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년치 대화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구글 제미나이 채팅 대량 삭제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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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2026년 2월 19일 새벽, 구글의 서버에서 조용히 시작된 오류 하나가 전 세계 구글 제미나이(Gemini) 사용자들의 채팅 기록을 날렸다. 단순 버그였다. 그런데 이미 세 번째였다.

2월 19일 오전 9시, 국내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제미나이 갤러리'에 처음 신호가 올라왔다. "반년치 기록이 사라짐." "PDF 리서치 돌리다가 채팅이 다 없어졌다" 등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왔다. 처음엔 개인 계정 오류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같은 내용의 글이 점점 늘어났다. 이것이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r/GoogleGeminiAI)에는 "1년치 대화가 경고도 없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글이 올라왔고, 비슷한 시각에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 줄이어 댓글을 달았다. 구글 공식 지원 포럼에도 비슷한 신고가 쏟아졌다. 몇 달간 이어온 분석 데이터와 업로드 이미지를 한꺼번에 잃었다는 사람, 수십 개 스레드에 나눠 정리해두던 코드와 연구 자료가 대화 도중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사람. 무료 계정도, 유료 구독자도, 기업용 계정도 예외가 없었다. iOS 사용자들은 앱을 재설치해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사라진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것이었다
다만 완전히 지워진 건 아니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 상태 대시보드에 뒤늦게 올라온 공지에 따르면, 문제의 원인은 사용자 대화 메타데이터를 건드린 백그라운드 프로세스였다. 실제 대화 내용은 서버에 남아 있는데 앱 화면에서만 불러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피해 사용자들이 myactivity.google.com/product/gemini에 들어가면 과거 쿼리의 흔적은 보이는 이유가 거기 있다. 다만 이 페이지는 프롬프트를 하나씩 보여줄 뿐이라, 수개월에 걸쳐 쌓아온 대화의 맥락을 온전히 되살리기는 어렵다. 일부 기록은 눌러봐야 오류 화면만 나왔다.

구글 워크스페이스 상태 대시보드에는 뒤늦게 공지가 올라왔다. 사태는 2026년 2월 18일 오전 8시 30분(PST), 즉 한국 시간으로 19일 새벽 1시 30분 무렵 시작됐으며, 엔지니어링팀이 사용자 대화 메타데이터를 손상시킨 특정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를 식별하고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구글 엔지니어링팀은 문제를 일으킨 프로세스를 차단했다고 밝혔지만, 완전 복구 시점은 "예측할 수 없다"고 전해졌다. 유료 사용자 일부에게는 구글 원 고객센터가 "알려진 버그이며 보안 침해와는 무관하다"고 개별 안내하는 데 그쳤다. 사건이 터진 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공개 입장은 없었다.
구글보다 먼저 방법을 찾은 사람들
공식 해법이 나오지 않자 사용자들이 먼저 나섰다. 디시인사이드의 한 사용자가 직접 찾아낸 방법이 빠르게 퍼졌다. 핵심은 모바일 앱에 있었다. 웹 버전에서는 사라진 채팅이 검색 자체가 안 됐지만, 모바일 앱 '채팅 찾기'에서 과거 키워드를 검색하면 삭제된 채팅방이 목록에 떴다. 그 방을 열고 짧게 말을 건네면 제목 없는 채팅방 형태로 복원됐고, 이름을 바꿔주면 거의 그대로 살아났다. 성공 후기가 댓글로 이어지면서 이 방법은 국내를 넘어 해외 포럼으로도 퍼져나갔다.

구글이 뒤늦게 안내한 방법은 이보다 소극적이었다. 웹 버전은 메뉴에서 '설정 및 도움말 → 활동'으로, 모바일은 프로필 메뉴의 '제미나이 앱 활동'으로 확인하라는 수준이었다. 로그아웃 후 재로그인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도 일부에게는 효과가 있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채팅이 사라졌다고 앱을 지우거나 대화방을 직접 삭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서버에 살아 있을 데이터를 스스로 날리는 꼴이 된다.
이번 일이 처음이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일이 2025년 8월, 9월, 11월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그때마다 구글은 조용히 수습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훨씬 커진 채로 돌아왔다.
기술적으로는 구형 모델 엔드포인트를 종료하고 신형 서버로 트래픽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동기화 오류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AI 서비스가 기능을 빠르게 늘릴수록 기본 안정성이 흔들리는 아이러니다. 디시인사이드 커뮤니티에서 나온 "성능이고 뭐고, 채팅 세션이 사라지는 AI라면 챗GPT(Chat GPT)나 클로드(Claude)가 아니라 중국산 AI를 쓰는 것과 비교해야한다"는 말이 단순한 볼멘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글의 복구보다 먼저 해야 할 일
AI 챗봇이 검색 보조 도구이던 시절은 끝났다. 지금은 수개월치 리서치 자료, 업무에 반복해서 쓰는 코드, 장기 프로젝트의 대화 기록을 제미나이 안에 쌓아두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상 업무 창고처럼 쓰는 셈인데, 이번 사태는 그 창고의 문이 예고 없이 잠길 수 있다는 걸 실제로 보여줬다.

중요한 AI 대화 결과물은 구글 독스, 노션, 옵시디언 같은 별도 공간에 따로 저장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제미나이 자체에서도 대화를 구글 독스로 내보내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니, 업무에 활용하는 주요 스레드라면 이 기능을 습관적으로 써두는 것이 낫다. 클라우드는 편리하지만 내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이번 사태로 확인됐다. 서버 장애, 정책 변경, 계정 문제 어느 쪽으로든 언제든 막힐 수 있다.
구글이 공식 사과를 내놓을지, 유료 사용자에게 보상이 이뤄질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그리고 같은 일이 네 번째로 반복되지 않을지도. 지금으로서는 둘 다 장담하기 어렵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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