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빈의 명산] '못 쉬었음' 청년 위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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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쉬었음' 상태에 있는 청년이 47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못 쉬었음' 청년들이다.
못 쉬었음 청년들의 고민은 단순히 피로의 문제가 아니다.
끊임없이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못 쉬었음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도 이런 멈춤의 경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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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쉬었음' 상태에 있는 청년이 47만명에 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N잡러'다. 부업을 병행하는 청년은 12만명을 넘어섰고, 10년 전보다 63.2% 증가했다.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며, 주말이면 임장에 나선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업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이들은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못 쉬었음' 청년들이다.
못 쉬었음 청년들의 고민은 단순히 피로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에서는 경쟁에 내몰리고, 퇴근 후에도 자산 관리와 부업을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이렇게 달려도 내 집 마련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언젠가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요즘 일요일마다 잠들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한 친구는 자기 회사에서는 약을 먹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위장장애부터 불면증, 공황장애까지 증상도 다양하다. 성실하게 살수록 더 불안해지는 삶의 역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처방이 있다. 바로 등산이다.
한때는 왜 산에 오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차피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것을 왜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어느 날, 친구들을 따라 북한산을 오르게 됐다.
비봉에 있는 진흥왕 순수비를 향하는 코스였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기암괴석의 풍경은 놀라웠다. 조선시대 관료의 모자인 사모를 닮았다는 사모바위, 코뿔소를 연상시키는 코뿔소바위까지 자연이 빚어낸 기묘한 형상이 이어졌다. 이후 나타난 암릉 구간은 아찔했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그대로 굴러떨어질 것 같았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여기만 지나면 끝일 줄 알았지만, 순수비가 있는 비봉 정상은 암벽에 가까운 급경사였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산신령처럼 산악안전지킴이가 나타나 손과 발을 디딜 위치를 짚어줬다. 긴 스틱으로 길을 안내받아 정상에 올랐다. 오르는 동안에는 생존에 대한 절박함에 사로잡혔고, 정상에 서자 강한 성취감이 밀려왔다.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순간, 매일 매달려 있던 문제들이 한 발짝 떨어져 보였다. 그리고 그동안 절박하게 매달려 왔던 일들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산을 오르는 내내 온전히 내 발걸음에만 집중했다. 그사이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할 틈은 없었다.
등산을 하는 동안 갈등과 불안을 만들어내던 잡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산을 오르는 동안만큼은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내 몸의 무게만 견디면 됐다. 머릿속을 채우던 수많은 선택지와 계산이 잠시 멈췄다.
끊임없이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못 쉬었음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도 이런 멈춤의 경험일지 모른다. 무엇보다 등산은 거창한 준비가 필요 없고,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서울만 해도 북한산과 같은 명산들이 도심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일상에서 잠시 이탈할 수 있는 '자연의 대피소'가 가까이에 있는 셈이다.
[최예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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