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넌 겁쟁이야” 신이슬을 깨운 한마디, 그리고 맑게 빛나던 이름이 중심이 되기까지

[점프볼=정다윤 기자] 이슬이 푸른 결이 됐다. ‘신이슬’이라는 이름처럼 반짝이고 맑은 기운을 품은 그는 어느새 신한은행의 중심으로 서 있다. 이제는 순간의 번뜩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팀의 방향을 비추는 빛으로 반사되어야 할 시간. 매 순간 선택한 책임이 겹겹이 쌓이면서 신이슬의 농구는 점점 더 선명한 색을 띤다. 그리고 그 푸른 결은 신한은행이 기댈 수 있는 등대가 되고 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농구 외적인 부분부터 시작할게요. 예전 금발 머리는 이제 볼 수 없는 걸까요?
머리가 너무 상하고 다 끊기더라고요. 머리는 지금 길러보려고 해요. 근데 염색도 고민하고 있어요. 요즘 흐름이 안 좋아서(웃픔)…. 근데 시간도 안 나서 그냥 내버려 두고 있긴 해요. 색상은 설명하기 어려운데, 약간 보랏빛 나면서도 빨간빛도 나는? 그 중간 색상으로 하고 싶어요.
지난 오프시즌에는 단발머리였는데, 붙임머리를 했더라고요?
원래 그렇게 했어요. 이젠 기르고 있는데, 살짝 숱이 모자란 느낌이 들어서 하고 싶긴 해요. 주변에서 ‘한번 길러보라’고 했거든요. 저는 다 좋아요. 단발도 좋고 긴 머리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선택 장애라는 별명도 있더라고요.
맞아요. 다 좋아해서 그래요. 친구들과 여행 갈 때도 제가 결정을 잘 못하거든요. 제가 가고 싶은 많은 선택지를 친구들한테 보여줘요. 그래서 친구가 한 두 개 골라주죠. 메뉴도 잘 못 골라서…. 다 좋아하거든요(웃음).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넘기기도 해요. 먹는 것도 고수 이런 거 말고는 다 잘 먹어요.
별명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참이슬’ 같은 걸로 불렸거든요. 처음에는 너무 부끄럽고 그것 때문에 주목받는 거 같아서 너무 싫었어요. 근데 계속 듣다 보니 그런 건 없어졌어요.

오늘 사복 패션 꾸밈 단계는 몇 단계인가요?
꾸밈 10단계가 있다면 3단계? 단정하게 농구하는 사람처럼 입었어요. (고)나연이가 도와줬거든요. 옷도 나연이가 빌려준 거고요. 바지는 제가 최근에 구매했어요.
고나연 선수가 왜 빌려줬나요?
상의가 어울리는 게 없는 거예요. 제가 약간 특이한 옷이 많거든요. 근데 이번에 단정하고 농구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연이가 이 후드티 빌려주고 안에는 티셔츠 큰 거 입으라고 했어요. 나연이가 입으라는 대로 입었거든요. 감사하게도 신발은 또 팬이 선물해 주셨어요. 잘 신고 있다고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 후드티는 직접 고른 거였나요?
제가 골라서 왔는데 거의 다 탈락이었어요.
꾸밈 10단계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치마 같은 거 입어요(웃음). 스타일은 또 제가 다 좋아하는 성격이잖아요. 일단 마음에 드는 거 사고 입어보는 것 같아요. ‘어 이거 나랑 괜찮을 거 같은데?’ 생각하면 구매하죠.
요즘 말로는 에겐(여성스러움)녀 스타일로 입을 줄 알았거든요.
놀러 나갈 땐 에겐스러운 옷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맨날 운동복만 입잖아요. 이번 촬영에서는 차마 에겐 스타일로 입을 수가 없더라고요.
소셜미디어에도 예쁜 옷 입으면 선수들이 놀리나요?
