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달러 깨지면 끝모를 바닥…네 번째 '크립토 윈터'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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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질린 암호화폐 시장
암호화폐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비트코인 가격이 7만달러 아래에서 방향성을 잃은 채 횡보하는 가운데, 기관용 암호화폐 플랫폼의 입출금 중단 사태까지 겹치며 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가격 하락과 레버리지 청산이 맞물리며 유동성이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을 단순한 하락장이 아닌 ‘비트코인판 리먼 모먼트(Lehman Moment)’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태를 지난 2022년 ‘암호화폐 겨울’ 당시 셀시우스, 제네시스 등의 파산과 비교하면서도, 성격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0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추가 관세 시사로 촉발된 뉴욕 증시 폭락과 맞물려, 차입투자에 나섰던 기관들의 레버리지 물량이 강제 청산되며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기관 투자자, 암호화폐 향한 확신 약화”
시장은 ‘리스크 전염’의 가능성을 주시한다. 2022년에는 주요 대출·운용업체가 잇따라 입·출금을 중단하며 시장 신뢰가 붕괴했고, 시가총액의 70% 이상이 증발했다. 당시 위기는 ‘대출 플랫폼 위기→ 유동성 경색→ FTX 붕괴’라는 도미노로 이어졌다. 다만 지금까지는 입·출금 중단이라는 제한적 조치에 그치고 있다. 구조적 위기 신호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위기’보다는 ‘경계’ 국면에 가깝다는 평가다.
시스템 리스크의 또 다른 뇌관은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에만 124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평단가다.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평균 매입 단가는 약 7만6000달러로 추정되는데, 현재 가격이 이를 한참 밑돌면서 자산 가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스트래티지가 부채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보유 물량을 시장에 던지는 순간, 그것이 곧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숨죽이고 있다.
이에 대해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 매도 우려는 근거 없는 걱정”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우리의 순 레버리지 비율은 일반 투자등급 기업의 절반 수준이며, 현금만으로도 약 2년 반 동안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암호화폐 가격 하락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 재무 구조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처럼 시장을 짓누르는 근본 요인으로는 거시 환경 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축이 지목된다.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제프리 켄드릭 디지털자산 책임자는 “미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시장은 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취임하는 올 연말까지는 거시경제 환경이 암호화폐 시장에 극도로 비우호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긴축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선물 시장의 미결제약정(OI)은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55% 급감하며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이 발생했다. 여기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위험회피 심리가 구조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6만 달러’ 지지선 사수 여부에 쏠려 있다. 옵션 시장에는 6만 달러 붕괴에 베팅한 풋옵션이 대거 쌓여 있고, 기술적으로도 비트코인의 200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핵심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 트레이딩 회사 STS 디지털의 막심 자일러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담보대출 계약이 200주 이동평균선 수준에서 자동 청산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이 선이 무너지면 연쇄적인 강제 청산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니 시캐모어 IG 오스트레일리아 애널리스트 역시 “6만 달러가 붕괴할 경우 다음 지지선인 4만 달러 후반대까지 약 20%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현재 기술적 지표는 단기적으로 하락 우위를 가리킨다. 비트코인은 50일 이동평균선(약 8만4000달러)을 크게 하회하며 뚜렷한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대강도지수(RSI)는 18일(현지시간) 기준 36.44를 기록했다. RSI는 통상 50 이하에서 하락 압력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되며, 30 이하는 과매도 구간으로 분류된다. 현재 극단적 과매도 단계는 아니지만, 반등 모멘텀이 형성됐다고 보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반면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태민 한양대 비트코인화폐철학과 교수는 “트럼프 변수나 레버리지 청산은 단기 충격에 불과하며 비트코인은 결국 반감기 중심의 고유한 사이클을 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전형적인 조정 국면으로 해석했다. 비트코인은 약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치며 공급이 조절되는데, 반감기 이후 12~18개월 상승한 뒤 하락장으로 전환되는 패턴이 반복돼왔다. 이 흐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고점 이후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의 변동성을 “신뢰 위기일 뿐 시스템 리스크는 아니다”라고 평가하며 연말 비트코인 목표가 15만 달러 전망을 유지했다. 1세대 채굴업계 억만장자인 발레리 바빌로프 비트퓨리 창업자도 “우리는 비트코인과 그 성장 가능성을 믿는다”며 비관론을 일축했다.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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