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갈아입은 여자, 공허를 연기하다…신혜선의 ‘레이디 두아’

이규희 2026. 2. 2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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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죽은 여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초상을 더듬듯 그려 나간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또렷한 얼굴 한 장이 아니라, 수수께끼 같은 정체다. 목가희, 두아, 김은재, 사라 킴. 위조된 신분을 옷처럼 갈아입은 은밀한 여자다. 치밀한 설계로 상대를 현혹하는 그는 명품 브랜드 ‘부두아’에 몸담은 사업가로, 때로는 양심없는 사기꾼으로 모습을 바꾼다. 신혜선은 이 다층적인 페르소나를 흐트러짐 없이 연기해냈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혜선은 “제가 찍었는데도 재미있게 봤다”며 “설 연휴에 설날 인사보다 ‘레이디 두아’를 잘 봤다는 연락이 더 많이 왔다”고 웃어 보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레이디 두아’는 가짜 신분을 발판 삼아 자신의 인생을 명품으로 바꾸려는 여자 사라 킴(신혜선)과 그의 이면에 숨은 욕망을 추적하는 형사 박무경(이준혁)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지난 13일 공개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시리즈 3위에 올랐고, 한국·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에서 1위를 기록했다.

신혜선이 연기한 사라 킴은 명품 브랜드 ‘부두아’의 아시아 지사장으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The Art of Sarah Shin Hae-sun as Sarah Kim in The Art of Sarah Cr. Kim Eun jeong/Netflix © 2026
신혜선은 “사라 킴이라는 인물이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궁극적으로 ‘고품격의 자기’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 거짓이 있으니 열망을 좇아가면서도 (공)허감이 느껴졌어요. 꿈에 가까이 가도 텅 빈 느낌이랄까요. 지나온 궤적은 부지런하지만, 정작 마음은 허하고 텅 비어있는 느낌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극 중 신혜선은 백화점 명품관 판매원 목가희, 술집 종업원 두아, 사채업자의 아내 김은재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위장된 삶을 이어간다. 온라인에서는 그의 복잡한 인생역전을 두고 타임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오가기도 했다. 신혜선은 “찍으면서도 헷갈렸다”고 웃으며 말했아. “목가희와 김은재, 또 김은재와 사라 킴 사이에는 겹치는 지점이 있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경찰 조사실에서 사라 킴과 박무경이 마주 앉아 펼치는 심리전이다. 두 배우는 과거 드라마 ‘비밀의 숲’(2017)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극의 주축으로 서서 장기간에 걸쳐 밀도 높은 연기를 주고받는다.
The Art of Sarah Shin Hae-sun as Sarah Kim in The Art of Sarah Cr. Kim Eun jeong/Netflix © 2026
“지금까지 작품을 하면서 상대 배우에게 이렇게 많이 의지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 연기를 잘하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준혁 선배님과의 호흡이 정말 중요했어요. 혼자서 계획할 수 없는 장면들이었거든요.”
조사실 장면에 대해 그는 “보통 대본을 읽으면 장면의 분위기가 그려지는데, 이 장면은 그렇지 않았다”며 “이준혁 선배님이랑 함께하면서 아귀가 맞아갔다. 정말 고마운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신혜선. 넷플릭스 제공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지만, ‘레이디 두아’는 스스로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는 평소 카메라 앞에서의 표정과 동선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배우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잠을 줄이더라도 카메라 앞에서의 표정, 움직이고 소리 낼 타이밍을 세세하게 계획하고 완벽하게 연습해가던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식을 바꿨다. 

“사라 킴은 감정선이 이중적이고 모호해요. 모순이 많습니다.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죠. 연습을 많이 해서 정제하는 방식을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이유에요. 이번에는 제가 어떻게 연기하게 될지 저도 모르는 상태로 현장에 갔죠.”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를 내려놓고, 인물의 공허와 흔들림에 자신을 맡겼다. 그렇게 완성된 사라 킴은 욕망과 결핍이 교차하는 얼굴로 남았다.
‘믿고 보는’ 신혜선의 차기작은 오피스 로맨스 장르의 tvN 드라마 ‘은밀한 감사’, 차차기작은  로맨틱코미디 웹툰 원작 넷플릭스 드라마 ‘24분의 1’이다. 

“‘레이디 두아’에서 꽤 딥한 캐릭터를 연기했잖아요. 다음에는 조금은 털어낼 수 있는 밝은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었어요.”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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