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분당은 승승장구, 일산은 지지부진…‘극과 극’ 재건축 현장
선도지구도 예외 없다…재건축의 성패 관건은 결국 수익성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2월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정발마을 2·3단지.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도 얼어붙은 분위기가 사뭇 풍겼다. 단지 곳곳에는 '사업성 없는 재건축은 공허한 정책이다' '일산은 무소식, 분당은 정비구역 지정 중' 등 재건축 추진을 둘러싼 주민들의 답답함이 담긴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단지 내 게시판에는 "용적률 상향이 실현되기 전까지 특별정비계획 추진을 연기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도 게시돼 있었다.
저층 연립주택으로 이뤄진 이곳 단지는 2024년 11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선도지구 공모 당시 한 달 만에 주민 동의율 94%를 기록할 만큼 재건축을 향한 관심은 상당했다. 그러나 선도지구 선정 이후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의뢰해 사업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분양가보다 높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실상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후 재건축 추진은 멈춰선 상태다.
단지 인근에 있는 S공인중개사는 "다른 신도시는 재건축 선도지구 인근 단지만 돼도 집값이 뛴다는데, 정발마을은 선도지구로 지정된 단지가 미선정 단지보다 시세가 낮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 정발마을2·3단지 통합재건축추진 준비위원장은 "현재 확정된 기준 용적률 170%가 최소 230% 수준으로 상향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고양시가 기준용적률 상향에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단지 내 재건축 기대감은 상당히 식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급매물까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2월10일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 양지마을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단지마다 대형 건설사 이름이 적힌 특별정비구역 지정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지난달 31일 문을 연 양지마을 재건축 사무소 앞에는 건설사 명의의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이날 사무소에는 오후 내내 상담을 받으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양5단지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80대)는 "부동산에서 매일같이 연락이 와 집을 팔라고 해 재건축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지, 지금 집을 파는 게 좋을지 상담을 받으러 왔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라 이사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할지 벌써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조합원은 물론 인근의 선도지구에서도 관심이 많아 매일 문을 열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양지마을은 재건축 시 동일 평형을 선택해도 조합원 환급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고령 조합원들까지도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도지구 15개 구역 중 8곳만 '순항'
1기 신도시(경기도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 선도지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지역별로 사업성 판단이 엇갈리면서 극명한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분당과 평촌·산본신도시 일부 구역은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치고 시공사 선정과 이주를 계획하는 반면, 일산과 중동신도시는 여전히 정비계획 수립 단계를 넘어서지 못해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된 15개 구역 중 현재까지 8개 구역만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하는 등 지역별로 속도 차가 크다. 특별정비구역 지정은 재건축 선도지구 사업의 첫 단추로, 정부는 2024년 11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지정하며 2025년 말까지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일정에 따라 2027년 착공, 2030년 이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8곳에 불과하다.
현재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분당신도시다. 분당 선도지구로 선정된 시범우성·샛별·양지·목련마을 등 4곳은 지난달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주민대표단은 지난달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통틀어 처음으로 재건축 사무소를 개소했다. 지난해 재건축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제자리 재건축' 문제 등의 문제가 순차적으로 봉합되면서 사업이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당의 뒤를 잇는 지역은 경기도 안양 평촌신도시와 군포 산본신도시다. 평촌신도시는 지난해 12월30일 선도지구 3개 구역 중 2개 구역이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했다. 남은 샘마을임광도 안양시에 정비계획 초안을 제출한 상태다. 산본신도시는 재건축 추진 초기부터 LH와 손잡으면서 사업 속도를 끌어올렸다. 자이백합·한양백두 2개 구역은 지난해 12월24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중 가장 먼저 특별정비구역 승인을 받았으며, 연내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면 일산과 부천 중동신도시는 아직 재건축의 첫 관문조차 넘지 못했다. 일산신도시의 경우 특별정비계획을 승인받은 구역이 전혀 없다. 중동 역시 선도지구로 선정된 2개 구역 모두 올 상반기에야 특별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적률 300%의 벽이 지역별 희비 갈랐다
동일한 출발선에서도 지역별로 재건축 속도가 갈린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다. 통상 재건축의 사업성은 기준용적률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기준용적률이 높을수록 조합원 외 일반분양 물량을 늘릴 수 있어 분양 수익과 사업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사업 진척이 빠른 평촌(330%)과 분당(326%)은 모두 기준용적률이 300%를 웃돌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일산은 기존(현황) 용적률이 172%(아파트 기준)여서, 재건축 후 용적률이 300%까지 상향되더라도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일산 선도지구에서는 기준용적률 추가 상향을 요구하고 있지만, 고양시는 300% 적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속도 차이가 향후 이주·착공·입주까지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토부가 당초 계획한 로드맵은 이미 상당 부분 지연이 현실화된 데다, 원주민 이주로 인한 전셋값 상승, 공사비 부담, 금융 리스크 등 난관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당은 이주단지 확보가 쉽지 않아 재건축 시 1만 가구 이상이 인근 지역을 떠돌아야 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경우 철거와 착공 일정이 미뤄져 타 신도시 대비 사업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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