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잔] 가족

배진희 작가가 찍은 가족사진은 이런 통념을 훌쩍 벗어난다. 부부가 평상복 차림으로 소파에 나란히 누워 잠이 든 나른한 날처럼. 소파 길이에 두 사람의 키를 맞추기 위해 남편은 다리를 접고, 부인은 소파 밖으로 다리를 늘어뜨린 배려는 익숙한 듯 자연스럽다. ‘가족, 같이 숨 쉬다’라는 작가의 연작 속, 부인은 마스크팩을 하거나 머리카락을 돌돌 만 채 남편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부모가 텔레비전을 보는 사이 성년이 된 자녀들이 쿠션을 베개 삼아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기도 한다. 남편과 아내를 중심으로 한 이 연작들은 성묘를 가거나 골프를 치고, 친인척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등 동선과 사건에 따라 등장인물과 장소가 바뀐다. 그럼에도 모든 장면은 보는 이들마저 가족 구성원이 된 것처럼, 심지어는 허를 찔린 것처럼 지극히 사적이고 친근하다.
작가는 사진 전공을 시작한 이후 때로는 지속적으로 때로는 간헐적으로 이 연작을 이어오고 있다. 당초 부모님을 가족을 이루는 최소 단위로 상정하고 그들의 일상을 밀착해서 보여주고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한 가족의 서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진 속 행위가 드러내는 일정한 습관과 닮은 외양은 가족 구성원이 지니는 생물학적 혹은 문화적 유전의 친연성을 곱씹게 한다. 맨 얼굴처럼 자연스러운 우리 시대 가족의 초상, 자식이 카메라를 들고 뭘 찍든 부모는 그저 신경 쓰지 않고 믿은 덕분에 탄생했다.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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