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알록달록 털실 옷에 한 땀 한 땀 깃든 추억

이태훈 기자 2026. 2. 2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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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서랍 정리하는 날

서선정 글·그림 | 봄볕 | 52쪽 | 2만원

“엄마, 뭐 해요?” 아이가 거실에 꺼내 펼쳐 놓은 옷들을 보며 묻자 엄마가 웃으며 말한다. “이사 가기 전에 옷장 정리 좀 해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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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는 시간과 기억이 함께 깃든다. 아이가 네 살 때 울고불고 떼를 써서 사 입은 공주 드레스는 아직도 반짝반짝. 아까워 못 버렸던 아빠의 체크 바지는 하도 통이 넓어 아이와 강아지 옷을 한 벌씩 만들고도 남을 것 같다. 멜빵 바지 무릎에 덧댄 새 모양 천을 보면 할머니가 떠오른다. 아이가 넘어져 무릎에 구멍이 나자, 예쁜 새 모양을 꼼꼼히 바느질해 덧대어 주시던 할머니.

여름휴가 때 온 가족이 맞춰 입었던 라운드 셔츠의 푸른 줄무늬는 바닷가로 잔잔히 밀려오던 파도 같다. “그때 조개껍데기 주우러 다니느라 까맣게 타는 줄도 몰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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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그림으로 바꿔 전달하는 솜씨가 빼어나다. 색색의 옷을 펼쳐 놓은 거실 풍경은 그대로 눈앞에 꽃밭이 돼 펼쳐지고, 아이는 보들보들한 구름 잠옷에 볼을 대보다 기분 좋은 폭신폭신한 느낌에 하늘로 날아올라 금세 잠에 빠질 듯 눈을 감는다.

옷에 깃든 기억은 사람보다 크다. 이번엔 스웨터에 모자, 목도리에 담요까지, 할머니가 뜨개질로 손수 만들어 주신 알록달록 털실 옷들이 책장을 가득 채운다. 할머니의 자개 재봉틀과 반짇고리는 엄마를 거쳐 아이에게 전해지며 가족의 시간을 한 땀 한 땀 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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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2022) 선정 작가.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사물이나 사소한 변화를 붙잡아 내는 그림으로, 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도 움직이는 책을 내왔다. 빗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만나는 쉼과 위로의 순간들을 그린 ‘다정하게 촉촉하게’(2025)나, 횡단보도의 흰 줄무늬가 꿈틀댄 뒤 열린 뜻밖의 세상을 들여다본 ‘어느 날’(2023) 같은 책들이 그렇다.

작가는 “손수 지은 옷으로 내 어린 날을 수놓아 주신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그림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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