평소엔 나연이는 특이하고 그런 옷을 별로 안 좋아해요. (이)두나도 살짝 놀려요. ‘옷만 예쁘면 될 것 같은데….’ 이러고요. 근데 소셜미디어 댓글엔 뭐라고 안 해요. 거기선 오히려 더 잘 입는다고 해주더라고요. 보여지는 부분이라 그런가(웃음)?

경기 뛰는 날에는 가벼운 색조 화장도 하나요?
색깔이 있는 립밤을 발라요. 틴트는 안 바르고요. 처음에 안 바르고 뛰었더니 다들 아픈 사람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는 바릅니다. 예전에 삼성생명에 있었을 때 들었어요. 그때 그 말 듣고 ‘아 색 있는 거 발라도 되겠구나’ 싶었죠.
신한은행 하면 또 미녀 구단이라는 말이 있죠.
맞는 거 같아요. 최윤아 감독님부터 해서 코치님들까지. 선수들도 너무 예뻐요. 순위는 비밀입니다(웃음).
최근에 구단 유튜브도 새로 개설되었다고 하는데요?
구단 대부분이 있었지만 신한은행이 없어서 허전하기도 했거든요. 저희끼리 되게 재밌는 일도 많았는데 담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생겨서 너무 좋아요. 특히 오프시즌 때는 팬들이 저희를 못 보잖아요. 소통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어요.
그러면 유튜브에서 어떤 캐릭터가 되고 싶나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요. 정말 저의 모습 그대로 다 보여드리기 위해서요.
살짝 조용한 성격으로 카메라 울렁증이 있을 것 같은데, MBTI가 어떻게 되나요?
ISTP요. 주변에서도 저를 ISTP 그 자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웃긴 게 ENTP도 나오고 ESTP도 나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조금 반반이지 않을까…. 운동 없는 날에는 외향적이고 있는 날에는 내향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맨날 누워 있거든요. 남 일에도 관심 없고 감정 변화가 크지 않아요.
그러면 쉬는 날에는 뭐 하나요?
누워서 영화, 드라마, 예능을 봐요. 아, 취미로 도자기 공방 가는 것도 있어요.

도자기 공방은 색다른데요.
친구를 기다리다가 그냥 도자기 가게를 찾아갔어요. 그래서 도자기에 빠지게 됐죠. 선생님이랑 같이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것도 재밌거든요. 약간 차분해지기도 해서요. 딱히 취미가 없어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도자기 같아요.
잘 만드는 편인가요?
괜찮다곤 생각하지만 못 만들어도 선생님이 잘 마무리해 주세요. 컵을 주로 많이 만든 것 같아요. 아쉽지만 숙소에는 없어요. 제가 다 만들어서 선물하거든요. 제 거는 딱히 필요 없어서요(웃음). 제가 컵을 잘 안 써서 만들어서 주는 편이에요.
근데 친구를 기다리게 되면 대부분 카페에 가지 않나요?
시간이 많이 떴던 상황이었어요. 그냥 뭘 할 수 있을까 찾아보다가 그냥 도자기가 생각났어요(웃음). 흥미롭기도 했고요.
닌텐도 게임하는 것도 취미라고 들었습니다.
요즘 흥미가 떨어졌어요. 같이 할 사람도 없고, 팀에도 없거든요. 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요. 요즘 핸드폰으로 볼 게 많거든요. 특히 ‘환승연애’가 그렇게 재밌어요.
연애 프로그램을 즐겨 보나요?
잘 안 보는데 ‘솔로지옥’도 보다 말다 했죠. 근데 ‘환승연애’엔 성해은, 정규민님이 나왔던 시즌을 너무 재밌게 봤거든요. 이번 시즌도 재밌다고 해서 보게 됐어요.
직접 출연한다면 어떨 것 같나요?
너무 재미있게 할 것 같아요.
‘솔로지옥’ 하다가 생각난 건데요. 서울 삼성 이관희가 나온 편도 봤나요?
