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못 답한 물음표에 답하겠다” 조대흥 원장의 각오

△“민간의 적 아닌 동반자”…신뢰 회복 선언
“지난 6년간 지역사회가 던진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올해는 반드시 답하겠다.”
조대흥 인천시사회서비스원장(인천사서원)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첫 마디를 반성으로 시작했다. 사회복지관 관장, 대학 교수, 사회복지사협회 회장까지. 그의 이력에는 인천 복지 현장 30여 년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천성산종합사회복지관 관장으로 현장을 이끌었고, 재능대학교 조교수와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부교수를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다.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8·9대 회장, 사회복지관협회 회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연합회 회장을 연이어 맡으며 인천 복지계의 대표 목소리 역할을 해왔다. 인천복지재단 설립부터 사서원 확대·개편까지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올해를 ‘신뢰 회복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민간 영역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시설 안전과 인권은 보장하고 있는가’ ‘내부 인사·평가가 공정한가’라는 물음에 답하겠다”며 “전문가 조직 진단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공공성·전문성·투명성 3대 원칙으로 기관을 재정립하겠다는 각오다. 현장과 학계, 민간 협회를 두루 거친 경험은 그의 경영 철학에 녹아 있다. 조 원장은 “한 사람도 홀로 남겨두지 않는 도시, 위험 앞에서 먼저 달려가는 기관을 만들겠다”며 “실패를 숨기지 않고 배움으로 바꾸는 문화, 민간과 어깨동무하는 공공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복지기관을 오래 이끌었던 만큼 “사서원이 민간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설명이다.
△예산 281억 원 시대…수탁시설 대폭 재편
올해 인천사서원 본예산은 281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8.7%(44억 원) 늘었다. 증가의 핵심 요인은 수탁시설 변동이다. 지난해 말 어린이집 3곳, 육아종합지원센터, 다함께돌봄센터, 장애인 생활시설 등 6곳의 수탁이 종료됐다. 대신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 해내기보호작업장, 해내기주간보호센터를 지난해 수탁했고, 올해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를 새로 맡았다. 신규 수탁 시설 예산만 85억 원에 달한다. 17개 직영·수탁시설 운영에 232억 원을 편성했으며 본부 예산에서는 안전보건관리비, 종사자 교육비, 정책연구비, 개인종합평가시스템 고도화 비용 등이 증액됐다. 국시비 매칭 비율도 기존 3 대 7에서 5 대 5로 변경돼 재정 구조가 개선됐다.
수탁시설 확대에 따른 역량 확보도 과제다. 신규 수탁 5곳, 종료 6곳으로 시설 수는 비슷하나 규모는 크게 늘었다. 조 원장은 “지원 인력 부족 문제를 인천시에 전달했고 증원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수탁 매뉴얼 제작에도 착수했다. 수탁 기준 마련은 물론 협약·인수인계·운영 과정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운영 노하우를 지역사회에 공유할 계획이다. 조 원장은 “사회서비스원법은 민간이 참여하기 어렵거나 학대 예방이 필요한 시설을 맡도록 규정한다”며 “기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피해장애인쉼터 등과 함께 사서원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퇴원 72시간 긴급돌봄부터 도서지역 패키지까지
복지관 관장 시절부터 ‘지역 맞춤형 서비스’를 강조해온 조 원장은 인천형 돌봄 모델의 차별점으로 ‘지역 특성 반영’을 꼽았다. “인천은 도심·농촌·도서지역이 공존하고 인구 증가 지역과 초고령 지역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지역별로 다른 돌봄 욕구를 의료·복지·돌봄 자원으로 유연하게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신규 사업은 퇴원환자 복귀 지원이다. 퇴원 후 72시간 내 긴급돌봄을 연계하고, 이후 4주간 방문형 회복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8~12주간 AI 안심케어 기반 모니터링도 병행한다. 올해 4개 권역 2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다. 공감(空感)돌봄서비스도 새로 시작한다. 빈 공(空), 느낄 감(感)이라는 뜻으로 돌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사업이다. 부평·강화종합재가센터가 직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원년이기도 하다. 법에 따라 사회서비스원은 돌봄통합 전문 기관으로 지정된다. 조 원장은 “종사자 교육·역량 강화, 의료·요양·돌봄 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겠다”고 했다. 인천사서원은 전국 시도 사서원 중 복지정책 연구인력을 많이 보유한 기관 중 하나다. 이 강점을 살려 통합돌봄 매뉴얼 개발, 돌봄대상자 욕구조사 등을 수행해 왔다. 올해는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연구도 맡는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돌봄통합 거버넌스에서는 조정기관 역할을 자임했다. 조 원장은 “복지·의료·돌봄 관련 의제가 정책과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분야별 전문 주체들이 단계적으로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초지자체, 의료기관, 서비스 제공기관의 역할을 정립하고 연계 구조를 설계할 계획이다.
