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커피 시장을 향한 일본 교수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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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부터 히로시마대학교의 나카네 교수팀은 매년 한두 차례 한국 커피시장을 조사하러 온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나 겨울에 다시 방문한 그들은 서울이 전혀 다른 도시 같다고 했다.
나카네 교수의 놀람은 단순한 문화 충격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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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십수 년 전부터 히로시마대학교의 나카네 교수팀은 매년 한두 차례 한국 커피시장을 조사하러 온다. 커피 소비량이나 매장 형태 같은 통계도 살피지만, 정작 흥미로워하는 것은 커피 곁에 놓이는 존재들의 '변화무쌍함'이다. 2025년 여름, 그들과 함께 성수동, 문래동, 망원동, 연남동 등 핫한 거리를 누볐다. 그들이 가장 놀라워했던 것은 카페에서 화려하게 재탄생한 베이글과 소금 빵이었다. 어느 카페를 들어가도 소금빵과 베이글이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특히 망원동과 성수동 카페들에는 한여름 무더위에도 긴 대기 줄이 생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나카네 교수는 그 광경을 인상 깊게 기록해 일본의 계간지 '커피와 문화'에 칼럼까지 썼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나 겨울에 다시 방문한 그들은 서울이 전혀 다른 도시 같다고 했다. 이번에는 '두바이쫀득쿠키'가 어디를 가나 등장했다. 카페 쇼케이스마다 '동글동글한 초콜릿 떡처럼 생긴 쿠키'라는 디저트가 산처럼 쌓여 있고, 사람들은 또다시 줄을 섰다. 교수는 웃으며 말했다. "같은 나라가 맞습니까? 계절이 아니라 유행이 나라를 바꾸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우리는 유행에 민감한 시장을 '역동적'이라 부른다. 실제로 한국의 카페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실험하고, 가장 빠르게 확산한다. 빠른 것은 확실한 강점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방향이다. 유행이 기준이 되면 맛은 배경으로 밀린다. 어제는 소금빵, 오늘은 두바이쫀득쿠키, 내일은 또 다른 무엇. 간판과 메뉴는 바뀌는데, 가게만의 철학은 어디에 남을까.
유행을 좇는 것도 하나의 생존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유행만 좇다 보면 그 가게는 '취향의 공간'이 아니라 '트렌드의 전시장'이 된다. 시장은 점점 과열되고, 남는 것은 피로감이다. 빠르게 명멸하는 아이템들 사이에서 자영업자는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소비자는 깊은 기억을 쌓지 못한다.
커피는 본래 시간을 들여 맛을 완성하는 음료다. 산지의 기후와 토양, 로스터의 판단, 바리스타의 손끝이 겹겹이 쌓여 한 잔이 완성된다. 그 느린 축적 속에서 빵과 디저트 문화도 발효되고 익어가는 게 옳다.
나카네 교수의 놀람은 단순한 문화 충격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것은 질문이었다. "당신들의 커피 시장은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유행을 만들어내는 기쁨에 도취하기 전에, 한번쯤 멈춰 물어야 한다. 지금 팔리는 것 말고, 우리는 무엇을 오래 남길 것인가.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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