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CCTV 없는 곳만 골라서”…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화성 덕지산
감시 피한 산업단지 뒷산, 굴러다니는 쓰레기에 ‘신음’
화성양감산업단지 인근 야산에 무단투기
단속 닿지 않는 언덕 위는 무단투기 ‘표적
전문가 “민원 대응 넘어 상시 관리망 갖춰야”

도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자 쓰레기가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담배꽁초와 페트병쯤은 흔했다. 조금 더 위로 향하자 편의점 봉투에 한데 담아 묶은 생활쓰레기 더미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봉투가 터지며 알루미늄 캔과 비닐, 플라스틱 조각이 흩어졌고 선풍기, 자동차 범퍼 같은 대형 폐기물도 덤불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산 바로 아래 잡목 지대는 사실상 쓰레기로 뒤덮인 상태였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감시용 CCTV는 보이지 않았다.
공장단지와 맞닿은 경기도 내 야산이 생활쓰레기 무단투기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상시 순찰 인력이 오가거나 CCTV가 설치된 국립공원·도심 내 공원과 달리 유동 인구도 적어 반복 투기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정오께 찾은 화성시 만세구 양감면 덕지산 입구 언덕길. 바로 아래에는 화성양감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택배 물류 허브 등이 밀집해 있고 대형 트레일러가 수시로 오갔다. 공단 일대를 둘러보는 동안 이곳의 쓰레기 문제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파이프 제조 업체에서 일하는 한 근무자는 “저 위로 가면 쓰레기 많다는 건 다 안다. 관리 안 되는 쪽으로 갈수록 더 심하다”며 “예전엔 우리 공장 라인 쪽에도 많이 버려서 치우느라 골치였다. 사장님이 CCTV를 단 뒤로 그쪽은 확 줄었다”고 전했다.
일부 화물차 기사들이 대기하는 구간과 맞닿은 언덕 위로 갈수록 쓰레기가 늘어난다는 말도 나왔다. 또 다른 직원은 “장거리 차들이 대기하는 구간이 있다. 누가 버렸다고 특정하긴 어렵지만, 관리 안 되는 언덕 위 산 쪽으로 갈수록 엉망인 건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감시가 닿지 않는 야산 인근이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가 된 셈인데, 공단 근무자들은 지자체 차원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적발 시 투기 유형에 따라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와 관련 화성시 관계자는 “해당 구역에 무단투기 금지와 관련된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고 정비 작업을 강화하는 한편, 감시용 CCTV 설치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무단투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에 더욱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민원이 들어올 경우 지자체들은 즉시 수거 조치에 나서지만 신고가 없는 구간은 방치되기 쉬워 투기가 되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산업단지와 맞닿은 외곽 산처럼 유동 인구가 적은 구간은 관리 공백이 생기기 쉬운 만큼 민원 대응을 넘어선 상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짚는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무단투기 책임은 지자체에 있는 만큼 외곽 지역에 대한 단속 강화 등이 필요하다. 명절 전후처럼 무단투기가 늘어나는 시기에 조사단을 집중 운영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법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이런 외곽 산은 계속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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