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졸려" 조현병 약 끊고 '유일한 친구' 살해…징역 30년

김휘란 기자 2026. 2. 20. 22: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원·검찰, 한목소리로 "사회적 관리체계 전무" 지적
'가해자 가족' 탄원서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 달라"


[앵커]

오늘 법정에서는 우리 사회가 조명하지 못했던 그림자가 하나 드러났습니다. 망상에 빠져 친구를 살해한 조현병 환자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됐습니다. 숨진 피해자는 조현병에 걸려 외톨이가 된 가해자의 곁을 유일하게 지켜준 20년지기 친구였습니다. 재판부는 '조현병 살인'에 대한 사회적 관리체계가 전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살인을 저지른 뒤에야 처벌하는 것이 국가의 유일한 대책이라고 한탄했습니다.

김휘란 기자입니다.

[기자]

한 남성이 흉기를 든 채 다른 남성을 뒤쫓습니다.

지난해 8월 조현병 환자, 이모 씨가 20년지기 친구를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피해자는 조현병에 걸린 이씨 곁을 지켜준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조현병이 있어서 애가 좀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잘 안 만난다. 내가 걔를 케어해줘야 한다' 멀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아니에요. 착한 애예요. 제가 안 도와주면 누가 도와줘요.']

피해자가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소셜미디어 글도 이씨의 치킨가게 창업을 응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약을 먹으면 졸려서 치킨가게 운영에 방해된다며 조현병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결국 피해자가 자신을 해칠 수 있단 망상에 빠져 유일한 친구를 살해한 겁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1심 법원은 어제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흉기를 미리 준비했음에도 "처음부터 죽이려는 의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감형한 겁니다.

[피해자 아버지 : 조현병 있는 애가 어떻게 미리 사시미칼을 사나요?]

[피해자 누나 : 칼을 들고나왔는데 살해할 의도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한 사람이 아니라 온 가족이 다 파괴됐는데…]

이번 재판을 진행한 법원과 검찰은 한목소리로 조현병 살인에 대한 사회적 관리체계가 전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하며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전통제는 인권문제에 부딪혀 사실상 전무하고" "범죄를 저지른 뒤 사회와 격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한탄했습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조현병 환자가 남을 해치지 않도록 그 가족들이 관리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현병 범죄를 막을 책임을 그 가족에게만 묻고 있는 겁니다.

가해자인 이씨의 형은 "피해자 가족을 위해 동생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 달라" "모든 조현병 환자가 약을 끊었다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진 않는다" 는 탄원서를 법원에 접수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은 검찰에 항소를 요청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어제 : 나와서 또 어떤 일을 벌일 줄 알고…뼈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심정으로 살고 있는데 63살 돼서 나오겠다는 거잖아요.]

[영상편집 김지우 영상디자인 한새롬]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