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마에 23만원 넘었다···계속 오르는 쌀값, 적정 가격 얼마여야 하나[경제뭔데]

김세훈 기자 2026. 2.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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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실패 vs 가격 정상화…여야 ‘쌀값’ 공방
농민단체는 “쌀 한공기 300원은 해야” 주장
인건비·유통비 등 포함 소비자가격과는 차이
농식품부, 과잉 수급 구조 해소용 사업 올 신설
지난해 10월16일 서울 강남구 양재천 벼농사학습장에서 한 시민이 지난 6월 손 모내기한 벼를 바라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정책 실패’인가, ‘가격 정상화’인가.

쌀값이 80kg당 23만원을 돌파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설 연휴를 앞두고 ‘쌀값’ 공방이 오갔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쌀값 오름세를 두고 “정부의 수급 예측, 비축미 운용, 시장격리가 흔들린 ‘정책 실패’”라고 지적했습니다. 쌀값이 급격하게 올라 밥상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오랫동안 눌렸던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과정”이라며 정부를 옹호했습니다. 쌀값 상승이라는 같은 현상을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온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 쌀값은 높은 걸까요, 낮은 걸까요?

우선 최근 쌀값 흐름만 놓고 보면 야당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당 23만232원입니다. 쌀값은 지난해 10월 24만7952원으로 정점을 찍고 연말 22만원 후반대로 하락했다가 다시 올라 23만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약 22%가량 오른 수준으로 2월 기준 역대 최고치인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가 수급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정부는 통상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과잉공급되는 쌀을 격리하곤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애초 올해 2025년 쌀 10만t 격리 방침을 밝혔다가 최근 쌀값 상승세가 가팔라지자 이달 초 격리 보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말 햅쌀이 풀리면 공급이 늘어 가격 상승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봤지만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인데요.

이달 중순에 들어서는 부랴부랴 비축한 양곡을 시장에 풀기로 하고 공급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정부는 현재 농가 등에 비축된 벼 재고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1일 “지난해 10월에 햅쌀이 예상보다 더 많이 소비됐을 수 있다”며 “농가에서 ‘정부에서 추가 수매가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기대하고 벼를 쌓아두고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시계열을 길게 잡으면 다른 모습도 보입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분기 기준 도매 쌀값(전년 동기 대비)은 2023년 -7.6%, 2024년 -2.3%, 지난해 -1.8%로 계속 하락했습니다. 소비자 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쌀의 고질적인 공급 과잉 때문인데요. 최근 높은 쌀값 상승률은 그간 가격이 눌려왔던 것의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쌀값 상승률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두드러집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쌀 가격 상승률은 45.7%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56.7%)보다 낮은 편입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회에서 “물가지수와 비교하면 쌀값(20kg 기준)은 7만2000원대가 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며 “현재 가격은 생산자로서는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쌀생산자협회 등은 정부가 정부미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하자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소비자 보호가 아닌 농민 희생’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렇다면 농민단체가 생각하는 적정 쌀값은 얼마일까요? 농민단체들은 쌀 적정 가격으로 ‘밥 한공기 300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농업전망 2026’에서 밥 한공기 가격을 300원으로 가정했을 때 응답자 89.5%가 ‘저렴하거나 적정하다’고 답했다는 것이 근거입니다. 한국인의 쌀 하루 소비량(약 150g)을 고려하면 하루에 400원 수준입니다.

물론 이 ‘한공기 300원’이라는 수치는 단순 재료비만 계산한 것으로, 인건·유통비 등이 포함되는 소비자 가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김밥집, 떡집 등 쌀을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곳은 오름폭이 훨씬 크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다만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데도 마치 고물가 ‘주범’인 것처럼 지목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 농민단체 주장입니다.

결국 쌀값 공방은 소비자와 농민 간 관점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농식품부는 두 입장 사이에서 적절하게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입장인데요. 구조적인 쌀 과잉 수급 해소가 가장 급선무라고 보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급조절용 벼’ 사업을 신설했습니다. 수급조절용 벼 사업은 벼의 사용처를 가공용으로 한정해 과잉 공급을 예방하는 사업인데요, 쌀 수급 부족 등 유사시에는 밥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역할을 합니다.

선제적 수급조절 대상 양곡을 민간을 포함한 전체 양곡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양곡관리법도 올해 8월 시행을 앞둔 만큼 정부의 노력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쌀값은 얼마가 적정하다’고 할 수는 없고, 결국 업계와 소비자 간 의견을 수렴해 미세조정해나가는 수밖에 없다”며 “개정 양곡법으로 생산량과 가격의 기준을 정할 수 있게 되면 적정 가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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