제한 효과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법 판단을 취소했다.

의사결정자가 던져야 할 질문

두 사건은 경쟁 국면에서 리베이트 활용 방안이 간단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리베이트가 경쟁사의 시장 접근을 사실상 봉쇄하는 구조인지, 그리고 역량 있는 경쟁사조차 이익을 내면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인지가 중요하다. 제공하는 할인이 클수록, 그 조건이 복잡할수록 리스크는 커진다.

처음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영업 담당 임직원은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 “이 리베이트가 우리 제품의 전부 또는 거의 전부의 구매를 사실상 요구하는가?” 거래상대방이 경쟁사 제품을 조금이라도 구매하는 순간 기존 할인분을 모두 잃게 하거나 단계별 지급 구조를 통해 거래상대방이 필요한 구매 물량을 모두 구매하도록 한다면, 이는 할인이 아니라 배타적 거래로서 문제될 소지가 크다.

둘, “이 리베이트는 거래상대방에게 주는 인센티브인가, 경쟁사로의 이탈을 막는 페널티인가?”지급 구조가 복잡할수록 단순한 가격 할인보다는 경쟁제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리베이트의 본질은 거래상대방 제재가 아니라 경제적 혜택이어야 한다.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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