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한 마약과의 전쟁, 수요차단이 성패 가른다 [매경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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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들과 이태원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술을 몇 잔 걸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해밀톤호텔 인근을 지나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과 마주쳤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마약 수요 억제와 중독자 재활 지원을 마약 확산 방지의 중심 축으로 격상시키는 일이다.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인 박경섭 변호사는 "마약 수요가 줄어야 마약 공급도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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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국경 단계에서 적발된 마약류는 1256건 3318㎏에 달한다. 건수, 물량 모두 역대 최고치다. 전년 대비 건수는 46%, 중량은 321% 급증했다. 큰 규모의 마약 범죄 적발도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 경기남부경찰청은 시가 376억원, 56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마약을 동남아에서 들여와 유통시킨 조직원 등을 체포했다. 서울경찰청 역시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 약 6만 명분을 빼돌려 불법 유통·투약하게 한 일당을 구속했다. 마약에 취해 거리를 배회하거나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사람들의 소식도 낯설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난 10여 년간 마약 사범이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거래 방식의 ‘비대면화’를 지적한다. 텔레그램에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마약 거래방이 존재한다. 가상화폐로 대금을 지급한 다음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물건을 받는 방식이다.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물리적 접촉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마약 수사 전문가는 과거에는 마약사범을 검거하면 그에게 마약을 판매한 공급자를 추적해 소위 ‘상선’까지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마약사범조차 판매자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지난 13일 ‘2026년 마약류 관리 시행계획’을 의결했다. 시행계획은 ‘범죄 엄정 대응’, ‘중독자 일상 회복 지원’, ‘예방 기반 강화’, ‘취약 대상 맞춤형 관리’ 등 4대 전략 아래 90개 과제를 담고 있다. 정부가 마약 확산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다만 정부의 시행계획이 더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할 점이 있어 보인다. 먼저 마약 밀반입에 대비한 공항·항구의 선별검사 체계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약범들은 마약을 작은 단위로 쪼개고 반입 경로를 분산한다. 공항·항만의 마약 탐지 인력 및 장비를 대거 투입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다음으로 텔레그램과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마약 유통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수사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해외 메신저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분석·탐지 기술 개발을 병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여러 단속 기관 사이의 증거 보존 기준 및 정보 공유 절차를 정비해 거래 징후를 발견하는 즉시 추적할 수 있는 공조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마약 수요 억제와 중독자 재활 지원을 마약 확산 방지의 중심 축으로 격상시키는 일이다.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인 박경섭 변호사는 “마약 수요가 줄어야 마약 공급도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마약 유통범은 엄정하게 처벌하되, 투약자와 중독자는 처벌 이후 철저한 치료·재활로 연결해 재범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약 범죄자는 추가적으로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는 점에서도 위험성이 크다. 마약 구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절도·사기 등 2차 범죄를 유발하고, 마약 구매로 진 빚을 갚기 위해 유통에 가담하는 사례도 반복된다고 한다. 마약 관리를 위한 정부의 이번 종합 대책이 효과를 거둬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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