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화해하면 국가 자산 다 뺏기는 쿠바…공산주의 천국의 비극
트럼프의 다음 타깃은 쿠바인가 에너지 고립 속에서 흔들리는 섬의 운명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가 사실상 에너지 고립 상태에 빠졌다. 대중교통이 멈추고 항공편이 취소됐으며 국가 전력망은 반복적으로 붕괴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주 4일 근무로 전환됐고 항공유 부족으로 외국 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했다. 쿠바 정부는 항공사에 항공유를 공급할 수 없다고 공식 통보했다. 단순한 경제난을 넘어 체제의 존립을 시험하는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캐나다 국적 항공사인 에어캐나다 는 쿠바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유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이미 쿠바를 방문한 자국민 3천여 명을 귀국시키기 위해 빈 항공기를 보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사람을 태우고 가면 돌아올 연료가 없기 때문에 비행기를 비워 보내는 방식이다. 관광이 사실상 마지막 외화 수입원인 쿠바로서는 치명적인 신호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미국의 제재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베네수엘라 석유와 그린란드 자원 그리고 파나마 운하 문제를 거론하며 거대한 전략 자산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 왔다. 쿠바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 혁명 당시 몰수된 미국 기업 자산 문제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쿠바와 미국의 악연은 길다. 쿠바는 스페인 식민지였다가 미국의 도움으로 독립했지만 이후 강한 내정 간섭을 받았다. 설탕과 관광 산업은 미국 자본과 밀접하게 연결됐다. 1920년 미국에 금주법이 시행되자, 유흥을 위해 미국인들은 쿠바에 호텔, 카지노를 지었다. 1950년대까지 쿠바는 미국의 투자로 중남미에서 상위권의 소득 수준과 높은 문해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1959년 피델 카스트로 와 체 게바라가 이끄는 혁명이 성공하며 국유화가 단행됐고 미국 기업 자산이 몰수됐다. 미국은 1962년 전면적 경제 봉쇄를 선언했다.

쿠바를 둘러싼 미묘한 긴장의 핵심에는 1996년 제정된 헬름스 버턴법이 있다. 정식 명칭은 쿠바 자유와 민주 연대법이다. 이 법은 단순한 제재 법안이 아니라 쿠바 혁명 당시 몰수된 미국 자산 문제를 미국 국내법의 틀 안으로 끌어들여 국제 거래 질서까지 흔드는 장치다.
이 법이 만들어진 배경은 분명하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피델 카스트로 정권은 설탕 농장과 정유 시설 그리고 항만과 호텔 등 미국 기업이 소유하던 자산을 대규모로 국유화했다. 미국은 이를 무보상 몰수라고 규정했다. 당시 피해 규모는 수십억 달러였지만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수조 달러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온다.
헬름스 버턴법의 가장 강력한 조항은 제3조다. 이 조항은 쿠바 정부가 몰수한 재산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외국 기업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예를 들어 쿠바 혁명 이전 아바나 항구를 소유했던 미국 기업이 있다면 그 항구를 이용해 영업하는 크루즈 선사나 선박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쿠바 정부뿐 아니라 그 자산을 활용하는 제3자까지 법적 책임의 사슬에 묶어두는 구조다.
이 조항은 제정 이후 오랫동안 유예됐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했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는 자국 기업이 미국 법원에 끌려가는 상황을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세계무역기구 제소까지 검토했다. 미국 대통령은 6개월 단위로 제3조 발동을 유예할 수 있었고 역대 행정부는 이 권한을 반복적으로 행사했다.
전환점은 트럼프 1기 행정부였다. 유예가 중단되면서 제3조가 전면 발동됐다. 이후 실제 소송이 제기됐다. 아바나 항구를 둘러싼 소송에서 원고는 과거 소유권을 인정받았고 크루즈 선사에는 거액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항소심에서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쿠바 자산을 활용하는 외국 기업에는 분명한 경고가 됐다. 쿠바에 투자하거나 거래를 확대하려던 기업들은 법적 리스크를 재계산해야 했다.
헬름스 버턴법에는 제4조도 있다. 쿠바 몰수 자산을 활용하는 기업의 경영진과 가족에게 미국 입국을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이는 법적 배상뿐 아니라 개인적 제재까지 결합한 형태다. 기업 경영진의 비자 문제는 글로벌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 법의 또 다른 특징은 제재를 의회 차원에서 고착화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대쿠바 제재는 행정부의 재량으로 완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헬름스 버턴법은 쿠바가 민주적 체제로 전환되지 않는 한 제재를 해제할 수 없도록 구조를 짰다. 즉 행정부의 외교적 선택지를 좁혀놓은 것이다.
