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AI 이번엔 ‘시댄스 쇼크’…영화계 “우린 끝났다”

이정연 기자 2026. 2. 2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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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 2.0’로 만든 영상의 일부. 등장인물은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를 연상시킨다. 웨이보 갈무리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 2.0’을 둘러싼 논란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이에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은 자사 영화나 드라마 등 저작물을 활용한 영상 생성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시댄스 2.0은 사진 몇장과 짧은 명령어만으로도 유명 배우나 인기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15초짜리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공개 직후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초 중국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상을 보여준 ‘딥시크 쇼크’에 이어 ‘시댄스 쇼크’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아일랜드 출신 영화감독 루어리 로빈슨이 시댄스 2.0을 이용해 제작했다고 밝힌 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의 격투 장면을 담은 해당 영상은 영화의 한 장면과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과 많은 자본이 소요되는 영상 콘텐츠 방식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 2.0’로 만든 영상의 일부. 등장인물은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를 연상시킨다. 웨이보 갈무리

영화계에선 놀라움을 넘어 비관적을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영화 ‘데드풀’ 시리즈 각본가인 렛 리스는 로빈슨 감독이 제작한 영상을 보고 “이런 말을 하긴 싫지만, 우리는 끝난 것 같다”는 감상을 남겼다. 그러면서 “가벼운 농담이 아니”라며 “영상의 완성도에 놀랐고, 바로 이 점이 내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에선 15초로 짧은 영상 제작만 가능하고, 여전히 생성된 영상에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어 영화 제작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시리즈물이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영상이 확산하면서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충격과 함께 저작권 침해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글로벌 오티티(OTT) 넷플릭스는 시댄스를 “고속 해적 엔진(high-speed piracy engine)”이라고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넷플릭스가 최근 바이트댄스에 중단 및 금지 서한을 보내 자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영상 생성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서한에서 시댄스 2.0이 인기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오징어 게임’과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의 등장인물과 장면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세트와 ‘기묘한 이야기’의 괴물 캐릭터 등 상징적 요소가 시댄스 영상 생성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넷플릭스는 “원작을 사실상 재생산하는 경쟁 상업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저작권·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은 공정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바이트댄스는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며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학습 데이터 활용 범위나 기존 생성 영상의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 저작권 분쟁을 넘어,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의 합법성·공정 이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디즈니와 파라마운트 등 콘텐츠 기업들도 바이트댄스에 서한을 보내 자사 저작물을 활용한 영상 생성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넷플릭스와 워너 브러더스 등을 회원사로 둔 미국영화협회는 “미국 저작권·저작물을 대규모로 무단 사용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시댄스 2.0 등장과 이어진 논란은 영상 생성 인공지능이 상업적 파급력을 갖는 도구로 진화한 것을 드러낸다. 특히 바이트댄스는 틱톡이라는 동영상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 확산 속도를 가속하고 있다. 여기에 오픈에이아이, 구글 등 미국 빅테크 중심의 영상 생성 인공지능 시장에 중국 기업이 존재감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고 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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