강화·옹진 도서지역 돌봄 사각지대 해소에도 힘을 쏟는다. 현재 거점 제공기관을 선정해 일상돌봄, 가사·간병, 긴급돌봄,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을 추가로 추진 중이다. 강화군·옹진군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건강·돌봄·문화를 아우르는 패키지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퇴원환자, 만성질환자, 고령자 등 돌봄 필요도가 높은 대상이 우선이다. 건강지원으로 방문진료·간호와 의료전화상담을, 돌봄지원으로 병원동행과 기후대응 특식지원을, 문화지원으로 순회형 현장 공연과 스마트 여가기기를 제공한다. 공모사업 선정 결과는 2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청년 ‘가상회사’·노인학대 예방…현장 밀착 확대
후학 양성에 힘써온 교육자 출신답게 청년 지원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인천사서원이 운영하는 청년미래센터 예산은 17억 원으로 늘었다. 증액분 중 9000만 원은 공동모금회 배분 사업 지원 기관으로 선정돼 건강증진사업에 투입된다. 종합심리검사, 연극치료, 건강의료지원, 결식청년 식사지원 등이 포함된다. 가족돌봄청년을 위해서는 3월부터 월 1회 이상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집단상담 강좌도 개설한다. 유사한 돌봄 경험을 나누며 정서적 지지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고립은둔청년에게는 일경험 특화사업 ‘고은회사(가칭)’를 선보인다. 센터 안에 가상회사를 설립해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성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센터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천사서원 수탁시설의 온라인 홍보, 취약계층 가정 정리수납 도우미 등 실무도 맡긴다. 조 원장은 “실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연극치료 참여자를 중심으로 고립은둔 척도 검사와 관찰 기록을 정리한 참고서도 제작할 계획이다.
올해 새로 수탁한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의 역할도 무겁다. 2025년 기준 관할구역 내 노인학대 접수 건수는 554건으로 2023년 457건 대비 21.2% 늘었다. 학대사례는 216건으로 같은 기간 10.8% 증가했다. 가정학대가 185건으로 전체 학대사례의 85.6%를 차지했고 시설학대는 31건이었다. 구별로는 남동구(79건)와 미추홀구(61건)가 가장 많았다. 상담 건수는 7587건에 달했다. 조 원장은 “도서지역·복지시설 종사자 대상 맞춤형 교육을 확대하고,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까지 생애주기별 예방교육도 실시한다”고 했다. 시민 참여형 노인인권 모니터링단 운영을 강화해 장기요양시설 인권 조사를 정례화하고, 학대 예방지표와 연계한 시설 피드백 시스템도 구축한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피해장애인쉼터·피해장애아동쉼터를 동일 법인이 운영하는 구조에 대한 독립성·공정성 우려도 있다. 조 원장은 인터뷰에서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세 가지 제도적 장치를 설명했다. 첫째, 동일 법인 소속 거주시설에서 학대 사건 발생 시 해당 권익옹호기관은 조사에서 의무적으로 배제된다. 둘째, 조사와 판정은 타 지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 이관한다. 셋째, 조사 관련 전자문서·사건 기록의 접근 권한을 시스템상 분리해 내부 열람을 차단한다. 조 원장은 “사후 대응뿐 아니라 학대 예방 교육, 인권 감수성 교육, 인권 모니터링 등 예방 중심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며 “운영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속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30년 현장 경험을 한마디로 남겼다. “복지는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접점에서 비로소 작동한다.” 복지관 관장에서 학계와 협회, 공공기관 수장까지 걸어온 그의 여정이 인천사서원의 다음 10년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인천=안재균 기자 aj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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