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일본’ 내걸고 압승한 다카이치, ‘자위대 헌법 명기’ 개헌 드라이브
중의원 당선자 93%가 개헌 찬성…日 ‘전쟁 가능 국가’로 속도전 전망
(시사저널=박대원 일본 통신원)
2월8일 실시된 일본의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으로 316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연립여당 일본유신회 의석(36석)까지 합쳐 중의원 총 의석수(465석)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게 된 자민·유신 연합은 '거대 여당'으로서 안정적으로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최대 야당 지위를 점하고 있던 입헌민주당과 제3 야당 공명당이 손을 잡고 중도층 지지 확보를 목표로 결성한 '중도개혁연합'은 기존 167석에서 49석으로 의석을 대폭 상실하며 존재감을 잃었다. 선거 직전의 야당 연합 구성으로 명확한 쟁점을 제시하지 못했던 점,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얼굴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 중진 의원들로 지도부를 구성함으로써 지지자 호응을 얻지 못한 점 등이 야당의 참패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의원 80% "자위대 보유 헌법 명기" 찬성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중의원 선거 압승 후 2월9일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정권의 정책 전환의 핵심은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라며, 특히 위기 관리 투자 및 성장 투자를 통한 일본 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또한 안정된 정치 기반은 '강한 외교'에도 도움이 된다며 '강한 일본'을 향한 외교 및 안전보장 정책을 정비하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다카이치 총리는 "조금이라도 빨리 헌법 개정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혀 헌법 개정을 향한 '도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역시 빠른 시일 내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의 찬반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월18일 소집된 일본 제221회 특별국회에서 제2차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함에 따라, 일본 정계에서 개헌 논의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사히신문과 도쿄대 다니구치 마사키 연구실이 2월8일 중의원 당선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선자의 약 93%가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24년의 67%에서 26%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또 해당 조사에서는 당선자의 80%가 개헌이 필요한 내용으로 '자위대 보유 명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립여당 일본유신회의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전력 불(不)보유 및 교전권 부인을 선언한 헌법 9조 2항을 수정해 '국방군'을 명기하는 헌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자민·유신 연합뿐 아니라 참정당 및 국민민주당 등 야당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의원 선거 참패 이후 '중도개혁연합'의 신임 대표로 선출된 오가와 준야 전 입헌민주당 간사장도 헌법 제9조 수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헌법 9조를 고쳐 자위대를 명기(明記)한다는 자민당의 헌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던 입헌민주당이 신임 대표 아래서 방향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자민당은 4가지 주요 항목을 담은 개헌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자위대 명기와 자위권에 대한 언급이다. 전력 불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선언하고 있는 현행 헌법 9조 2항을 유지하되,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고 '자위'를 위한 조치(자위권)를 인정함으로써 현실과의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긴급사태 조항 추가다. 자연재해나 전쟁 등 긴급사태 시 내각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강화하거나 선거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임기를 연장하는 등의 조치가 가능하도록 긴급사태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참의원(상원) '합구 해소'다.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의 선거제도가 상이한데, 참의원에서는 중·대선거구제와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와 관련해 1표의 가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선거구를 획정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단위를 넘나드는 선거구(합구)가 획정됨으로써 주민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도도부현에서 최소 1명의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합구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자민당의 주장이다. 넷째는 교육제도 충실이다. 고교 교육 무상화 등 교육환경 정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헌법에 좀 더 구체적으로 명기하겠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헌법 개정안 주요 4항목에 대해 연립여당 일본유신회와 야당은 각각 상이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자위대 및 자위권 행사에 대한 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주요 정당의 의견이 사실상 수렴돼 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해외에서는 군대지만 국내에서는 군대가 아닌' 자위대의 지위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전력'으로서의 자위대를 통한 전력 행사를 어디까지 용인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日, '다케시마의 날'에 장관급 안 보낸다
다카이치 총리는 제2차 내각에서 기존 각료 전원을 유임시키고, 중의원 헌법심사회장에 후루야 게이지 전 자민당 헌법개정실현본부장을 임명함으로써 개헌을 위한 환경 정비에 나서겠다는 의욕을 밝히고 있다. 후루야 게이지는 전 아베 내각에서 국가공안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작년 10월10일 대만 건국기념일(쌍십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아베 전 총리 및 다카이치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제2차 다카이치 내각 발족으로 개헌 논의 활성화와 함께, '국가정보국' 창설 및 '스파이 방지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전개되며 '다카이치 색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다케시마의 날'(2월22일)에 장관급 인사 파견을 보류하는 등 다카이치 내각이 실용외교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되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인한 한일 관계 경색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했음에도 다카이치 정권이 헌법 개정을 단기간에 추진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참의원에서는 자민·유신 연합이 총 의석 248석 중 120석만 차지하고 있어 개헌안 발의 정족수(과반수)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협력을 얻어 개헌안 발의에 성공하더라도 국민투표에서 개헌 찬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헌법 개정은 일본의 '국가상'을 바꾸는 중대한 결정인 만큼, 전문가들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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