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헌정질서 유린 대응’ 간리 질문에 ‘윤 방어권 안건’ 거론한 안창호 인권위원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12·3 내란 당시 ‘인권침해에 대한 인권위의 조처’를 묻는 간리(GANHRI,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의 질문에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을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인권위 관계자를 통해 입수한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 특별심사 질문 목록 답변’을 20일 보면, 안 위원장은 지난해 10월27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서 진행된 간리 승인소위(SCA) 특별심사 인터뷰에서 위원 선임 및 임명, 인권보호 업무 등 13가지 질문에 대해 답했다. 안 위원장은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인권위는 정상화되었고 불필요한 논쟁 등은 사라졌다”는 기조로 답했다. 이 답변서는 간리 심사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으로, 안 위원장은 그동안 이 질문과 답변에 대해 기밀사항이라며 국회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해왔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12·3 내란 관련 대응에 대한 답변이다. 안 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헌정질서 관련 위기 상황(12·3 내란)에서 인권침해를 다루기 위해 위원회가 취한 조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라는 질문에 대해 “2024년 12월11일 계엄의 인권침해 위험성을 지적하는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을 발표했고, 집회 현장에 조사관을 파견해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 집회 방해 행위 등 인권 침해 여부를 모니터링했다”고 답했다. 이어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2025년 2월10일 ‘헌법상 대원칙인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으며, 같은 해 7월에는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투입 장병 등에 대한 보호 조치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10일 전원위에서 “적법절차 준수”를 명분으로 의결된 안건은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이다. 당시 안 위원장 등의 찬성으로 안건이 의결되면서 인권위는 ‘내란옹호’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를 ‘인권침해 대응 조처’ 중 하나로 거론한 셈이다. 안 위원장이 답변에서 함께 거론한 2024년 12월11일 성명 역시 초안에 들어가 있던 ‘위헌·불법’이라는 단어가 빠진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안 위원장은 또 “최근 조약기구 심의에 제출한 독립보고서에서, 인권위가 과거(5년 전)와 달리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포함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의에는 에둘러 답변을 피해갔다. 안 위원장은 “독립보고서에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라는 표현이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모든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가 포함되어 있다”며 “단지 표현의 차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전원위를 통과한 인종차별철폐위 제20·21·22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핵심 내용을 대폭 축소했고, 안창호 위원장은 사무처 권고안 마련 과정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삭제한 바 있다.
이충상·김용원 전 상임위원이 일부 임기제 직원들의 상임위원실 배치를 거부해 이들이 장기간 적절한 직무를 부여받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안 위원장은 “오히려 상임위원과 사전협의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라며 “경력 등에 비춰 적절한 보좌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충상·김용원 전 위원이 펴온 주장과 유사하다.
안창호 위원장은 간리 인터뷰 마지막 발언에서 “저는 법조인으로서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과거 여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었음에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모든 사람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간리 승인소위는 안 위원장에 대한 특별심사 인터뷰를 마친 뒤 논의 끝에 기존의 에이(A) 등급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간리는 지난해 3월 204개 한국 인권·시민단체의 요청에 따라 통상 5년에 한 번 진행되는 정기심사와 별도로 한국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를 개시한 바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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