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에 최후통첩 “핵 합의 불발 땐 열흘 내 나쁜 일 생길 것”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2. 2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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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일촉즉발 전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7월 21일 워싱턴 DC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 핵 시설 공습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백악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의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리며 중동 내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 등 이미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에 더해 중동에서 또 다른 대규모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1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평화위원회 연설에서 “우리는 이란과 의미 있는 합의를 이루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매우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 중단은 물론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과 중동 대리세력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중동은 평화를 가질 수 없다. 평화보다 저렴한 것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취재진과 만나 합의 시한에 대해 “앞으로 10일 혹은 15일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트럼프는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을 정밀 폭격한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을 상기시키며 “이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혀, 단순한 외과수술식 핵시설 타격을 넘어선 전면전 수준의 확대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트럼프, 평화위 첫 회의… 美 항모전단 무력 시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워싱턴 DC 미국평화연구소에서 열린 평화위원회 첫 이사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들고 있다(위쪽 사진). 트럼프는 이 회의에서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중동에 전개했다. 아래쪽 사진은 미 해군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이 지난 6일 아라비아해 북부 해역을 항해하는 모습./AFP·로이터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한밤의 망치’ 작전 당시에도 “2주가 최대치”라며 시한을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예고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공습을 감행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말에라도 기습적인 군사작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의 안보팀은 관련 사항 논의를 위해 18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군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해·공군 전략 자산을 중동 해역에 집결시키고 있다. 제럴드 포드호와 에이브러햄 링컨호 등 2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비롯해 F-35, F-22 등 최신 전투기 편대가 전진 배치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핵 포기를 압박하기 위해 우선 군사·정부 시설 일부를 타격하는 제한적 선제 타격, 이른바 ‘코피(bloody nose) 작전’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이란 정권을 압박해 미국에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의 군사 옵션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란이 공격을 받고도 굴복하지 않을 경우, 알리 하메네이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광범위한 작전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군사적 움직임의 파장과 백악관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의 군사력 증강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회성 타격보다 훨씬 더 연장된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하며, 미군 사상자 발생과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 및 글로벌 석유 시장 혼란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현대사에서 미국이 이토록 설명과 대국민 토론 없이 중대한 전쟁 행위를 준비한 적은 드물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미국의 압박에 맞서 사실상 ‘준전시 체제’에 돌입한 이란은 우방국인 러시아와 해상 훈련으로 맞불을 놨다. 이날 이란과 러시아 해군은 세계 원유 수송의 목줄인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 일대에서 가상 적에게 나포된 상선을 구출하는 고강도 연합 전술 훈련을 벌이며 무력시위를 전개했다. 이란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발리 나스르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기고를 통해 “이란은 협상을 해결책이 아닌 함정으로 여기며, 부실한 협상으로 정권이 붕괴하느니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치르는 것이 속 시원하다고 여긴다”고 진단했다. 장기전을 통해 미국을 지치게 하고 반미 민족주의를 자극해 내부 지지를 결집하려는 전략적 승부수라는 것이다.

중동 내 군사적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주변국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보복 타격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쐐기를 박기 위해 “이란이 우리를 공격하는 실수를 범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타격이 현실화할 경우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의 핵심 기반 시설을 보복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란이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매설해 해상 통로를 전면 봉쇄할 경우, 전 세계 원유 공급망 차단에 따른 세계 경제의 연쇄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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