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돈 10만원 훔치려다 20년 은인을 살해했다…징역 35년 확정 [세상&]
1심 징역 35년…2심도
대법, 징역 35년 확정
![대법원[헤럴드경제DB]](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1/ned/20260221075546972kydv.jpg)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 2024년 11월, 전남 여수의 한 주택에 강도가 들었다. 60대 남성이 10만원을 훔치려다 70대 여성 집주인을 살해했다. 피해자가 “도둑놈아!”라고 외치자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를 휘두른 남성 A씨와 피해자 B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피해자는 고아였던 A씨를 딱하게 여겼다. 20년 넘게 돌봐줬다. 1년에 몇 번은 집에서 재워줬다. 김치나 반찬도 만들어줬다.
20년 지기 ‘은인’이었다.
A(66)씨는 20년 넘게 어선에서 선원으로 지냈다. 집이 없었다. 배가 정박할 때마다 인근 모텔에서 지냈다. A씨는 피해자가 여수에서 운영한 모텔에 우연히 투숙했다. 이때부터 친분을 쌓았다.
몇 년이 흘러 B씨는 모텔 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A씨에게 전화해 “여수에 오면 다른 모텔에서 돈 주고 자지 말고 우리 집에 와서 자라”고 하기도 했다. A씨는 배가 여수에 정박할 때마다 피해자의 집을 찾았다. 피해자는 A씨에게 자신의 방을 내줬다. 본인은 작은 방에서 잤다. 김치나 반찬도 만들어줬다.
A씨와 피해자의 가족도 서로 친하게 지냈다. A씨와 피해자의 배우자는 ‘형님’, ‘동생’ 사이였다. 피해자의 딸들도 A씨를 ‘아저씨’라고 부르며 서로 신뢰했다.
문제는 지난 2024년 10월께 발생했다. 간경병증 등으로 A씨의 건강이 악화했다. 약속한 기간만큼 승선하지 못하면서 수입이 줄었다. 계좌 잔액이 88만원 밖에 없었다. 보험료를 낼 돈도 없었다. 선장은 A씨가 무단으로 하선한 사실을 지적했다. 배에서 내쫓았다. 빌려줬던 300만원도 돌려달라고 했다.
A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편의점에서 하루종일 술을 마셨다. 그때 A씨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피해자가 방 서랍에 현금을 보관한다는 사실이었다. A씨는 피해자의 현금을 훔치기로 결심했다.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었다. A씨는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신원을 가리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 장갑을 착용했다. 입고 있던 바지도 뒤집어 입었다. 피해자를 제압할 목적으로 로프까지 가져갔다. 피해자는 잠을 자고 있었다. 잠에서 깬 피해자는 소리를 질렀다. A씨는 은인을 흉기로 살해했다.
범행 직후 A씨는 도주했다. 공원 풀숲에 범행 도구를 숨겼다. 뒤집어 입은 옷을 제대로 입은 뒤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도망갔다. A씨는 하루 만에 긴급체포됐다. 집 앞 CCTV 영상을 확인한 유족이 A씨를 의심했다. A씨는 전화를 받지 않는 등 범행을 숨겼지만 경찰에 의해 순천에서 체포됐다.
![법원 [헤럴드경제DB]](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1/ned/20260221075547230vapc.jpg)
수사기관은 A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유족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고 했다.
1심은 지난해 4월 A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도움을 줬던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피고인의 배신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비난 가능성도 대단히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입은 고통과 충격을 형언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를 잃게 된 유족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된 것에 대해 슬픔과 고통을 호소하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강도범행은 계획된 것이지만 살인 행위까지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라 단정하긴 어렵다”며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뉘우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개선이나 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고 했다.
검사와 A씨 모두 항소했다.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했고,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했다.
2심도 지난해 8월,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보관하고 있던 단돈 10만원을 빼앗기 위해 피해자의 집에 침입해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평소 피고인에게 도움을 줬던 피해자를 오히려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이므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다만, “피해자에게 발각된 이후 피해자의 집 주방에 있던 흉기를 찾아 제압하던 와중에 살해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살인까지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라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했을 때 1심의 양형(처벌 정도)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심 판결에 대해서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2심)과 같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징역 35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이유를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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