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의 각인 효과

방민준 2026. 2. 2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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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에서 '각인(imprinting)'은 생존과 번식의 출발점이다.

어떤 이는 "세게 쳐야 골프"라는 각인을 갖는다.

골프의 스코어카드는 사실 스윙의 기록이 아니라 각인의 이력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진짜 골프 수련이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각인을 하나씩 풀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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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프로골프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동물학에서 '각인(imprinting)'은 생존과 번식의 출발점이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오리는 처음 본 존재를 어미로 인식하고 평생을 따른다. 종이 달라도, 형태가 달라도 상관없다. 한 번 새겨진 이미지는 본능보다 깊다.



 



미국에는 기러기들이 경비행기를 따라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어미 기러기 대신 조종사를 처음 본 새끼들이 조종사가 탄 경비행기를 따라 하늘을 나는 것이다. 이것은 훈련이 아니라 각인의 힘이다. 머리가 아니라 생명의 기억이 움직이는 것이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아기가 어머니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아이들이 가족의 몸짓과 말투를 닮아가는 것은 모두 성장기의 각인효과 때문이다. 우리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묶이는 힘도 사실은 이 보이지 않는 각인의 실로 짜여 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처음 골프채를 쥐었을 때, 처음 공이 날아오르던 순간, 처음 코스의 바람과 풀 냄새를 맡았을 때 형성된 감각은 평생을 지배한다.



 



어떤 이는 "세게 쳐야 골프"라는 각인을 갖는다. 어떤 이는 "폼이 먼저"라는 신념에 묶인다. 또 어떤 이는 "실수는 부끄러운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슴에 새긴다. 이것들은 이론이 아니라 첫 경험에서 새겨진 정서적 각인이다.



그래서 골프는 나이가 들어도 바꾸기 어렵다. 스윙보다 더 고치기 힘든 것이 '처음 배운 방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각인이 성숙기에도 작동한다는 점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 부드러운 스윙을 배운 골퍼는 나이가 들어도 힘을 쓰지 않는다. 실수를 허용받으며 자란 골퍼는 위기에서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는다.



반대로 처음부터 점수와 비교 속에서 배운 골퍼는 평생 자신을 몰아붙인다. 골프의 스코어카드는 사실 스윙의 기록이 아니라 각인의 이력서일지도 모른다.



 



골프가 어려운 이유는 공이 작아서가 아니다. 우리가 이미 마음속에 새겨진 '첫 골프'를 계속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짜 골프 수련이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각인을 하나씩 풀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기러기가 조종사를 어미로 착각했듯 우리도 한때의 가르침을 진실이라 믿고 날아왔을 뿐이다.



이제는 자신의 날개로 날아야 할 시간이다. 골프는 그 날개를 시험하는 가장 정직한 하늘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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