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본초여담] 의원은 심한 변비환자에게 대나무를 이용해 참기름 관장을 했다

정명진 2026. 2.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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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변비라고 해서 무작정 설사를 시켜서는 안 된다. 변비에는 실비(實秘)와 허비(虛秘), 노인 변비 등이 있는데, 원인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 심한 경우는 항문으로 환약을 만들어 넣거나, 대나무를 이용해서 참기름을 넣어 관장을 하기도 했다. 챗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옛날 변비를 잘 치료하는 의원이 있었다. 이 약방에는 전국 각지에서 심한 변비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왔다. 남자는 “지금 며칠째 대변을 못 보고 있습니다. 음식은 아주 잘 먹는데, 변비가 심해서 죽겠습니다. 어쩌다 대변을 보러라도 단단하고 너무 힘이 듭니다.”라고 했다.

의원이 진맥을 해 보니 맥이 부삭(浮數)했다. 복진을 하니 배는 단단하고 튼실했다. 의원은 “자네의 변비는 실비(實秘)네. 따라서 장위(腸胃)를 세척하여 뭉친 것을 풀어주고 단단한 것을 연하게 해야 풀어질 것일세.”라고 하면서 처방을 했다. 처방 내용을 보니 대황, 망초, 지실, 후박 등이 들어간 승기탕(承氣湯)이었다.

승기탕류는 장위에 쌓인 실열(實熱)과 조열(燥熱)로 막힌 대변과 기를 아래로 내려 통하게 하는 사하제 처방군이다. 따라서 변비, 복만, 고열이 뚜렷할 때 쓴다. 승기탕을 복용하면 대부분 설사를 하면서 변비가 해결된다. 체격이 건장하고 기운이 좋은 사람들의 변비에 적합하다.

이번에는 다른 여인이 변비 때문에 찾아왔다. “의원님, 제 변비 좀 고쳐 주십시오.”라고 했다. 진맥을 해보니 맥은 침지(沈遲)하고, 복진을 해보니 무력했다. 낯빛과 함께 하안검을 들쳐 보니 창백했다. 혈허증(血虛症)이었다.

의원은 “부인의 변비는 바로 허비(虛秘)요. 허해서 생긴 변비는 음혈(陰血)을 길러 마른 것을 적셔주고 뭉친 것을 흩어 주어야 하오.”라고 하면서 당귀, 지황, 도인, 마인, 황금 등이 포함된 윤조탕(潤燥湯)을 처방했다.

윤조탕은 마른 장을 촉촉하게 해서 치료하는 처방이다. 윤조탕류는 보혈(補血), 보음(補陰)하면서 대장을 윤택하기 때문에 기운도 좋아지면서 피부도 촉촉해지고, 변비도 해결된다. 평소 기운이 약하면서 나타나는 변비에 좋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변비라고 해서 다 같은 처방을 하시는 것이 아니네요.” 그러자 스승은 “변비는 실비(實秘)와 허비(虛秘)로 구분해야 한다. 실비는 몸이 건실하고 열이 많으면서 식사를 잘하는 와중에 생기는 변비이고, 허비는 식사를 잘 못하고 기운이 없으면서 혈허나 음허를 동반한 변비를 말한다. 기운이 체해도 변비가 생기는데, 이 또한 허비에 속한다.”라고 했다.

제자는 “노인 변비는 어떠하옵니까?”하고 물었다. 스승은 “노인들의 변비 또한 대부분 허비(虛秘)가 많다. 노인은 진액이 적어서 변비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의 변비에는 대황을 쓰면 안 된다. 대황을 복용하여 설사시키면 진액이 모두 제거되기 때문에 반드시 다시 변비가 생길 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더 심해진다. 단지 대장을 적셔주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래서 늘 마자인, 우유나 유락(乳酪, 발효 유제품), 생들기름을 먹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노인의 경우는 함부로 설사를 시키면 안된다. 요즘도 노인들의 변비는 설사를 시키는 변비약을 복용하면 만성적이면서 습관적 변비가 더욱 심해진다. 노인 변비도 대표적인 허비이기 때문에 기운을 보하면서 장을 윤택하게 해야 풀린다.

의원이 언급한 마자인(麻子仁)은 대마(삼) 씨앗에서 껍질을 벗긴 알맹이로 이를 분쇄해서 약으로 사용하는데, 장을 윤택하게 해 변을 잘 나오게 하기 때문에 노인성 변비나 산후변비, 병후 변비에 효과적이다. 변비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윤장환(潤腸丸)이 있는데, 윤장환에는 마자인이 군약으로 들어가 있어 장을 윤택하게 해서 변비를 해결하는 처방이다. 요즘 임상에서도 다용된다.

노인성 변비에는 평소 우유와 함께 바나나 한 개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유는 장을 윤택하게 하면서 영양분도 공급하고, 바나나는 부드러운 섬유질과 칼륨을 공급해 배변 시 힘을 덜 쓰게 해 준다. 특히 장이 마르고 기력이 떨어진 노인에게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조합이다.

