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동물농장 나왔던 미호, ‘호랑이별’로 떠났다···허무한 이유로

서울대공원에서 나고 자란 멸종위기 1급 동물 시베리아 호랑이 ‘미호’(암컷)가 지난 18일 13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호의 폐사 소식을 전했다. 서울대공원은 “미호는 다른 개체와의 투쟁이 발생한 끝에 결국 우리 곁을 떠나게 됐다”며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서울대공원 전 직원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미호는 한국-러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정부가 한국에 기증한 로스토프(수컷)와 펜자(암컷) 사이에서 2013년 6월6일 태어났다. 국제적으로 ‘순수혈통’을 공인받아 6063이란 혈통번호도 부여받았다.
호랑이는 보통 한 배에 2~6마리를 낳는다고 한다. 펜자 역시 미호와 함께 선호(수컷)와 수호(수컷)를 낳았다. 그런데 펜자는 출산 한 달이 지난 뒤부터 세쌍둥이를 돌보지 않았다. 당시 펜자와 새끼 호랑이들이 있는 산실 음수대가 터져서 물이 가득 찼는데, 이를 발견한 사육사가 방사장 문을 열자마자 뛰쳐나간 펜자는 산실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미호와 선호, 수호 등 세쌍둥이 육아는 인간 사육사들이 맡았다.

미호는 새끼 호랑이 시절 SBS 인기 프로그램 <TV 동물농장>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미호가 자신보다 훨씬 작은 미어캣 ‘꾸꾸’에게 겁을 먹어 몸을 잔뜩 움츠리고, 1살 침팬지 ‘관순이’에게 오빠 선호가 얻어맞는 것을 보고 도망치는 장면은 인간 시청자들을 활짝 웃게 했다.
미호는 사람을 매우 좋아했고 성격도 순했다. 애교가 많아 늘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와 눈을 맞췄다고 한다. ‘서울대공원 공식 요정’ ‘로미호(아빠 로스토프의 ‘로’를 성씨처럼 사용)’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미호의 죽음이 알려진 뒤 시민들은 추모를 시작했다. 서울대공원이 지난 19일부터 열어둔 온라인 추모공간엔 ‘미호가 호별(호랑이별)에서 편안하게 지내길 기도한다’ ‘나흘 전 관람객들을 향해 다정하게 팬서비스해주던 미호가 호별로 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서울대공원은 시민들이 오프라인에서도 추모할 수 있도록 다음달 1일까지 남미관 뒤에 있는 동물위령비, 그리고 미호가 생활하던 공간인 맹수사에도 추모공간을 운영한다.
미호가 다른 호랑이와 싸우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투쟁이 일어났냐’ ‘수십 차례 폐사가 반복되고 있는데 과연 이 동물원의 운영 방식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등 서울대공원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공원 측은 “정확한 폐사 원인에 대해선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제 서울대공원에 시베리아호랑이는 8마리만 남았다. 미호의 부모인 로스토프와 펜자, 쌍둥이 형제인 선호, 그리고 동생인 백두, 금강, 해랑, 사랑, 설호 등이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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