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02] 북한 골프에서 왜 '티잉 그라운드'를 '출발지'라 말할까

김학수 2026. 2. 21.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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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들은 골프장에서 골프 클럽을 들고 나가 치는 지역을 '티박스'라고 부른다.

이 말은 잔디가 사각형으로 정리돼 생긴 구어적인 표현이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매일경제신문은 1982년 1월26일자 '골프規則(규칙) 해설 <12> 時間(시간) 약속은 절대적'이라는 기사에서 '연습을 위한 스윙을 티잉 그라운드나 그 주변에서 흔히들 하고 있으나 외진 곳을 찾아서 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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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골프장에서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바지와 신발을 착용한 골퍼가 티잉 그라운드에서 샷을 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화면, 연합뉴스]
골퍼들은 골프장에서 골프 클럽을 들고 나가 치는 지역을 ‘티박스’라고 부른다. 이 말은 잔디가 사각형으로 정리돼 생긴 구어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정확한 공식 용어는 ‘티잉 그라운드’라고 불러야 한다. 영어 ‘teeing ground’를 발음대로 한 이 말은 골프 규칙서에 오래전부터 사용한 것이다. 각 홀에서 첫 샷을 하기 위해 지정된 구역 전체를 의미한다.

‘tee’는 골프공을 받쳐 올려놓는 작은 받침을 뜻한다. 어원은 스코틀랜드 방언에서 왔다. 17~18세기 스코틀랜드에서 ‘teaz’ 또는 ‘tee’는 모래 더미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당시 골퍼들은 티 박스에 놓인 모래통에서 모래를 조금 떠 작은 둔덕을 만들고 그 위에 공을 올려놓았다.

이 ‘모래 둔덕’이 곧 tee가 되었고, 이후 나무나 플라스틱 재질의 받침으로 발전했다. (본 코너 36회 ‘왜 ‘티(Tee)'라고 말할까’ 참조)
‘ground’는 고대 영어 ‘grund’에서 유래했다. 뜻은 ‘땅’, ‘지면’, ‘토대’, ‘구역’을 의미한다.

스포츠에서 ground는 단순한 땅이 아니라 경기가 이루어지는 특정 구역을 가리킨다. ‘playing ground’는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teeing ground는 직역하면 “티를 꽂고(teeing) 공을 올려 첫 샷을 하는 구역(ground)”을 말한다. 여기서 ‘teeing’는 동명사 형태로, ‘티 위에 공을 놓는 행위’를 뜻한다. 19세기 영국과 스코틀랜드 골프 규칙서에 등장하면서 정식 용어가 되었고, 전통적인 골프 성지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중심으로 세계에 퍼졌다.

우리나라 언론은 1980년대부터 티잉 그라운드라는 말을 본격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매일경제신문은 1982년 1월26일자 ‘골프規則(규칙) 해설 <12> 時間(시간) 약속은 절대적…’이라는 기사에서 ‘연습을 위한 스윙을 티잉 그라운드나 그 주변에서 흔히들 하고 있으나 외진 곳을 찾아서 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선 티잉 그라운드를 ‘출발지’라고 말한다. 한자어로 출발지는 ‘出發地’라고 표기하며 출발하는 장소라는 의미이다. 북한에선 티잉 그라운드의 구어적인 표현인 티박스는 ‘타격대’라고 번역해 부른다. ‘타격(打擊)’은 공을 친다는 의미이며, ‘대(臺)’는 일정한 장소를 의미한다. 공을 치는 장소라는 뜻이다. 티박스를 기능 중심으로 재해석해 명명한 것이다. (본 코너 1696회 ‘북한 골프에서 왜 ‘티박스’를 ‘타격대’라고 말할까‘ 참조)
출발지라는 말은 얼핏 보면 직관적이고 쉬운 표현처럼 들린다. 첫 타를 ‘출발’하는 곳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단순함 뒤에는 외래어 수용에 대한 원칙과 체제적 지향이 숨어 있다.

북한은 오랫동안 외래어, 특히 영어식 표현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가져왔다. 스포츠 용어를 포함한 전문어들은 자립성과 민족적 특수성을 고려해 순화어로 바꾸려는 경향이 있다. 현실적 기능을 중심으로 개념적 번역을 시도하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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