재밌게 봤어요. 농구 선수가 나와서 농구를 알릴 수 있다는 부분도 너무 좋죠. 제가 보기엔 평소 그대로 나오신 것 같아요. 제가 삼성생명에 있을 때 (이)관희 선수도 있었거든요. 많은 대화를 하진 못했지만 주변 사람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똑같은 것 같아요. 외향인이신 것 같고요(웃음).

성격 얘기가 나오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만약 농구 선수가 아니었다면 어떤 직업이 어울렸을까요?
제가 잘하는 게 많이 없어요. 유튜버 같은 걸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하는 거 보면서 되게 재밌겠더라고요. 주변 친구들도 영상으로 찍으면 재밌을 것 같다고 해주고요. 한다면 일상 브이로그?
반대로 이 직업은 못하겠다 하는 건요?
기자? 이런 거 못할 거 같아요. 질문 같은 것도 준비하시잖아요. 말도 잘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미용사도 잘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손재주가 좋지 않거든요. 똥손이라서요(웃음).
2월에는 또 발렌타인데이가 있잖아요. 초콜릿 만들어 본 적 있나요?
앞서 말했듯 제가 만드는 걸 잘 못해서요. 그냥 사는 게 제일 편하죠. 재료 사는 거랑 치우기도 힘들잖아요. 그냥 사 먹는 게 나은 것 같아요(웃음). 앞으로 너무 심심하지 않는 이상 만드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2월에는 설날이 있죠.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나연이가 그냥 떡국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날 떡국이 나온 것 말곤 없어요. 그런 거 말고는 그냥 운동했습니다.
어렸을 때 세뱃돈은 어디 갔나요?
어렸을 땐 많이 받았죠. 아빠 말로는 다 제 통장에 넣었다곤 하시는데 잘 모르겠네요(웃음). 근데 저는 받으면 다 드렸어요. 그래서 어디 갔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안 주면 혼나거든요. 그래서 한 만 원씩은 조금 빼간 것 같은데... 다 드렸죠.
용돈을 준 적도 있나요?
동생도 최근에 생일이었거든요. 용돈 줬는데 ‘고마워’ 이렇게 오더라고요.
아까 촬영할 때 봤는데, 농구화도 커스텀 했던데요?
농구화는 팬분이 선물해 주셨어요. 커스텀은 (김)지영 언니 아는 분이 저랑 (홍)유순이에게 해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팬분이 준 거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서 거기다가 했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넌 겁쟁이야.” 신이슬의 멘탈을 붙잡아 준 한 마디
그 문장은 겁을 확인하는 말이 아니라, 넘어서는 법을 가르친 문장으로 남았다.
이제 신이슬은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찼다. 농구 밖 이야기에선 말괄량이처럼 해맑은 소녀가 먼저 보인다. 다만 농구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 얼굴의 결이 달라진다. 진지함이 겹치며 ‘코트의 사람’으로 돌아온다.
그가 서 있는 자리는 이제 책임을 요구한다. 코트 밖에선 예쁜 미소로 주변을 밝히지만,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눈빛부터 바뀐다. 농구에 진심인 선수는 말보다 태도가 먼저 증명하는데, 신이슬은 그 무게를 피하지 않는다. 자신의 몫을 정확히 짊어지고 매 경기 그 사실을 되풀이한다. 그래서일까. 신이슬은 스스로를 설명하는 단어로 ‘악착같음’을 꺼냈다. 작은 틈을 그냥 두지 않는, 그 집요함이 지금의 주전 자리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중심을 예고한다.
데뷔 후 평균 첫 두자리 득점을 기록 중입니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그 덕분에 그렇게 할 수 있었어요. 근데 팀이 승리해야 하는데…. 생각없이 계속하기만 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아무래도 출전 시간이 늘다 보니 책임감이 더 생겼죠. 농구적으로는 기술보다는 적극성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오프 시즌이 더 특별했을까요?