그때 갑자기 약방 마당이 어수선해지면서 왁자지껄했다. 한 사내가 우마차(牛馬車)에 실려 왔는데, 벌써 10일째 대변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사내는 배가 아프다면서 우마차 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사내를 실어 온 남자는 “벌써 이 친구가 다른 약방에서 약 처방을 바꿔가면서 여러 가지 탕약을 복용했는데, 어떤 처방을 먹어도 대변이 통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의원은 “그렇다면 먹은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되겠구만.”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의원은 꿀을 졸인 것에 조각자 가루를 약간 넣고 손으로 비벼서 환으로 만든 후 사내의 항문에 넣었다. 조각자(皂角刺)는 주엽나무의 가시로 장이 건조해서 발생하는 완고한 변비를 치료하며 장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효능이 있다. 보통 이렇게 하면 간단한 변비는 바로 해결된다. 그러나 사내의 대변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의원은 “그럼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써야겠소.”라고 했다.

의원은 제자에게 “지금 당장 부엌에서 참기름 병을 가져오도록 하거라.”라고 했다. 제자가 참기름 병을 가져오자 의원은 입안에 참기름 한 사발 정도를 머금었다. 그리고서는 작은 대나무 관 1개를 환자의 항문에 꽂고 항문 속으로 참기름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환자는 “지금 내 장에 무엇을 집어넣은 것이오? 혹시 지렁이요? 마치 장 속에서 지렁이가 기어가듯 느낌이 나오.”라는 것이다.

그러자 한 10여 분 후에 단단하고 검은 똥이 밀려 나오더니, 급기야 폭포가 쏟아지듯이 묽은 대변을 쏟아 냈다. 온 약방이 대변과 참기름 때문에 구린내와 고소한 향이 섞여 진동을 했다.

환자의 벌게진 얼굴은 이제서야 제 낯빛을 찾았다. 제자는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시술한 스승님의 의술에 감탄을 했다.

만약 평소 가벼운 변비가 있다면 낫또에 생마를 함께 먹어도 좋다. 낫또의 발효균과 점질 성분은 장내 환경을 부드럽게 만들고, 생마의 뮤신 성분은 장 점막을 보호하며 변이 마르는 것을 막아 준다. 둘을 함께 먹으면 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배변을 유도한다. 대변색이 안 좋거나 혹은 설사에도 좋은데,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생고구마와 키위도 좋은 궁합이다. 고구마의 식이섬유는 변의 부피를 늘려 주고, 키위에 풍부한 효소와 수용성 섬유는 장운동을 촉진해 딱딱한 변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단, 과량 섭취는 복부 팽만을 유발할 수 있어 한 끼 분량이 적당하다.

평소 변비가 있다면 식이요법과 함께 걷기나 달리기 등 가벼운 운동도 장의 연동운동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장을 윤택하게 하면 변비도 사라진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동의보감> ○ 秘結之證, 有虛有實, 實則宜蕩滌腸胃, 開結軟堅, 如大黃·芒硝·枳實·厚朴, 承氣湯之類, 是也方見寒門. 虛則, 宜滋養陰血, 潤燥散結, 如當歸·地黃·桃仁·麻仁·條芩, 潤燥湯之類, 是也. (변비에는 허와 실이 있다. 실하면 장위를 세척하여 뭉친 것을 풀어주고 단단한 것을 연하게 해야 한다. 대황·망초·지실·후박 등 승기탕처방은 상한문에 나온 다과 같은 것들을 쓴다. 허하면 음혈을 길러 마른 것을 적셔주고 뭉친 것을 흩어 주어야 한다. 당귀·지황·도인·마인·황금 등 윤조탕과 같은 것들을 쓴다.)

○ 老人秘結. 老人藏府秘澁, 不可用大黃. 緣老人津液少, 所以秘澁, 若服大黃以瀉之, 津液皆去, 定須再秘甚於前. 只可服滋潤大腸之藥, 更用槐花煎湯, 淋洗肛門亦效. (노인변비. 노인의 변비에는 대황을 쓰면 안 된다. 노인은 진액이 적어서 변비가 생기는 것이다. 대황을 복용하여 설사시키면 진액이 모두 제거되기 때문에 반드시 다시 변비가 생길 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더 심해진다. 단지 대장을 적셔주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괴화를 달인 물로 항문을 씻어도 효과가 있다.)

○ 導便法. 諸大便不通, 老人虛人不可用藥者, 用蜜熬, 入皂角末少許, 捻作錠子, 納肛門卽通. (도변법. 모든 대변불통에 늙거나 허약하여 약을 쓸 수 없을 때는 꿀을 졸인 것에 조각 가루를 약간 넣고 손으로 비벼 정자(錠子)를 만든 후 항문에 넣는다. 그러면 곧 대변이 나온다.)

○ 香油導法, 用竹管蘸葱汁, 深入大腸內, 以香油一半, 溫水一半, 同入猪尿脬內, 撚入竹管, 將病人倒, 放脚向上, 半時立通. (향유도법은 다음과 같다. 대나무 관을 파즙에 담갔다 항문 속으로 깊이 넣는다. 참기름과 따뜻한 물 절반씩을 돼지 오줌통에 넣고 대나무 관을 연결한 후 환자를 거꾸로 하여 다리가 위로 향하도록 한다. 1시간이 지나면 대변이 나온다.)

○ 大便不通多日, 百方不效. 令人口含香油, 以小竹筒一箇, 套入肛門, 吹油入肛內, 病者自覺其油如蚯蚓漸漸上行, 片時下黑糞而安. (대변불통이 오래되어 온갖 방법을 써보았으나 효과가 없을 때는 다음과 같이 한다. 다른 사람이 입에 참기름을 머금는다. 작은 대나무 관 1개를 환자의 항문에 꽂고 항문 속으로 참기름을 불어넣는다. 환자는 지렁이가 기어가듯 기름이 점점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곧 검은 똥을 누면서 낫는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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