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잔] 가족

2026. 2. 2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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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이숨 쉬다_00, 2011. ©배진희
가족에 대한 애증이 깊어지는 명절 끝이다. 그러나 사진으로 남겨진 그 날의 순간은 대부분 사랑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우스꽝스럽거나 의외의 장면이 찍혔을 수는 있지만, 그런 엉뚱한 감성조차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대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1900년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코닥 박스 카메라의 보급이 중산층으로 하여금 생일이나 소풍 같은 소중한 날을 기념하게 했다면, 2010년에 등장한 인스타그램은 매 순간을 기록하도록 부추긴다. 덕분에 소셜미디어의 장면들은 이 모든 일상이 특별해 보이도록 의도적 망가짐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배진희 작가가 찍은 가족사진은 이런 통념을 훌쩍 벗어난다. 부부가 평상복 차림으로 소파에 나란히 누워 잠이 든 나른한 날처럼. 소파 길이에 두 사람의 키를 맞추기 위해 남편은 다리를 접고, 부인은 소파 밖으로 다리를 늘어뜨린 배려는 익숙한 듯 자연스럽다. ‘가족, 같이 숨 쉬다’라는 작가의 연작 속, 부인은 마스크팩을 하거나 머리카락을 돌돌 만 채 남편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부모가 텔레비전을 보는 사이 성년이 된 자녀들이 쿠션을 베개 삼아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기도 한다. 남편과 아내를 중심으로 한 이 연작들은 성묘를 가거나 골프를 치고, 친인척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등 동선과 사건에 따라 등장인물과 장소가 바뀐다. 그럼에도 모든 장면은 보는 이들마저 가족 구성원이 된 것처럼, 심지어는 허를 찔린 것처럼 지극히 사적이고 친근하다.

작가는 사진 전공을 시작한 이후 때로는 지속적으로 때로는 간헐적으로 이 연작을 이어오고 있다. 당초 부모님을 가족을 이루는 최소 단위로 상정하고 그들의 일상을 밀착해서 보여주고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한 가족의 서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진 속 행위가 드러내는 일정한 습관과 닮은 외양은 가족 구성원이 지니는 생물학적 혹은 문화적 유전의 친연성을 곱씹게 한다. 맨 얼굴처럼 자연스러운 우리 시대 가족의 초상, 자식이 카메라를 들고 뭘 찍든 부모는 그저 신경 쓰지 않고 믿은 덕분에 탄생했다.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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