1번(포인트가드)으로서 리딩하는 걸 많이 준비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2번(슈팅가드)까지 지금 하고 있어요. 오프시즌 때는 리딩에 대한 걸 많이 배웠어요. 스피드 보완이랑 멘탈이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구체적으로 멘탈이 어떻게 강해졌나요?
제가 멘탈이 그렇게 좋진 않거든요. 그걸 감독님이 제 성향을 다 알고 파악하셔서 말씀도 많이 해주신 것 같아요. 책도 읽었지만 감독님과의 대화가 더 컸어요. “너는 겁쟁이야”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제 자신을 파악할 수 있었고 내가 지금 왜 이런 감정이 나오는지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조금 더 참을 수 있고요.
“겁쟁이야”라는 말 들었을 때 어땠나요?
바로 인정했죠(웃음). 감독님과 오랜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다 보이시는구나 싶었어요.
체력도 좋아진 모습입니다.
오프시즌 덕분에 체력적인 부분이 효과를 많이 봤어요. 계속 경기도 적게 뛰는 상황도 아닌데도요. 원래 이맘때쯤 한 번씩 감기가 걸렸어요.
코피도 많이 난다면서요? 인터뷰 전에도 코피를 흘렸다고 들었습니다.
겨울 되니까 더 건조해서 그런 것 같아요. 가습기를 틀어도 그래요. (치료 레이저) 한 번 했었는데 효과가 잠시 있긴 했어요. 코피 때문에 한 팬이 알로에를 택배로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잘 마셨습니다.
리바운드 수치도 눈에 띄게 올라갔는데요?
감독님이 중요시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리바운드예요. 계속 말씀하셔서 저도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거든요. 중요성을 알기도 하고요. 득점보다 리바운드가 적으면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확실히 주전 자리를 꿰찼는데요.
지난시즌에는 경기를 많이 못 뛰어서 아쉬웠어요. 제가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생각했죠. ‘열심히’는 다른 선수들도 다 하는 거잖아요?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자는 느낌으로 준비했어요. 경기 운영을 할 때 안정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임감에 대해 더 말해준다면요?
제가 많이 뛸수록 이기면 좋으니까요. 그런 거에 대한 책임감이 계속 생기죠. 특히 처음 베스트 5로 들어갈 때, 시작을 잘 끊어야 다음 선수들도 편하게 들어오잖아요. 그때가 가장 책임감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최윤아 감독과의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리딩에서의 안정감이 가장 크게 바뀐 것 같아요. 볼을 처음에 잡고 치는 것들이 불안정했었거든요. 지금은 그보다 안정감을 찾은 것 같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최윤아 감독이 “포인트가드 역할은 주되, 부담을 나누겠다”고 한 거 기억하나요?
한편으로는 제가 그 역할 말고도 해야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조금 덜어주시는 건가 싶기도 해요. 또 한편으로는 감독님께 ‘완전한 믿음이 아직은 없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난 시즌보다는 안정감이 더 생겼지만, 더 생겨야 하죠.
돌파가 많아진 배경은요?
그냥 이겨야겠다는 마음으로 해요. 팀 파울이면 더 공격적으로 하고요. 지금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거든요. 몸은 이제 그만 붙여도 될 거 같고 그냥 해야죠(웃음).
MIP는 많이 선정되었는데요. 더 큰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개인 목표는 당장 없어요. 그냥 팀이 이기는 게 저한테는 제일 중요해요. 그게 제 목표이기도 하고요.
‘신이슬’ 하면 떠오르는 한 줄이 있다면 뭐가 좋을지 말해주세요.
‘악착같은 선수’요. 그냥 몸으로만 부딪히기에는 농구는 머리도 써야 되잖아요. 리바운드 적극성도 가져가면서 몸으로 부딪힐라고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연패도 하고 성적이 좋지 않지만 선수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도 너무 속상하고 팬분들도 분명 속상할 거라 생각해요. 매 순간 열심히 뛰고 있으니까 경기장 많이 찾아와주셔서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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