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치는 대통령 [메아리]

김광수 2026. 2. 2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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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마귀에 양심 뺏겼다" 다주택자 직격
역대 대통령 "내가 옳다" 무오류의 함정
선악 가르는 사이다 통쾌함이 실용인가
편집자주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뉴스룸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거칠다. 돈은 마귀이고, 다주택자는 마귀에게 양심을 뺏겼다고 했다. 1주택자도 실거주가 아니면 투기로 몰아갔다. 비판하는 야당을 유치원생에 빗대 떼쓰는 철부지 꼬리표를 달았다. 미친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방식이다.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열기보다 편을 갈랐다. 정부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연일 국민을 다그치는 후련한 질책이 진중한 설득을 앞섰다. “이재명은 합니다” 슬로건에 열광하는 지지층의 함성이 무대를 메웠다.

야단치는 대통령은 이전에도 많았다. 방향을 정하고는 따라오라고 재촉했다. 경기의 심판을 자처하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 무오류의 함정에 빠졌다. 권력이 정의를 독점한 탓에 반대 여론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토론으로 포장된 민주적 의사결정이 점차 훈육으로 변질됐다. 된서리를 맞지 않으려 참모와 부처 공무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어지간해서는 토를 달 수 없었다. “한 번은 직언을 해도 그다음은 직을 걸어야 한다.” 역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사들의 경험담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불도저로 불렸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공직사회를 뭉갰다. 전봇대를 뽑으라고 지시할 정도로 시시콜콜 챙겼다. 기업을 경영하던 잣대를 들이미는 대통령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호통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늘한 레이저 눈빛으로 상대의 숨통을 조였다. 고개 숙인 장관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느라 진땀을 뺐다. 거슬리면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었다. 증오의 울타리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끝내 탄핵을 맞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윽박지르지 않았다. 대신 도덕적 우월주의로 무장해 반대편을 적폐로 내몰았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고 장담했지만 무수한 대책을 내놓고도 실패했다. ‘착한 임차인’과 ‘나쁜 임대인’으로 갈라치며 개인의 본성을 억눌렀다. 시장의 역풍을 간과하고 “집을 팔 기회를 드리겠다”던 오만함은 정권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내란 재판에서 1심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걸핏하면 격노했다. ‘반국가세력’, ‘카르텔’이라고 적개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국민과 무모하게 맞선 죗값을 뒤늦게 치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정책의 힘은 신뢰에서 나온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긍하고 납득해야 믿고 따를 수 있다. 계엄을 저지한 대한민국 국민은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될 정도로 민도가 높다. 한밤에 글을 올리며 벼락 질타하는 대통령의 충격요법으로 끌고 갈 수준을 넘어섰다. 숙의 과정을 소홀히 하고 일부에게 부정적 프레임을 씌워 속전속결로 개혁을 추진하던 과거 정권의 조급함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사이다의 통쾌함이 강렬할지 모르나, 누군가에겐 평생의 꿈인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다면 뒷감당은 국민 몫이다. 시장은 굴복시킬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정교한 생태계다.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위에 있다고 서열을 매기더니 이제 시장을 정부 아래 놓으려 한다.

“양도세 80%면 집 안 팔고 정권교체 기다린다.”(2021년 12월) “부동산 세금은 확 줄이고 공급은 늘리겠다.”(2022년 3월) “집값 오른다고 굳이 압박해 힘들여 낮출 필요가 있나.”(2025년 5월) 이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집권 이후 속속 뒤집고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심지어 부동산을 악마화하며 주식과 대척점에 뒀다. 말 바꾸기와 선악 이분법을 실용으로 부르긴 곤란하다. 대통령의 결단에 담긴 진의가 온전히 전달되려면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캡처

김광수 논설위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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