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시간 통학’의 결실…85살 만학도, 학사모 쓰다!

■ "배울수록 욕심이 나요" 결혼 50년 만에 '학업 재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25살에 결혼해 가정을 꾸린 이군자 할머니는 75살이 돼서야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50년 만에 이룬 학업의 꿈으로 오랜 배움의 갈증이 모두 해소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젊은 시절, 한복 제작 일을 했던 이 할머니는 무언가를 꾸미고 그리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마침, 지역 복지센터에서 취미로 민화를 그리게 됐고, 한국화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이즈음 경기도 평택의 한 대학에서 전문학사학위도 취득했습니다.
"학위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죠. 근데 그림을 그리다 보니까 좀 욕심이 생겼어요." -이군자
관심이 커지자, 이번엔 덜컥 대학 학사에 욕심이 났습니다. 민화를 제대로 배워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가는 일은 검정고시를 치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당장 등록금 걱정도 걱정이지만, 주변에 '한국화'를 전공으로 둔 대학교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발견한 할머니의 재능을 포기할 수 없던 지도사 선생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등록금을 내고 나면 쓸 돈이 없다는 이군자 할머니의 말에 "원서 넣는다고 다 되는 법은 없으니, 일단 넣어보기나 하자"며 편입을 독려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목원대 미술학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는 늦깎이 대학생이 됐습니다. 할머니 나이 여든셋에 이뤄진 일입니다.

■ '7시간 통학' 결실… 학사모 쓴 '85세 이군자'
자택인 평택에서 대전에 있는 목원대에 가기 위해서는 새벽 3~4시에 눈을 떠야 했습니다.
30분을 걸어간 뒤 정류장에서 6시 5분 버스를 타야, 6시 51분 기차를 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차에서 내려 학교에 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걸음이 느려 통학버스 시간을 맞추기 힘들었고, 어쩌다 시간을 맞추는 날에는 "버스를 잘못 타신 것 같다"는 통학버스 기사의 핀잔이 날아왔습니다.
"막 문을 두드리면 나이 먹은 할머니니까 열어주긴 열어줘요.
저도 학생이에요. 이러고는 제가 부탁을 해요. 나중에 저도 좀 태워주세요." -이군자
통학버스를 놓치는 날이면 전철을 타고 유성온천역에 내려 시내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한참 올라가 104번, 706번 버스를 타고 학교에 내리면, 강의실까지 서너 번 쉬어가며 또 한참을 걸어갔습니다.
그렇게 하루 7시간을 오로지 '통학'에만 활용하면서도 힘든 걸 몰랐다는 이군자 할머니.
학업 성적도 우수해 대부분 과목에서 A 이상 성적을 거뒀고, 어제(20일) 열린 학위수여식에서는 한국화 학위와 함께 '총장 공로상'까지 받았습니다.

■ 인생 2막 이제 시작… "작품 남기고 재능 나누며 살 것"
젊은 학생들의 배려에 성적까지 좋아 대학 시절 내내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는 이군자 할머니.
그러면서도 막상 학교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섭섭한 건 이루 말할 수 없죠. 젊다면, 이제 또 돈이 많다면 진학도 더 하고 싶고,
배움의 욕심은 한도 없어요." -이군자
이미 동네에서는 모두가 알아주는 민화 작가이자 선생님이 된 이군자 할머니.
벌써 또래 '문하생' 셋을 두고 행복한 '그림쟁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가르쳐달라고 하도 졸라대서 길만 가르쳐 줄 테니까 해보자고 했죠.
다리 아프고 허리 아프고 그런 분들인데, 그림 그리는 동안에는 아픈 데가 없대요." -이군자
학위수여식을 끝으로 교정을 떠난 이군자 할머니는 졸업장을 어루만지며 과분한 마음이라면서도 아쉬움은 남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14살 때 꾸었던 꿈을 70년 만에 이뤘기 때문입니다.
"14~15살 때 학교를 보내주지 않으니까, 나는 평생 배우겠다. 그 생각을 했거든요.
시집와서 생활고에 허덕이고 자녀 가르치기도 벅차고 본인 돌볼 시간이 없잖아요.
그런데, 어렸을 때 갈망하던 게 지금 이루어진 걸 생각하면, 꿈은 가져야겠더라고요" -이군자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냐는 질문에 이군자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내가 뭘 하고자 하는 걸 스스로 깨달아야지, 다른 사람이 얘기해주는 거는 소용 없어요.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그리고 귀찮아 말고 실천하면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야 하죠.
그러면 누구나 나처럼 꿈을 이룰 수 있어요. 그러니 젊은이들도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이군자
이군자 할머니의 말씀에 힘을 얻으면서, 끝으로 이군자 작가의 졸업전시회 작품을 소개합니다.
■장생도(민화)/이군자(목원대 졸업전시회 작품/AI 애니메이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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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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