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못 채우면 물감옥에 갇혀”…동남아 온라인 사기 조직 실태

김지은 기자 2026. 2. 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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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계속되는 온라인 사기 범죄 조직의 피해 실태가 또 공개됐다.

거대한 감옥에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숨지거나 탈출에 실패한 뒤 고문 당하는 등 피해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보고서를 유엔 인권기구가 20일(현지시각) 발간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보고서는 전 세계 수십개국에서 인신매매돼 주로 동남아시아에 자리 잡은 사기 조직에서 일하게 된 일부의 생생한 경험을 자세히" 담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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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고서
동남아시아 메콩강 지역에 위치한 한 거대 사기 조직 범죄 단지를 찍은 아에프페의 영상의 한 장면, 유엔 누리집 갈무리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계속되는 온라인 사기 범죄 조직의 피해 실태가 또 공개됐다. 거대한 감옥에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숨지거나 탈출에 실패한 뒤 고문 당하는 등 피해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보고서를 유엔 인권기구가 20일(현지시각) 발간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보고서는 전 세계 수십개국에서 인신매매돼 주로 동남아시아에 자리 잡은 사기 조직에서 일하게 된 일부의 생생한 경험을 자세히” 담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 기구는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 각각 최소 12만명, 10만명 이상이 온라인 사기에 연루됐다고 추정했는데,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66개국 출신 최소 30만명 이상이 사기 행각에 동원됐다고 봤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피해자 19명을 상대로 진행한 원격 인터뷰와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입수한 45명의 피해자 증언, 언론에 공개된 정보 등을 반영했다. 온라인 사기 조직에 넘겨져 2021~2025년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아랍에미리트에 감금됐던 이들이 겪은 고문, 성적 학대, 강제 임신 중지, 독방 감금 등 각종 학대를 담았다.

보고서는 위성사진과 현장 보고를 인용해 사기 조직의 74%가량이 메콩강 유역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2025년 3월 기준 태평양 섬나라들, 남아시아, 중동, 서아프리카와 아메리카 국가들까지 퍼진 상태였다. 전 세계에서 이들 사기 조직의 연간 범죄 수익이 640억달러(약 92조7천억원)에 달한다는 국제 조직범죄 대응 이니셔티브(GI-TOC) 쪽 추산도 전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지인을 통해 사기 조직에 발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연구에서 75%는 가족, 친구, 동료, 지인으로부터 관련 ‘직업’을 소개받았다고 했다. 68%는 조직들이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돈 때문에 그 일자리를 수락했다고 답했고, 47%는 실직자이거나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상태였다. 이어 경제적 여유가 없는 현실을 떠나고자 하는 열망이 이들이 사기 조직에서 일하게 된 두번째 큰 동인이었다고 한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공개한 보고서 스토리맵에 실린 인터폴 자료로, 2023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온라인 사기 조직에 인신매매된 피해자 기록 그래픽. 유엔 누리집 갈무리

피해 실태는 앞서도 공개됐지만 참혹했다. 피해자들은 높은 벽으로 쌓여 요새화된 거대한 건물에 갇혀 일했고, 이마저도 무장 경비들이 지켰다. 스리랑카 출신의 한 피해자는 사기 조직이 정해준 월 목표에 미치지 못한 이들은 ‘물감옥’이라고 알려진 물통에 몇 시간씩 갇혔다고 전했다. 한 방글라데시 피해자는 다른 노동자들을 때리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진술했고, 가나 출신 피해자는 친구가 구타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붙잡혀온 이들을 길들이는 수단이었다.

탈출을 시도하다가 숨지는 사람도 있었고, 탈출에 실패할 경우 처벌은 가혹했다. 한 베트남 출신 피해자는 언니가 탈출을 시도했다가 구타 및 전기충격기 고문을 당한 뒤 음식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7일 동안 갇혀있었다고 진술했다.

돈을 벌러 갔으나 유엔 쪽이 인터뷰한 피해자 가운데 약속받은 급여 전액을 받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은 일정 정도의 임금을 받았는데, 모두 공제 금액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타이 출신의 한 피해자는 벌금, 구타 심지어 더 열악한 환경의 조직으로 “팔려”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하루 9500달러(약 1377만원)의 목표치를 채우도록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학대 사례들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동시에 가슴 아프다”며 “(각국에서) 인신매매 방지 법률 및 규정 내 강제적 범죄 행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비처벌 원칙을 보장”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각국 정부와 지역 기구들이 부패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배후에 있는 범죄 조직을 기소할 것을 촉구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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