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지나 봄 향하는 광화문광장…광장의 사계 [정동길 옆 사진관]

서울의 중심에는 늘 같은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공간이 있다. 바로 광화문광장이다. 수도 서울의 심장부에 놓인 이 광장은 단순한 도시의 광장을 넘어 시간과 계절, 그리고 사회의 변화까지 함께 품어내는 상징적인 장소다. 내가 카메라로 기록한 광화문광장의 사계절은 풍경의 변화라기보다, 도시가 숨 쉬는 리듬 그 자체다. 그리고 지금, 그 계절의 흐름은 겨울을 지나 봄으로 향하고 있다.

겨울의 광화문광장은 고요하다. 눈이 내려앉은 광장은 소리마저 잠재운 듯 정적에 잠기고, 충무공 동상과 경복궁 너머의 산세는 더욱더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광장은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기다림의 시간’을 품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광화문광장은 조용히 깨어난다. 나무의 색이 조금씩 옅어지고, 사람들의 걸음과 표정이 한결 가벼워진다. 봄이 다가오는 광화문은 단번에 변하기보다 서서히 생기를 되찾는다. 겨울 동안 응축되었던 시간과 움직임이 풀리듯, 광장은 다시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머무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여름과 가을을 거쳐 다시 돌아보면, 광화문광장은 늘 변화 속에 있으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공간이다. 분수와 사람들로 가득 찬 여름의 역동성, 단풍과 함께 깊어지는 가을의 사색은 각각 다른 시간의 결을 만들지만, 그 축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놓여 있다. 최근 재구성과 개발을 거치며 다양한 논의의 중심에 섰던 광화문광장 역시 이러한 계절의 흐름처럼 변화와 지속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라 할 수 있다.

사계절을 기록하며 느낀 것은, 광화문광장은 단순히 계절에 따라 변하는 공간이 아니라 계절을 통해 도시의 시간을 드러내는 장소라는 점이다. 눈 덮인 겨울의 정적도, 사람들로 채워진 다른 계절의 활기도 결국 하나의 흐름 속에 이어진다. 그리고 지금의 광장은 분명히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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