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알록달록 털실 옷에 한 땀 한 땀 깃든 추억

서랍 정리하는 날
서선정 글·그림 | 봄볕 | 52쪽 | 2만원
“엄마, 뭐 해요?” 아이가 거실에 꺼내 펼쳐 놓은 옷들을 보며 묻자 엄마가 웃으며 말한다. “이사 가기 전에 옷장 정리 좀 해두려고.”

옷에는 시간과 기억이 함께 깃든다. 아이가 네 살 때 울고불고 떼를 써서 사 입은 공주 드레스는 아직도 반짝반짝. 아까워 못 버렸던 아빠의 체크 바지는 하도 통이 넓어 아이와 강아지 옷을 한 벌씩 만들고도 남을 것 같다. 멜빵 바지 무릎에 덧댄 새 모양 천을 보면 할머니가 떠오른다. 아이가 넘어져 무릎에 구멍이 나자, 예쁜 새 모양을 꼼꼼히 바느질해 덧대어 주시던 할머니.
여름휴가 때 온 가족이 맞춰 입었던 라운드 셔츠의 푸른 줄무늬는 바닷가로 잔잔히 밀려오던 파도 같다. “그때 조개껍데기 주우러 다니느라 까맣게 타는 줄도 몰랐잖아!”

감각을 그림으로 바꿔 전달하는 솜씨가 빼어나다. 색색의 옷을 펼쳐 놓은 거실 풍경은 그대로 눈앞에 꽃밭이 돼 펼쳐지고, 아이는 보들보들한 구름 잠옷에 볼을 대보다 기분 좋은 폭신폭신한 느낌에 하늘로 날아올라 금세 잠에 빠질 듯 눈을 감는다.
옷에 깃든 기억은 사람보다 크다. 이번엔 스웨터에 모자, 목도리에 담요까지, 할머니가 뜨개질로 손수 만들어 주신 알록달록 털실 옷들이 책장을 가득 채운다. 할머니의 자개 재봉틀과 반짇고리는 엄마를 거쳐 아이에게 전해지며 가족의 시간을 한 땀 한 땀 이어줄 것이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2022) 선정 작가.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사물이나 사소한 변화를 붙잡아 내는 그림으로, 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도 움직이는 책을 내왔다. 빗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만나는 쉼과 위로의 순간들을 그린 ‘다정하게 촉촉하게’(2025)나, 횡단보도의 흰 줄무늬가 꿈틀댄 뒤 열린 뜻밖의 세상을 들여다본 ‘어느 날’(2023) 같은 책들이 그렇다.
작가는 “손수 지은 옷으로 내 어린 날을 수놓아 주신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그림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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