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서 드러난 美 패권의 균열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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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장은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졌고,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세계 경제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가치를 내세웠지만, 장기적 산업 전쟁을 감당할 물적·정치적·사회적 기반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러낸 세계의 변화를 냉정하게 읽어보라는 문제 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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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장은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졌고,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세계 경제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질서 곳곳의 균열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프랑스 인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에마뉘엘 토드는 균열의 중심에 서방 문명의 구조적 위기가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토드는 1970년대 소련 붕괴를 예견해 주목받은 학자다. 인구 통계와 가족 구조 같은 장기 지표를 통해 국가의 안정성과 체제의 수명을 분석해왔다. 이번 책에서도 같은 방법론으로 서방 사회의 현주소를 짚는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이 전폭적으로 지원했음에도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기운 배경에는 서구 문명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산업 생산 능력과 사회적 응집력, 인구 구조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가치를 내세웠지만, 장기적 산업 전쟁을 감당할 물적·정치적·사회적 기반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력과 금융 제재, 기술 우위 같은 지표도 정작 전쟁터에선 결정적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토드는 특히 서방 헤게모니의 중심인 미국의 위기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제조업 기반 약화와 중산층 붕괴, 종교적 기반의 약화는 사회 통합력을 떨어뜨렸고, 그 결과 전략적 목표가 모호한 군사 개입이 반복됐다고 본다. 이를 그는 ‘후기 제국’의 징후로 해석한다. 군사력은 유지되고 있으나 내부 결속은 약화되는 상태라는 것이다.
서방과는 대조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등은 여전히 공동체적 가족 구조와 강력한 민족국가 이념을 바탕으로 사회적 응집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국제 질서에서의 비대칭을 낳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서방의 몰락을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힘과 질서의 기준을 다시 점검하자고 제안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러낸 세계의 변화를 냉정하게 읽어보라는 문제 제기다. 유럽 사회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한다.
이혜진 선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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