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두고 마포구·정부 갈등… 첫삽 못뜬 대장홍대선

윤상진 기자 2026. 2. 2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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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착공식 열고 공사 중단

“상점가 한복판에 전철역이 웬 말이냐!” “전철역 공사 목숨 걸고 반대한다!”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레드로드R1) 일대에 인근 상인들이 게시한 광역철도 '대장홍대선' 설치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남강호 기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걷고 싶은 거리(레드로드). 평소 버스킹 등 각종 길거리 공연이 열려 1020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그런데 이날은 시위 현장을 방불케 했다. 100m 정도 구간에 ‘투쟁’ 현수막과 입간판 수십 개가 설치돼 있었고, 거리 중앙에 설치된 간이 천막에선 상인들이 시민들에게 전철역 공사 반대 서명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이곳에 들어설 예정인 광역 철도 ‘대장홍대선’의 역 위치를 옮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장홍대선은 경기 부천 대장지구를 출발해 서울 양천·강서구를 거쳐 마포구 홍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광역 철도다. 총길이 20㎞에 역 12개가 예정된 이 노선에는 사업비 2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민간 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건설 계획을 세워 작년 9월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았다. 공사 기간 6년을 거쳐 2031년 개통 예정이다. 개통되면 부천과 홍대를 20분대에 오갈 수 있고, ‘교통 불모지’로 꼽히는 경기 고양 덕은지구에도 지하철역이 새로 생길 예정이라 인근 주민들은 완공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종착지인 마포구가 반발하면서 공사는 작년 12월 착공식을 해놓고도 삽도 못 뜬 채 표류하고 있다. 심지어 마포구는 최근 “현재 위치에 역을 지어선 안 된다”며 국토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이 노선이 지어지면 유동 인구가 늘어나 홍대 상권이 더 커질 수 있는데도 오히려 건설 반대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레드로드R1) 일대에 인근 상인들이 게시한 광역철도 '대장홍대선' 설치 반대 현수막, 피켓 등이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2026.02.13 /남강호 기자

마포구가 지하철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신설될 홍대입구역 위치다. 현재 국토부 계획상 홍대입구역은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레드로드 한복판에 들어선다. 이곳은 홍대 상권의 핵심 구간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펜스가 세워지면 장사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펜스가 설치되면 일부 가게 앞 보행로는 폭이 3m도 채 남지 않아 성인 두 명이 지나가면 빠듯한 정도다. 상인 A씨는 “거리 한가운데 역을 짓겠다는 건 공사 기간 동안 장사를 접으라는 얘기”라며 “이곳은 3.3㎡(1평)당 월세 100만원씩 하는 홍대 핵심 상권인데, 공사 소식이 알려진 이후론 가게를 팔려고 내놔도 아무 연락도 안 온다”고 했다. 장기간 공사로 상권이 죽으면 그 이후에도 회복이 어려워 쇠락한 신촌·이대 상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마포구청은 안전 문제도 지적한다. 이 거리는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에 1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보행로가 좁아지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마포구청과 상인들은 현 예정지에서 400m 정도 떨어진 대로변으로 지하철역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시행사인 현대건설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위치를 변경하면 다른 노선(2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과 환승 거리가 길어지고 역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해 공사가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공사 기간이 1년 늘어나면 건설비 이자로만 수백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그래픽=박상훈

두 번째 쟁점은 추가 역 설치다. 현재 대장홍대선 계획 노선상 마포구에는 홍대입구역 외에도 상암역과 성산역까지 총 3개가 예정돼 있다. 그런데 마포구는 이 가운데 상암역은 교통 수요가 많은 DMC역과 떨어져 있어 환승이 어렵고, 주거지와 멀어 정작 마포구 주민들은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대장홍대선이 생겨봐야 부천과 서울 서부권 사람들이 마포구로 오는 것만 편리해지고, 정작 마포구 내 교통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마포구는 상암동 주거 단지 인근의 ‘상암고역’ 추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 측은 현재 계획된 상암역이 유동 인구가 많은 업무 지구를 지나기 때문에 경제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또한 “추가 역을 신설하려면 마포구가 설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마포구청은 홍대입구역 위치를 변경하고 상암동에 추가 역을 신설해 달라며 국토부를 상대로 각각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갈등 속에서 공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도로 굴착 등 공사 관련 인허가 권한은 마포구가 쥐고 있어 공사 시작 시점도 불투명하다. 국토부와 현대건설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은 대화에 나서기보다 법적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대장홍대선의 2031년 개통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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