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의 시선] 점수가 쌓이지 않는다? 수비도 이뤄지지 않는다!
‘공격력 저하’가 ‘수비력 저하’로 연결됐다. 이이지마 사키(172cm, F)도 이를 확인했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사실 기자도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 INTRO
이이지마 사키(172cm, F)는 2024~2025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에 나섰고, 경기당 9.63점 5.3리바운드(공격 2.0) 1.6스틸에 1.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비와 궂은일, 2024~2025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3경기 평균 36분 42초 동안, 12.7점 3.7리바운드(공격 1.7) 2.3어시스트에 1.7개의 스틸. 부산 BNK의 창단 첫 플레이오프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사키는 2025~2026 WKBL 아시아쿼터선수 드래프트에 또 한 번 나섰다. 전체 1순위로 부천 하나은행에 입성했다. BNK 시절과 다른 역할을 맡았음에도, 2025~2026 1라운드 MVP를 받았다. 아시아쿼터 선수 자격으로 첫 ‘라운드 MVP’. 무엇보다 하나은행을 단독 선두로 이끌고 있다.
그러나 사키의 2025~2026시즌 수비력은 2024~2025시즌 같지 않다. 사키의 공격 지분이 높아서다. 무엇보다 사키를 대체할 선수가 많지 않다. 이로 인해, 사키의 부담감이 커졌고, 사키의 체력 저하 속도가 빨라졌다.
다만, 사키의 수비 집념은 여전히 높다. 자신의 매치업을 끈질기게 따라다니고, 수비 리바운드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런 에너지가 동료들에게 잘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사키의 수비 비중은 하나은행 내에서 여전히 높다.
# Part.1 : 도움수비
사키의 매치업은 김지영(170cm, G)이었다. 하지만 사키의 실질적 역할은 ‘김지영 제어’가 아니었다. 페인트 존에서 도움수비. 다시 말해, 진안(181cm, C)을 돕는 것이었다.
사키만 그 역할을 하지 않았다. 정예림(175cm, G)이 사키 대신 수비 범위를 넓혔다. 정예림이 김지영에게 향했고, 정예림이 사키 대신 도움수비수를 맡은 것. 사키는 그때 신이슬(170cm, G)에게 집중했다. 1대1 수비에 신경 썼다.
김정은(180cm, F)도 1쿼터 종료 4분 44초 전 코트로 들어왔다. 사키는 김지영에게 갔다. 김지영과 적절한 거리를 뒀다. 미스 매치인 곳을 도와줬다. 특히, 백 다운하는 홍유순(179cm, C)에게 몸을 기울였다.
하나은행은 신한은행의 속공에 매치업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사키가 비어있는 신지현(174cm, G)을 잘 따라갔다. 신지현의 3점을 저지한 후, 미드-레인지 점퍼. 1쿼터 종료 2분 26초 전 하나은행의 첫 번째 야투를 기록했다.
그리고 사키는 백 다운하는 미마 루이(185cm, C)에게 다가갔다. 루이가 드리블을 처음 할 때, 사키가 루이의 볼을 가로챘다. 도움수비수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하지만 팀을 앞서게 하지 못했다. 팀 공격이 워낙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1쿼터에 낸 점수는 ‘6’에 불과했다.
# Part.2 : 센스 그리고 간결함
사키는 1쿼터에 1초도 쉬지 않았다. 그리고 2쿼터에도 코트를 밟았다. 하나은행과 사키의 수비는 나쁘지 않았다. 정돈된 수비는 그랬다.
문제는 ‘공격’이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공격 실패 후 수비’였다. 야투를 놓친 하나은행은 속공에 참전한 루이에게 실점했다. 2쿼터 시작 2분 47초 만에 6-13. 하나은행 벤치가 첫 번째 타임 아웃을 써야 했다.
사키의 집중력이 더 높아졌다. 볼 없이 움직이는 이혜미(170cm, G)를 정확히 쫓아갔다. 그 후 이혜미의 볼을 군더더기없이 가로챘다. 이혜미로부터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이끌었다. 사키는 자유투 2개 중 1개를 성공했다.
사키의 동작이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특히, 진안이 점퍼를 연달아 성공했다. 하나은행도 2쿼터 시작 3분 59초 만에 11-13. 신한은행의 첫 번째 타임 아웃을 소진시켰다.
사키의 예측이 뒤늦게 나타나기도 했지만, 수비수가 공격수보다 느린 건 당연하다. 그런 걸 감안하면, 사키의 수비 센스는 뛰어났다. 센스를 발휘한 사키는 2쿼터 종료 3분 35초 전 벤치로 물러났다. 경기 시작 후 처음으로 코트에서 제외됐다.
하나은행은 김정은과 진안, 양인영(184cm, F)을 한꺼번에 투입했다. 높이로 승부를 보려고 했다. 하나은행의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17-18. 신한은행과 간격을 좁혔다.

# Part.3 : 기회를 놓치다
휴식을 취한 사키는 3쿼터에 다시 나왔다. 사키의 수비 역할은 비슷했다. 김지영을 막되, 다른 선수들을 돕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키의 매치업은 수시로 달라졌다. 하나은행 수비는 사키 없는 쪽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3쿼터 시작 2분 5초 만에 17-22.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이 후반전 첫 번째 타임 아웃을 써야 했다.
사키는 수비 리바운드를 단속했다. 수비 리바운드 후 직접 치고 나갔다. 그렇지만 사키의 패스가 신이슬에게 걸렸다. 사키의 리바운드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사키는 그 후에도 도움수비를 마음 놓고 했다. 김지영을 버린 후, 루이에게 향했다. 김정은이 사키 없는 지역을 커버했기 때문이다. 사키와 김정은의 합동 작업이 이뤄지면서, 하나은행의 수비가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3쿼터 종료 5분 34초 전 동점(22-22)을 만들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역전해야 할 때마다 실점했다. 루이를 신경 쓰다 보니, 신이슬과 신지현의 볼 없는 동작을 캐치하지 못했다. 3점을 연달아 내줬다. 그 후에는 루이에게 풋백 득점을 헌납했다. 26-33. 이전보다 더 크게 밀렸다.
# Part.4 : 한계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점수 차는 크지 않았다. 하나은행의 2025~2026시즌 경기력을 감안한다면, 더 그랬다. 하나은행이 마음만 먹는다면, 하나은행은 언제든 역전을 노릴 수 있었다.
사키의 손질은 더 빨랐다. 하지만 사키의 손질이 하나은행의 공격 기회로 연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키의 파울이 누적됐다. 하나은행도 4쿼터 시작 2분 32초 만에 26-40. 신한은행과 더 멀어졌다.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이 후반전 두 번째 타임 아웃을 사용했다. 선수들의 수비 텐션이 달라졌다. 하나은행 선수들 모두 자기 매치업을 림과 먼 곳으로 밀어냈다. 신한은행의 공격 성공률을 떨어뜨리기 위함이었다.
하나은행의 달라진 텐션이 효력을 발휘했다. 경기 종료 5분 25초 전 한 자리 점수 차(33-42)를 만든 것. 신한은행의 후반전 타임 아웃까지 소진시켰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수비가 또 한 번 흔들렸다. 외곽 수비를 해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하나은행은 일찌감치 백기를 들어야 했다.
앞서 언급했듯, 하나은행의 수비가 나빴던 게 아니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공격이 너무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났을 때, 하나은행의 점수는 37점. 사키 또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아니. 37점을 넣은 어느 팀이든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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