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대통령 권한? 피해 없으니 참작?···윤석열 1심, 지귀연 재판부가 남긴 의문점들[판결돋보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를 놓고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 등을 선고했다. 12·3 불법계엄이 내란이었다는 점을 사법부가 재차 확인하고 우두머리에게 단죄를 내렸다는 의미가 크지만, 내란 본류 재판에서 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많다. 윤 전 대통령 등의 판결문을 입수해 여전히 남은 의문점들을 짚어봤다.
①계엄 선포 자체는 괜찮다?…“전시·사변시 엄격한 절차 따라야 정당화”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줄곧 주장한 ‘경고성 계엄’이나 ‘메시지 계엄’에 대해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비상계엄 선포는 “중대한 위기 상황이 있을 때 그로 인해 훼손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선포될 수 있다”고 규정된 계엄법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는 정식으로 국회에 통고되지 않았고 실질적인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졌으며, 관련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들의 부서도 없었다”며 계엄 선포의 절차적 위반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에게 헌법상 보장된 비상계엄 등 국가긴급권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해서 이를 선포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에 해당한다”며 “법원이 계엄 선포가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사후적으로 심리해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건을 갖추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 탄핵 등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으로 족하지, 형사 책임의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고 봤다.
다만 계엄 선포의 ‘목적’이 헌법이 정한 국가기관인 국회를 무력화하는 데 있었다는 점에서 국헌 문란이라고 보고, 실제 국회 경내 침입도 폭동에 해당해 내란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판단은 헌법과 계엄법에 규정된 계엄 선포의 엄격한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실체적·절차적 판단도 없어서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신의 SNS에 “대통령의 계엄은 군주의 통치행위가 아니다”라며 “계엄은 전시·사변의 경우에 절차에 따른 요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헌법·법률적으로 정당화된다”고 했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 해제 요구권을 따를 의무도 저버린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그 자체로 위법하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윤석열은 그 실체와 절차 모두를 위반했는데, 이는 아예 재판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엄청나게 위험하고 반역사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②계엄 이틀 전 결심?…사전 모의 가능성 인정하면서 실체 판단은 안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이 2023년부터 계엄 모의를 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시기 총선 전, 총선 후’ ‘차기 대선에 대비 모든 좌파 세력 붕괴’ ‘행사 후 국회, 정치 개혁’ 등을 근거로 시기를 추정했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결심한 시기가 불과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이었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이 수첩은 2024년 12월15일 충남 서천군 노상원 모친 주거지 책상 위에서 발견돼 압수됐다”며 “노상원이 계엄을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획하고 이를 김용현, 윤석열에게 전달했다면 이 수첩은 계엄 1년 전부터 준비하고 계획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발견하기 쉬운 곳에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2023년 12월 대통령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모아 격려 만찬을 열었을 때도 계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봤다. 이듬해 삼청동 안가 모임, 경호처장 공관 모임 등에서도 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역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수개월 전부터 군 사령관들에게 ‘비상대권’을 언급하고, 사령관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던 객관적 정황과는 배치되는 판단이다. 앞서 여 전 사령관은 법정에 나와 “2024년 5월 무렵 서울 강남구 소재 식당에서 3대 사령관들이 시국 관련 이야기를 나눴는데, 곽종근에게 ‘평시 계엄은 안 된다’ 등을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곽 전 사령관 역시 “여인형이 윤석열에게 ‘계엄은 안 된다’라며 무릎을 꿇고 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런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모두 배척했다.
③허술한 준비로 피해 없다?…“내란 범죄는 그 자체로 국가공동체 파멸”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유리한 양형 사유로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계엄의 지속시간은 비교적 짧았다”고 적시했다. 또 “군인들은 실탄이 아닌 공포탄을 소지했고, 군·경과의 충돌로 인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인 체포조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에 대한 체포 등도 실제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회 본관 안에 상당히 많은 사람이 남아 야근 등으로 업무를 하고 있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사전부터 꼼꼼히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징역 23년을 선고한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의 판단과 대비된다. 이 재판부는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여한 것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였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또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켜낸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고,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것”이라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한 전 총리와 윤 전 대통령 등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할 수는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란 실패’를 양형 사유로 고려한 윤 전 대통령 선고에 대해 “일반 범죄와 다르게 내란 범죄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국가공동체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중대 범죄”라며 “치밀한 계획이 있었느냐 우발적이었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내란 범죄 실행에 착수한 이상 그것이 국헌 문란의 목적을 달성했느냐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만약에 성공했더라면 처벌할 수 없는 무정부 상태로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이를 따지는 것은 내란죄의 본질과는 전혀 맞지 않는 해석”이라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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