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인데 세제 혜택도 준다? 등록임대사업자가 뭐기에[경제뭔데]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엑스에 등록임대주택에 영구적으로 제공되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주요국과 달리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세제 특혜 축소를 넘어 임대소득 과세 정상화 문제와 직결됩니다. 등록임대주택의 개념과 도입 배경, 해외 사례를 통해 이번 사안의 쟁점을 짚어봤습니다.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제란? 세제 혜택 대신 임대료 5% 상한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제란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전·월세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고 8~10년간 의무 임대 기간을 지키면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매물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는 한편, 매각하지 않을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독려하고자 세제 혜택을 크게 늘렸습니다.
그러나 집값 급등기와 맞물려 다주택자의 ‘갭 투자’와 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참여연대는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에 아파트를 2채 보유한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에 따라 종부세와 양도세 납부액 차이가 20배 넘게 발생한다고 추산했습니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추가로 부동산에 투자할 유인책이 커진 것이죠.
결국 정부는 2018년 9월 개인이 전세 끼고 주택을 사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매입 임대’ 유형의 세제 혜택을 중단하고, 건설사가 직접 주택을 지어 임대하는 ‘건설 임대’ 제도만 남겨뒀습니다. 2020년 8월에는 아파트 등록임대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제도를 확대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폭 축소 수순을 밟았던 것이죠.
임대시장 양성화 목적으로 도입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한 배경에는 주거 안정뿐 아니라 ‘임대소득 양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있었습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집주인이 직접 살지 않고 세를 주는 모든 주택을 신고하도록 하고, 개인이 벌어들인 임대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해 종합과세합니다.
반면 한국은 전세 제도가 발달하면서 임대소득이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입니다. 임대수익 신고도 활성화되지 않았죠. 이에 정부는 세금 감면을 통해 음성적인 임대주택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면 장기적으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지요.

임대소득세는 대표적인 과세 사각지대로 꼽힙니다. 국가데이터처와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전·월세 등으로 사는 무주택 가구는 전체 가구의 43.6%인 961만8000가구입니다. 그러나 같은 해 등록된 민간 임대주택은 139만2000채에 그쳤습니다. 공공 임대주택 192만채를 빼면, 무주택 가구의 65.6%(약 630만6000가구)는 미등록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세 인원 기준으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2023년 기준 2주택 이상 보유 가구는 323만8000가구지만, 등록임대사업자는 26만8000명에 그쳤습니다.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같은 해 국세청에 주택 임대소득을 신고한 인원은 약 41만5000명에 불과합니다. 단순 비교하면 다주택자의 약 87%는 임대소득 과세 대상이 아니거나,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세제 혜택 대신 강한 의무
전문가들은 등록임대주택 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해외에서도 세제 혜택과 집주인의 세입자 보호 의무를 연계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주요국에서는 한국보다 임대인의 의무를 훨씬 엄격하게 규정합니다. 예컨대 프랑스 동남부 코트다쥐르 지역에서는 임대료를 일정 기준 이상 올리면 집주인의 실익이 적어지도록 세금 제도를 설계했습니다. 소형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권고 기준을 초과할수록 임대소득세율이 10~40%로 점점 높아집니다.
미국은 세입자 주거권 보장이라는 정책 목표와 세제 혜택을 연계했습니다. 대표적인 제도가 ‘저소득층 주택 세액공제(LIHTC)’입니다. 임대사업자는 10년간 임대소득세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임대주택의 20%를 지역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에 공급하거나, 40%를 중위소득 60% 이하 가구에 제공해야 합니다. 뉴욕주는 ‘민간주택 금융지원법(PHFL)’을 통해 ‘영리제한 주택회사’에 세금을 깎아주고 저리 대출을 해주는 대신 30~40년간 주택을 저렴하게 장기 임대하도록 했습니다. 세제 혜택이 곧 서민 주거 지원과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독일 등은 임대소득을 분리 과세하지 않고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임대소득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임대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에는 10~37%까지 7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임대소득에 적정 과세해야 주거 안정에 기여”
한국의 임대소득 과세 체계는 주요국과 차이가 큽니다.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은 세율 15.4%로 분리 과세할 수 있고, 전세의 경우 임대보증금에서 3억원을 뺀 금액의 60%에 대해서만 월세로 환산한 간주임대료를 산정해 과세합니다. 임대소득에 대한 실효세율이 낮기에 다른 사업소득·근로소득 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비과세 범위도 넓습니다. 월세는 2주택 이상 보유자부터 과세(12억원 초과 주택은 1주택자도 과세)하고, 전세는 3주택 이상 보유자부터 과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올해부터는 2주택자라도 부부 합산 기준시가 12억원 초과 주택을 2채 보유하고, 임대보증금 등 합계액이 12억원을 넘으면 과세 대상이 됩니다.
과도한 세제 혜택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3년 발간한 ‘주요국의 주택임대소득 과세제도 연구’ 보고서에서 “임대인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 취득을 유인할 수 있으므로, 임대소득에 대한 적정 과세가 주택에 대한 과도한 수요를 줄임으로써 국민의 주거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보유세의 보완적 역할을 하면서도 세수 안정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참여연대도 2022년 발간한 ‘미국 사례를 통해 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임대소득세를 정상화해 실효세율을 명목세율에 근접하도록 하고, 그 대신 저렴한 임대주택의 신규 공급이나 저소득층 대상 장기임대 등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해 세제 감면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110600101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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