쿠바 입장에서 이 법은 경제 봉쇄를 넘어 투자 봉쇄로 작동한다. 외국 기업이 쿠바 항구를 이용하거나 호텔을 운영하는 순간 미국 내 소송 위험에 노출된다. 금융 거래에서도 미국과 연결된 은행을 거치기 어렵다. 미국 법원의 판결이 국제 금융망에 파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바의 외환 확보와 관광 산업 회복은 이런 법적 장벽에 부딪힌다.
미국 내에서는 이 법을 지지하는 강한 정치적 기반이 있다. 쿠바 혁명 이후 플로리다로 이주한 쿠바계 미국인은 강력한 반카스트로 정서를 갖고 있다. 이들은 몰수된 자산의 후손이기도 하다. 헬름스 버턴법은 이들의 재산권 회복 요구를 제도화한 결과다. 정치적으로도 플로리다는 대선에서 결정적 주다. 강경한 대쿠바 정책은 선거 전략과 맞물린다.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제법적으로 미국 국내법을 통해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역외 적용이라는 지적이 있다. 동맹국과의 무역 갈등을 촉발할 수 있고 쿠바 국민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뿐 체제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점에서 보면 헬름스 버턴법은 지렛대다. 쿠바 정권이 붕괴하거나 체제 전환이 일어날 경우 과거 몰수 자산에 대한 대규모 청구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 문제를 넘어 거대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다.
냉전 시기 쿠바는 소련의 지원 아래 버텼다. 설탕을 제공하고 석유를 공급받는 구조였다. 교육과 의료는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영아 사망률은 미국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의사 수는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 의 영화 <식코>는 쿠바 의료를 이상적으로 묘사하며 이런 이미지를 강화했다. 미국의 제재에 대항하며 쿠바는 미국 자산을 국유화했다.
그러나 1991년 소련 붕괴는 치명타였다. 쿠바 수출입의 대부분이 사라졌고 전력과 비료가 부족해 농업이 마비됐다. 2000년대 들어 우고 차베스 가 이끄는 베네수엘라가 값싼 석유를 공급하며 숨통을 틔웠지만 베네수엘라 역시 붕괴 수순에 들어가며 지원이 끊겼다.
결정적 전환점은 팬데믹이었다. 관광 산업이 붕괴하며 GDP가 급락했다. 2021년 화폐 개혁이 단행됐지만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의 격차는 폭발적으로 벌어졌다. 1달러당 24페소로 고정했던 공식 환율은 시장에서 450페소 수준으로 무너졌다. 실질 임금은 급감했고 국영상점에는 물자가 사라졌다.

에너지 위기는 구조적이다. 발전소 대부분이 40년 이상 된 소련제 설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다. 베네수엘라와 멕시코산 중유 공급이 끊기면서 연료 부족이 심화됐다. 멕시코는 관세 압박을 우려해 석유 선적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물리적 거리와 해상 통제 위험으로 충분한 물량을 보내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인구 유출이 가속화됐다. 2021년 이후 수백만 명이 섬을 떠났다. 경제활동 인구가 빠져나가며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혁명이 자랑해온 보편 복지 체계도 전력과 물 부족으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쿠바 정부는 2021년 민간 중소기업을 허용하며 제한적 개혁을 시도했지만 최근에는 재규제로 방향을 틀었다. 이윤 상한을 두고 해외 거주 쿠바인의 투자를 제한했다. 체제 안정을 우선시한 선택이지만 성장 동력을 스스로 제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시나리오는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원유 차단이 지속될 경우 산업 활동이 사실상 정지하고 국가 기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둘째 경제난이 사회적 봉기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이미 2021년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전례가 있다. 셋째 러시아나 중국 등 외부 지원을 통한 버티기 전략이다. 쿠바는 브릭스 파트너 지위를 활용해 금융 제재를 우회하려 한다. 쿠바는 오랜 제재 속에서도 생존해 왔지만 이번 위기는 에너지와 통화 그리고 인구 구조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위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체제 전환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장기 버티기로 귀결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쿠바가 다시 한 번 지정학과 이권의 교차점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뉴스3+,#삼프로TV,#압권,#쿠바,#트럼프,#피델카스트로,#헬름스버튼법,#에너지위기,#쿠바경제,#베네수엘라,#마이클무어,#식코,#브릭스,#카리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