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삶 구석구석 살폈다... 소설가 이혜경 별세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을 작품에 담아 온 소설가 이혜경(66)이 20일 낮 12시쯤 병환으로 별세했다. 단정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그늘진 삶 구석구석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살폈던 작가다.
1960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그는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2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중편 소설 ‘우리들의 떨켜’를 실으며 등단했다.
등단 이후 교사, 잡지사 기자로 일했다. 1995년부터는 전업 작가로 지냈다. 소설집 ‘그 집 앞’(문학동네) 장편소설 ‘길 위의 집’(민음사) ‘저녁이 깊다’(문학과지성사) 등을 남겼다.
2006년 소설집 ‘틈새’(창비)로 제37회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표제작 ‘틈새’는 안온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누리던 가전제품 수리 기사가 자신의 삶에 생긴 균열을 돌아보는 이야기.
당시 심사위원들(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은 “읽을 때 안심하고, 놀라면서, 부러워하면서 읽게 된다” “삶을 작품 속으로 끌고 오는 데 격조가 있다” 등의 평을 남겼다.
수상 직후 본지 인터뷰에서 소설가는 ‘틈새’를 통해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인종과 인종 사이의 경계에 대해 고민한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문학은 경계를 허물지 못하더라도, 울타리에 틈새를 만들 수 있다”며 “문학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 다른 집단을 이해함으로써 서로의 차이를 넘나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밖에 독일 리베라투르상 장려상을 비롯해 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이효석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두루 받았다.
소설가는 2022년 3월 뇌질환이 발병해 지난 4년을 병원에서 투병했다. 유족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작년 봄까지만 해도 동생 성격 치고는 수다스러울 정도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최근 들어 말하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말수를 줄였다”면서 “마지막에는 동생 스타일대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오빠’라고 말하는 입 모양만 보았다”고 전했다.
빈소는 충남 보령 아산병원. 발인은 22일 오전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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