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월급받기 쉽네”하다가 등골 서늘…AI 매니저 된 판교 개발자들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2026. 2. 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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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X 속도내는 판교 테크기업
이틀 걸리던 코딩, 1시간 만에
직장인 73% “AI로 시간 절감”
수천장 이미지검색 AI에 맡겨
디자이너, 그래픽 완성도 집중
퇴근후 사비 들여 따로 공부도
국내 직장인들 사이에서 생성형 AI가 빠르게 업무에 내재화되며 시간 절감과 생산성 향상 효과가 확산되는 가운데, 기업과 개인 모두 ‘AI 네이티브’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판교테크노밸리 [사진 = 연합뉴스]
경기 판교에 위치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컴퓨터 비전 개발자로 일하는 A씨(39)는 최근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코드를 직접 보고 한 줄씩 수정하는 빈도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A씨는 “어떤 날은 AI가 짠 코드를 아예 안 봐도 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온다”며 “이제는 AI한테 코드를 짜게 하고 사람이 직접 확인하는 대신 다른 비교 세트(AI 모델)에 검증을 맡기면서 업무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발자 B씨(28)는 “3000줄 분량의 코드를 완성하려면 이틀이 꼬박 걸렸는데, 지금은 AI 덕분에 1시간이면 충분하다”며 “AI가 각기 다른 구조의 A·B·C안을 동시에 제안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B씨는 “대신 인간 개발자는 AI가 잘 알지 못하는 도메인 지식을 바탕으로 최적의 방안을 선별하고 도출하는 디렉팅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한국 IT 심장부인 판교 테크노밸리는 현재 AI가 불러온 업무 패러다임에서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간 개발자는 과거 직접 코드를 작성하던 ‘코더’에서 벗어나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검토하고 최상의 안이 나올 때까지 조율하는 ‘감독관’으로 역할이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AI 발전과 함께 직업의 정의가 바뀌는 일자리 전환(JX·Job Transformation)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판교의 한 대형 게임사에서 3D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C씨도 업무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회사에서 제공해준 AI 콘텐츠 창작 도구로 아이디어 시안을 도출하고 실제 디자인 작업물을 만들기까지 전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C씨는 “수천 장의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거나 게임 배경에 들어갈 단순 오브젝트를 반복해서 모델링하는 기계적인 노동을 이제는 AI가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덕분에 디자이너는 AI가 초안으로 제시한 여러 선택지 중 프로젝트의 미학적 방향성에 부합하는 안을 선별하고 시각적 퀄리티를 최종적으로 확정 짓는 감수와 판단 영역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업무 현장에서는 “AI를 쓰면 시간을 벌고, 안 쓰면 뒤처진다”는 말이 이젠 일상화했다. 실제 삼성SDS가 최근 국내 기업에 재직 중인 사원부터 임원까지 직장인 630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사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업무용으로 AI를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이 36.8%에 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직급별 차이다. 사원·대리 직급에서는 무려 51.1%가 하루 1시간 이상 AI를 사용하고 있었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이용 시간이 줄어들었다. 설문을 진행한 삼성SDS 관계자는 “한국의 실무 현장이 이미 ‘섀도 AI’(개인이 단독으로 업무에 활용) 단계를 넘어 회사 전반에 깊숙이 내재화되고 실무진이 이미 스스로 업무 방식을 재설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응답자의 73.0%는 AI를 사용한 후 업무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시간 절감을 경험한 이들 중 15.9%는 하루 3시간 이상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AI를 활용하면서 확보된 시간은 단순 휴식에 머물지 않고 고부가가치 활동으로 재투자되고 있다. 직장인들은 주로 자료·정보 조사와 요약(72.4%·이하 중복 응답)에서 시간을 특히 많이 아꼈고 이렇게 확보한 시간은 기획·전략 수립(40.2%)이나 의사 결정 지원(32.2%)으로 옮겨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테크 기업들은 개발·비개발 직군을 막론하고 구성원들을 ‘AI 네이티브’로 육성하기 위한 ‘양성소’로 변모 중이다. 전사 차원에서 유료 AI 도구 사용료를 지원하고 사내 AI 해커톤을 열어 업무 자동화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게 하거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 등 특화된 AI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게 일반화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직장인들의 AI 사교육 열풍도 거세다. 여행 플랫폼 기업에서 마케팅부장으로 일하는 권정우 씨(49)는 퇴근 후 외부 교육기관을 찾고 있다. 권씨는 “AI로 온라인용 광고 시안을 제작하고 이를 실질적인 세일즈 성과로 연결하는 실무전략을 배우기 위해 사비를 들여 수강하고 있다”며 “더 이상 AI를 모르고서는 업무상 대화가 안 된다는 절박함도 있다”고 말했다. 성인 교육 콘텐츠 회사 데이원컴퍼니 관계자는 “AI 교육 프로그램이 입문형 강의에서 실전 활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자사 기준 AI 교육 콘텐츠 구매자 수가 전년 대비 35%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네이티브를 이끄는 고성과 팀은 기술 도입률도 높지만 차별점은 기술이 복제할 수 없는 ‘인간적 역량’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딜로이트는 AI 네이티브 시대 고성과 팀을 이끄는 리더의 역량으로 △호기심과 탐구심 △회복탄력 △확산적 사고 △사회적·정서적 지능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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