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비 이후 최대 스캔들"...앤드루 체포에 발칵 뒤집힌 영국 왕실
앤드루, 무역특사 활동 중 내부정보 공유
영국 왕실, 단호하게 앤드루와 관계 단절

영국 왕실이 발칵 뒤집혔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이지만 지난해 왕자 칭호를 박탈당한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가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영국 근대 역사에서 왕실 구성원이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마지막 체포는 1649년 영국 내전 중 반역죄로 처형된 찰스 1세였다.
더욱이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오랜 유착 관계에서 비롯된 여러 범죄 혐의가 체포의 주된 이유로 거론된다. 명예가 땅에 떨어진 영국 왕실은 물론 엡스타인 스캔들에 깊이 연루된 미국 정계까지 들썩이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경찰은 19일(현지시간) 앤드루를 '공직상 부정행위' 혐의로 체포해 조사한 뒤 귀가 조치했다. 앤드루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영국 무역 특사로 활동했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문건'에 따르면 당시 앤드루는 영국 정부의 내부 정보 보고서를 엡스타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중국,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한 정보를 담고 있었으며 투자 관련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BBC는 "지침에 따라 무역 사절단은 공식 방문과 관련한 민감한 상업적 또는 정치적 정보에 대해 비밀 유지 의무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앤드루는 인신매매 및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버지니아 주프레는 생전 10대 때 엡스타인으로부터 수차례 앤드루와의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폭로했는데, 앤드루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지만 이후 주프레에게 큰 금액을 제공한 뒤 소송에 합의했다. 최근에는 엡스타인이 앤드루와의 성관계를 위해 또 다른 여성을 영국으로 보냈다는 주장이 나와 영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영국 왕실은 최대한 앤드루와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다. 왕실은 2019년 앤드루에게 왕실 업무에서 손을 떼게 했고, 2022년 군 직위와 왕실 후원 자격을, 지난해 10월에는 왕자 칭호 및 작위를 박탈했다. 이날도 찰스 3세는 성명을 내고 "당국은 우리의 전폭적이고 진심 어린 지지와 협력을 받고 있다"며 "법은 반드시 그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CNN방송은 "동생에 대한 국왕의 태도는 어머니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태도와는 대조적"이라며 "과거 엘리자베스는 앤드루를 가장 아껴 스캔들 처리에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였는데, 찰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앤드루의 66번째 생일이었다. 왕실 역사학자 케이트 윌리엄스는 CNN에 "대중은 이제 찰스와 윌리엄(왕세자)에게도 '무엇을 알고 있었나'라고 묻기 시작할 것"이라며 "앤드루가 여전히 왕위 계승 서열 8위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다이애나 왕세자비 서거 이후 왕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체포는 미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를 비롯해 엡스타인 문건에 깊이 연루된 유명인이 미국 정·재계에 훨씬 많이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은 권력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주저함이 없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원칙은 '이제 넘어가야 할 때'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숙제인 '불신'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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