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당일 ‘정치인 체포조’ 존재 첫 인정···지귀연 재판부 “이재명·한동훈·우원식 대상”
앞서 헌재선 실제 구성 구체적 판단 안 해
1심에선 ‘실제 임무 받고 국회 출동’ 판단
“대상자 체포·구금 행위 관여 사실 알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법원이 12·3 내란 당일 여야 주요 정치인을 구금해 국회 표결 등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꾸려진 ‘체포조’가 존재했다고 처음으로 판단했다.
2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1234쪽 분량의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사건 1심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싹 다 잡아들이라”며 정치인 등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홍 전 차장에게 ‘정치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방첩사령관 여인형은 피고인 김용현의 지시에 따라 정치인 10여명에 대한 체포 지시를 받았고, 피고인 윤석열도 이러한 지시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위와 같은 지시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어 홍 전 차장에게 단순히 격려 차원에서 전화를 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 비춰 보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는 ‘정치인 체포를 목적으로 하는 위치 확인 시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체포조가 실제 꾸려졌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계엄 당일 ‘정치인 체포조’가 실제 임무를 부여받고 국회로 출동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방첩사 체포조의 임무는 이재명, 한동훈, 우원식 등 국회의원 내지 정치인들을 체포하거나 체포된 사람을 인계받아 구금시설에 이송하는 등 체포활동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방첩사 수사관들이 체포조를 국회로 보낼 때 “조별로 대상자의 이름을 각각 호명하면서 명시적으로 지정한 점, 이재명이나 한동훈 등은 이미 정치인으로 상당한 인지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체포조 인원들은 ‘국회로 출동하라’는 지시를 최초로 받을 때부터 대상자가 이재명, 한동훈, 우원식 등과 같은 국회의원 내지 정치인들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방첩사 체포조 인원들은 국회 출동 지시를 받고 조별로 임무 대상자를 부여받은 후 장비가 패키지화된 가방인 수사장비세트를 확인하고 전부 또는 일부 챙겨 출동했다”며 “세트 안에는 방검복, 수갑, 포승줄, 삼단봉 등이 들어있었는 바 이런 장비는 사람을 제압해 체포 활동을 하거나 이를 보조하기 위해 마련된 장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굳이 방첩수사관들이 야간에 조를 이뤄 임무대상자를 부여받아 국회로 출동하면서 이런 장구들을 지참했다는 사실은 결국 이들이 임무 대상자를 체포·구금하는 행위에 관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 있는 강력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체포조가 실제 정치인들을 포박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까지 나아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체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갑 등 장비를 챙겨 출동한 이상 그들이 체포행위의 구체적 실행행위에 나아가야만 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이 성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방첩사 체포조와 경찰이 적극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실제로 접선해 임무 내용에 대한 회의를 하려고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판단했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는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방첩사 체포조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대기하고, 그 중 1명도 국회 경내에 들어가지 않은 건 당시 국회 인근에 몰려든 수많은 인파가 몰린 상황이었고 경찰의 국회 출입통제로 인한 것일 뿐”이라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소극적인 사정만으로는 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이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060600051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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