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계엄 결정 존중돼야”…지귀연의 내란 판단, 어떻게 다른가

이나영 기자 2026. 2. 2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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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 선고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내란 핵심 주동자와 가담자들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줄곧 이어지면서 쟁점에 따라 재판부별로 엇갈리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내란 본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이하 지귀연 재판부)는 특히 윤 전 대통령의 항변을 상대적으로 많이 수용한 모양새였다.

“물리력 행사 자제” vs “감경 사유 될 수 없어”

지귀연 재판부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동원할 수 있는 군경의 숫자에 비해 비교적 적은 수의 군경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등 체포조는 국회 경내로 진입하지 못한 채 체포 활동을 종료했다”고 판단했다. “내란죄는 특이하게도 어떤 위험을 일으킨 행위 자체만으로도 높은 형을 규정한다”며 위험성이 큰 내란죄의 특수성을 언급하면서도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삼은 것이다.

“당시 국회는 회기 중이었으므로 국회에 수천명의 인원이 있어 250~280명의 병력으로 질서유지가 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투입 규모가 많아지면 불안감 조성과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여 소수의 투입 규모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군을 수만명 동원해서 과거와 같은 계엄을 한다면 모르지만, 최소한의 질서유지 병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냐. 상식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다.

이에 반해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이하 이진관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선고에서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됐다”면서도 “이는 국회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고 “12·3 내란가담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12·3 내란가담자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피해 발생이 경미했다거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다는 사정을 깊이 고려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유혈 사태 등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런 엄격한 해석은 ‘한덕수 징역 23년’이라는 중형 선고로 이어졌다.

“계엄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는 지귀연 재판부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비상계엄 선포가 곧바로 국헌 문란 내란죄가 성립되는 건 아니라는 지귀연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거리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 이에 대해 탄핵 등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족하지, 형사 책임의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가)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섣불리 사법심사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절차적 요건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까지의 절차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있는지가 어렵다”고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국가긴급권은 대통령이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헌법상 권한으로서 그 실체적·절차적 행사 요건의 구비 여부에 대한 판단 역시 대통령에게 전속하는 것”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과 맥이 통한다.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판단이 사법심사의 영역이 아니라며 대통령의 비상대권 권한을 크게 확장하면, 여대야소 상황에선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를 추인하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귀연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에 필요한 국무회의 심의 등 어느 정도의 절차 위반을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다고 봤지만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진관 재판부는 국무회의 심의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던 윤 전 대통령을 만류했고,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국무위원 소집을 독려한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계엄 선포를 위해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도록 한 행위 자체가 내란임무종사라는 판단이었다.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참석했다는 서명을 지시한 것도 마찬가지로 유죄였다.

내란 가담 입증 정도는 어디까지?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외 7명의 군·경 관계자 중 김용군 전 대령과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대령은 2024년 10~11월 ‘부정선거 수사단’ 구성에 활용될 군사경찰 추천 명단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넘기고 그해 12월3일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해 비상계엄 계획을 공유했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노상원의 계획에 공모·가담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김 전 대령이 비상계엄 이후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노 전 사령관과 왜 접촉했는지 진술이 일관되지 않지만 재판부는 “이해하기 어려운 진술을 한다는 사정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할 수 없”으며 “부정선거 관련 수사를 할 만한 역량이 있다거나 능력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무죄의 이유로 댔다.

윤 전 조정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조 지원 요청을 받은 뒤 이를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보고해 승인받아 체포 행위에 공모·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비상계엄하 매뉴얼에 따라 합동수사단을 지원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지원 요청에 협조한 것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 하에 이뤄지는 행위임을 공유·인식하면서 이를 지원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내란 가담 증명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것인데, 이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 이하 류경진 재판부)와의 판단과도 차이가 있다. 류경진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내란 행위 지시를 받은 군경 지휘관들과 소속 인원들이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사실상 지시를 거부한 점을 볼 때 평균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도 계엄 선포와 후속 행위에 위헌·위법 요소가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극적인 임무 수행으로 내란에 저항한 군경의 사례를 들며 내란 가담 혐의의 죄책을 인정한 셈이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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