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죽음의 호수에서 희망의 실험으로…양광식교수가 전하는 시화호 이야기②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시화호 복원은 성공했습니다. 30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해냈습니다."
양광식 시화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민간위원(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은 연합뉴스 스튜디오 온라인 강연에서 '죽음의 호수'로 불리던 시화호가 어떻게 '생명의 호수'로 되돌아왔는지, 복원의 분기점과 남은 과제를 짚었다.
양 위원에 따르면 전환은 1996년 봄에 시작됐다. 시화호의 검은 물이 바다로 방류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며 충격이 확산했고, 4월 말 대통령이 수질개선 대책을 직접 지시했다. 환경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급히 모였고, 같은 해 7월 '시화호 수질개선종합대책'이 발표됐다. 하수처리장 건설과 차집관로 확충 등 2001년까지 약 4천5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이었다.
강연에서 양 위원이 '역사적 순간'으로 꼽은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해수 유통' 결정이다. 당초 시화호는 담수호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한시적으로 바닷물을 들이고 빼며 수질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1997년 시범 유통을 거쳐 1998년 하반기부터 상시 개방 체계가 가동되자 "거대한 철문이 열리고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그는 묘사했다.
그러나 초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바닷물 좀 섞인다고 달라지겠냐"는 시각이 적지 않았고, 이미 생태가 무너진 호수에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비관도 컸다. 양 위원은 "물만 바꾼 게 아니라 오염원을 원천에서 줄이는 쪽으로 정책이 움직였다"며 이후 조치들을 복원의 핵심으로 정리했다.
공단 폐수 관리가 대폭 강화됐고, 배출구를 24시간 감시하는 실시간 오염 모니터링 체계(TMS)가 도입됐다. 기준을 넘기면 경보가 울리고 당국에 즉시 전달되는 방식이어서 기업들은 폐수처리 시설 투자를 피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생활하수 처리도 뒤따랐다.
1997년부터 안산·시흥 일대에 대규모 하수처리장 건설이 추진됐고, 2002∼2005년 사이 질소·인까지 걸러내는 고도처리 시설이 단계적으로 들어섰다. 수문은 계절별로 유통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과학적 운영' 체계로 바뀌었다.
정책 전환의 상징적 장면은 2000년 12월이다. 양 위원은 "정부가 시화호를 담수호가 아닌 해수호로 공식 전환했다"며 "수천억 원이 투입된 담수화 계획을 접은 결정"이라고 했다.
수질 변화는 숫자로 확인됐다. 강연에서 양 위원은 해수 유통 이후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빠르게 낮아졌고, 수문 운영 방식 개선과 유통량 확대로 다시 안정세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결정적 '게임 체인저'로는 2011년 시화호 조력발전소 가동을 들었다. 조력발전소 운영이 해수 교환량을 크게 늘리면서 수질이 장기적으로 안정됐고, 최근에는 2∼3ppm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숫자보다 더 감동적인 건 생명의 귀환"이라고 말했다. 작은 물고기들이 돌아오고, 이후 더 다양한 어종과 저서생물이 늘어나는 흐름이 확인됐으며 철새도 관찰 종과 개체수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조간대가 회복되며 갯벌에서도 게·조개·갯지렁이 같은 생물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도 했다.
양 위원은 시화호 복원이 '기적'이 아니라 "의지, 협력, 과학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2024년 시흥시가 '시화호의 날'을 제정하고, 국제 학술 심포지엄과 교육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것도 "복원 경험을 다음 세대의 교재로 남기기 위한 시도"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진짜 기적은 수질 회복만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복원의 또 다른 축은 거버넌스였다. 1999년 시민연대의 문제 제기와 대안 마련이 이어졌고, 2004년 정부 주도로 민관협의체인 시화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출범하면서 정부·지자체·기업·시민·전문가가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협력적 결정으로 전환된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양 위원은 "시화호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공간이 됐지만, 기적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어야 한다"며 "개발과 보존의 균형, 지역사회와의 상생, 국제적 위상 제고까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시화호가 '포기'에서 '희망'으로 방향을 바꾼 복원 30년의 과정과, 협력의 성과 위에 남은 숙제를 강연 영상으로 담았다.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진행 : 유세진, 프로듀서 : 김현주, 구성 : 민지애, 촬영 : 박주하, 연출 : 박소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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