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지정학적 가치 상승, 미국의 합병 시도와 강대국 각축

이종윤 2026. 2. 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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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10배 크기 그린란드, 트럼프 2기 '북극 프레임워크'로 실질적 편입 가시화
뤼터 나토 총장, 1월 말 "북극 7개국, 트럼프 비전 실현 합의"... 중·러 진출 차단 선언
루비오 미 국무장관, 2월 14일 뮌헨서 "대서양 동맹은 운명 공동체" 확약 나토 결집
덴마크군 장병들이 지난해 9월 그린란드 캉겔루수아크에서 나토 회원국 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반도 면적의 약 10배에 달하는 거대한 동토(凍土), 그린란드가 21세기 지정학적 격전지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1867년 19세기 앤드루 존슨 정부 때부터 1946년 20세기 해리 트루먼 정부, 그리고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와 현 트럼프 2기 정부에 이르기까지 3세기에 걸쳐 네 차례의 그린란드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니라 지구촌의 패권을 쥐고 북극권의 자원과 안보역량을 한층 더 강화하려는 미국의 집요한 '거대 전략(Grand Strategy)'의 산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1월부터 이어진 나토(NATO)의 점차적인 지지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략적 공세가 맞물리며 그린란드의 미국 안보권역 편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그린란드 일룰리사트 인근 디스코만에서 어선 한 척이 빙산 앞에서 그물을 끌어 올리며 어획한 물고기를 건지고 있다. AP·뉴시스
나토의 실무적 합의와 미국의 정치적 확약 "대서양 안보 전선 결집"
북극 안보의 지각변동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되었다. 지난 1월 말, 다보스 포럼(WEF)과 나토 본부 브리핑을 통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을 포함한 북극권 7개 서방 국가들이 결집해 트럼프 대통령의 북극 비전을 실현하기로 합의했다"는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러시아의 북극 군사화와 중국의 '빙상 실크로드'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강력한 그린란드 통제권과 전략적 자산화를 사실상 수용하기로 한 '실무적 합의'가 선행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나토의 전향적인 태도에 화답하듯, 지난 14일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무대에 선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과 유럽의 안보는 분리될 수 없는 운명 공동체"라고 선언하며 동맹의 결속을 공식화했다.

그는 "미국인의 집은 서반구에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언제나 유럽의 자식(child of Europe)일 것"이라며 미국의 뿌리가 유럽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루비오 장관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언급하며 "유럽의 운명은 우리 자신의 운명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툭히 중국과 같은 경쟁국들이 희토류와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지정학적 직무유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서방 국가들이 함께 기술 표준화와 공급망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의 대서양 동맹의 불분리성과 그린란드 전략화를 둘러싼 유럽 내 일부 우려를 불식시키며, 앞서 지난 1월에 형성된 나토와의 실질적 합의를 바탕으로 미국이 북극권 안보를 동맹국과 함께 책임지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확약'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탑승객들이 그린란드 수도 누크로 향하는 이누이트항공 탑승을 준비하고 있다. 캐나다와 프랑스가 덴마크의 반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 확보 노력에 대응, 6일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영사관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다. AP·뉴시스
■ 안보의 방패 '골든 돔' 프로젝트와 '자원의 창' 희토류 공급망
미국이 그린란드에 집중하는 실질적 이유는 미사일 방어체계(MD)의 핵심인 '골든 돔' 프로젝트에 있다. 일반적인 평면 지도와 달리 둥근 지구의 입체적 관점에서 보면, 북중러의 ICBM이 미 본토나 유럽 주요 도시로 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바로 '북극 하늘'이다. 그린란드는 이 미사일들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하늘의 관문'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그린란드 툴레(Thule) 기지는 적의 미사일을 정점 고도에서 포착·요격할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이자, 나토 전체를 보호하는 '공동의 우산'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미국 외교협회(CFR)의 세바스찬 펠레티어 수석연구원은 "그린란드의 안보는 덴마크나 나토 체제보다 미군의 실질적인 주둔과 감시 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고 분석했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안드레이 보그단 연구위원 역시 "나토 내부는 이미 미군의 '골든 돔' 프로젝트가 서방 전체의 이익이라는 실용적 동의에 도달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주권 침해'로 간주하던 유럽 내 기류가 러시아의 북극 군사화 이후 급변하고 있다"며, "현재 나토 내부는 덴마크의 부족한 방어력을 미군의 '골든 돔' 프로젝트로 메우는 것이 서방 전체에 이익이라는 실용적 동의에 도달한 상태"라고 보그단 연구위원은 풀이했다.

한편 미국이 그린란드에 집착하는 또 다른 핵심 동력은 '공급망 안보(Supply Chain Security)'에 있다는 논란과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린란드는 21세기 첨단 산업과 국방 기술의 필수 요소인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매장량이 세계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현지 시간) 새벽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2026년까지 그린란드를 미국에 병합하고, 나아가 캐나다와 베네수엘라까지 합병하는 내용을 암시하는 합성 사진을 게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사진. 트루스소셜 캡쳐. AP·뉴시스
■ 그린란드, 美 80년 수호…안보의 '황금 열쇠' Vs '화약고'
현재 북극권은 중·러의 거센 압박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자본력을 앞세워 그린란드의 기간망을 파고드는 '빙상 실크로드' 전략으로 경제적 촉수를 뻗치고 있고, 러시아는 그 뒤를 이어 북극해 연안의 미사일 기지와 활주로를 재건하며 '북극의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 용(중국)이 얼음 아래로 은밀히 파고드는 사이, 거대한 곰(러시아)이 그 위를 짓누르며 서방의 접근을 차단하는 형국이다. 실제로 CSIS의 위성 사진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그린란드 동쪽 북극해에 위치한 나고르스코예 기지의 활주로를 3,500m로 확장해 핵 전략폭격기의 상시 운용 체계를 갖췄다. 중국 역시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크바네피엘 광산 등을 통해 그린란드 지하 자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수뇌부는 "그린란드는 매매 대상이 아니며, 무력 위협은 나토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겉으로는 '건설적 대화'를 표방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주권 수호와 안보 실리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그린란드 주민의 6~17%만이 (미국의 영향권) 편입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현지 원주민인 이누이트 사회의 반응은 실용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덴마크 정부가 인구 억제를 명분으로 자행한 그린란드 현지 원주민 이누이트를 상대로한 비인도적 처사에 대한 역사적 배신감도 깊다. 현지인들은 덴마크의 명분론보다 미국의 '북극 프레임워크'가 가져올 5G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자립 기회를 냉철하게 저울질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미국 외교협회(CFR) 등 전문가들은 "그린란드 안보는 이미 80년 넘게 미군의 주둔과 감시에 의존해 왔다"며 실용적 수용론을 제기한다. 실제로 1941년 방어 협정 이후 미군이 실질적으로 중·러의 진출을 막아왔기에, 나토 수뇌부도 미국의 독점적 통제권 수용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은 한반도 지정학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의 북극 강화 전략은 동맹 자산의 우선순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 우리 군 당국의 정밀한 안보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결국 그린란드는 이제 나토의 외곽 지대를 넘어 미국의 실질적인 안보권역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이곳이 서방 방위의 '황금 열쇠'가 될지, 아니면 강대국 각축이 뒤섞인 국제 갈등의 화약고가 될지는 향후 트럼프 정부의 '북극 프레임워크' 작동 여부에 달려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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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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