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범 윤석열' 사면 금지될까…사면법 개정안 26건 들여다보니

노지민 기자 2026. 2. 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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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란 1심 선고 이후 법사위 소위 심사 시작…국회 입법조사처 "사면제도 개선 필요, 일정 부분 공감대 형성"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지난 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 계엄에 따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가운데, 국회가 내란범에 대한 사면을 제한하는 법안을 심사하기 시작했다.

현행 헌법은 제79조에서 대통령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면·감형·복권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특정 범죄나 형의 종류를 대상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서 시행하는 일반사면은 1995년을 끝으로 실시되지 않고 있으나, 특정인을 대상으로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치면 가능한 특별사면은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실시돼왔다.

정권에 따라 특별사면이 남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뤄진 사면법 개정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제19대~21대 국회에서 총 32건의 사면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특별사면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넘지 못한 셈이다.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8일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관련 입법 논의 분석'(이상은·정재하) 보고서에서 “사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제는 실현 가능한 입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실질적 논의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권한인 사면권을 제한·축소한다는 당위만을 앞세우기보다는, 어떤 기준으로 제도를 보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내란죄 등 헌정질서 파괴범죄 특사 제한 대다수…국민의힘은 '대통령 공범' 사면제외법

22대 국회에는 26건의 사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고, 19건이 내란죄 등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대한 특별사면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죄목에 대해 최민희, 김승원, 이강일 의원안은 특별사면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했다. 이기헌, 이연희, 권향엽, 서영교, 민형배, 복기왕, 박수현 의원안은 특별사면을 제한하는 안이다. 곽상언, 용혜인, 한병도, 이성윤, 이용우, 한정애, 이학영, 이개호, 이해민 의원안은 특별사면에 더해 일반사면도 제한하도록 규정했다.

최민희, 복기왕, 김민전 의원안의 경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면을 제한 대상으로 두는 등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사면 제외를 규정한 법안들도 있다.

사면권자인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제한하는 개정안도 9건 발의돼있다. 박주민, 최민희, 이강일, 박수현, 주진우, 고동진, 송석준 의원안은 대통령의 배우자 등 사면을 제한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이강일, 박수현 의원안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을 선고받은 자의 사면을 제한하도록 한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우재준, 고동진, 안상훈, 송석준 의원안에는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는 자의 사면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국회 동의 등 외부 통제 수단이 없는 특별사면권에 사전적 견제장치를 마련하려는 개정안도 3건 확인된다. 박주민 의원안은 국회 보고, 이강일 의원안은 국회 통보 및 동의 절차를 규정했다. 용혜인 의원안의 경우 사법부 및 피해자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두도록 했다.

사면 전 국회 통보 및 보고 절차, 사면심사위 구성 다양화 등 보완법안도

세 의원 안에는 사면심사위원회 소속을 변경하고 위원 구성을 다양화하며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도 있다. 사면심사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변경하고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세부적인 위원 구성에 대해선 박주민 의원안은 3명 국회 선출·3명 대법원장 지명(의결은 위원 6명 이상 찬성), 용혜인 의원안은 3명 국회 선출·3명 헌법재판소장 지명, 이강일 의원안은 국회·대법원장·법무부장관이 각 3명씩 추천(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2 이상 찬성)하는 방안을 뒀다.

▲사면심사위 소속 변경, 위원 구성 다양화 및 의결 요건 강화에 관한 개정안. 사진=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갈무리

현행법상 특별사면으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부터 공개하는 사면심사위 회의록의 공개 시기를 변경하거나 공개 대상 자료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들도 있다. 회의록 공개의 경우 박주민 의원안은 즉시, 이강일 의원안은 6개월 내(사면심사위 의결 시 조기 공개 가능) 공개하도록 했다.

아울러 용혜인 의원안은 사건 본인이 검사를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특별사면 상신을 신청할 수 있는 '사면 신청절차'를 도입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국회입법조사처, 개정안 유형별 입법 논의 필요한 지점들 분석

국회 입법조사처는 개정안의 유형별로 입법 논의에 필요한 과제를 제시했다. 사면의 물적·인적 대상을 제한하는 등 특정한 기준에 따라 사면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두고 “사법부가 명백히 오판을 한 경우와 같이 반드시 사면이 필요한 경우에도 대상자를 구제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또한 특정 죄명이나 신분, 형기 집행 정도가 동일한 경우에도 범죄의 죄질, 형량, 반성 여부, 교정 가능성 등은 대상자마다 다양할 수 있다. 그럼에도 특정인의 개별 사정에 따른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사면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사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사면 대상자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선 “대상자가 사전에 공개됨에 따라 사회적 논쟁이 초래되면 국민통합을 위한 조치로서 사면의 의미가 반감될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고 짚은 뒤, “회의록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의 경우 사면심사위원회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면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이나, 위원의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어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어려워지고 공정한 심사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덧붙였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용민 법안심사제1소위위원장이 사면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소위 개의를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요건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현행 헌법 체계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사면·감형·복권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이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하도록 하며, 관련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렇기에 국회가 법률을 통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제한 가능설'이 있다. 반면 헌법이 일반사면에만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데 비춰 그 외 대통령의 사면·감형·복권 권한을 제한하는 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제한 불가설'이 있다.

관련해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사면법 개정안 중 특정 범죄유형이나 특정 신분자에 대한 사면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사면의 실체적 요건을 강화하는 개정안이나, 절차적 요건에 관한 개정안이더라도 국회에 동의권을 부여하거나 반드시 사면심사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만 특별사면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는 그 헌법 합치성과 관련하여 상반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제한 가능설의 입장에서 이러한 입법은 국회의 정당한 입법권 행사로 평가될 것인 반면, 제한 불가설의 입장에서 이러한 제한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라고 봤다.

다만 “사면권 행사의 원칙을 선언하거나, 대통령의 실질적인 권한을 제한하지 않는 절차적 사항에 관한 개정안은 헌법과의 관계에 있어 상대적으로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1심을 기점으로 사면권 개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집권 여당이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사면 금지법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19일 내란범 사면을 금지하거나 국회 동의를 얻을 경우로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을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20일부터 사면법 개정안 등에 대한 심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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