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의 ‘대중 발진기지화’ 절대 용납 못 한다

한겨레 2026. 2. 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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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전투기들이 18일 밤~19일 새벽 서해의 중국 방공식별구역(ADIZ) 근처에 가까이 붙어 공중 훈련을 하자 중국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해 대응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부는 주한미군이 우리 '허락 없이' 한반도 내 미군 기지를 대중 견제를 위한 발진기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루빨리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주한미군 전투기들은 서해에서 오랫동안 공중 훈련을 해왔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쪽으로 접근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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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8일 경기 오산기지에서 미 공군 에프(F)-16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미 7공군 누리집

주한미군 전투기들이 18일 밤~19일 새벽 서해의 중국 방공식별구역(ADIZ) 근처에 가까이 붙어 공중 훈련을 하자 중국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해 대응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군은 베이징의 턱밑에 자리한 민감한 지역으로 전투기를 가져다 대면서, 이 훈련의 계획과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오산·군산의 제7공군을 중국 견제를 위해 적극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주한미군이 우리 ‘허락 없이’ 한반도 내 미군 기지를 대중 견제를 위한 발진기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루빨리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19일 한겨레 보도 등에 따르면, 평택 오산 기지를 이륙한 주한미군의 F-16 전투기 여러 대가 서해상 한-중 방공식별구역 중간 지점까지 진입해 초계 비행을 했다. 주한미군 전투기들은 서해에서 오랫동안 공중 훈련을 해왔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쪽으로 접근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러자 중국도 자국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키며 미·중의 항공 전력이 서해 위에서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눈앞에서 진행되는 미·중의 군사적 대치를 그저 지켜봐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11월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전초기지’가 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주한미군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동아시아의 지도를 동쪽 방향을 향해 위로 들면 한반도와 관련한 “완전히 다른 전략적 지형이 드러난다”며 “주한미군은 원거리에서 증원을 필요로 하는 대기 전력이 아니라 미군이 위기 상황이나 유사시에 뚫어내야 하는 방어막 안쪽에 이미 배치된 전력임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 시각에서 보면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군 전력은 원거리 전략이 아니라 중국 주변에서 즉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인접한 전력”이라고 적었다. 한반도를 중국 견제를 위한 ‘발진기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번 훈련이 이뤄졌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내놓은 ‘국가방위전략’(NDS)에서 우리에게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1차적 책임”을 떠안을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은 앞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중국 견제를 위한 발진기지로 사용하면, 미-중 갈등은 단숨에 한-중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일본은 주일미군이 초래할 수 있는 이런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1960년 1월 ‘조약 제6조 실시에 관한 교환공문’(기시-허터 교환공문)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이뤄지는 전투작전행동’ 등이 있을 땐 미·일이 ‘사전협의’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받았다.

앞으로 한-미 동맹의 성격은 미국을 위해 ‘기지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미-일 동맹처럼 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일본과 비슷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가만히 있으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그 누구도 우리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하게 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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